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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정희 Sep 07. 2015

청년! 낯선 길에서 스스로 푯대가 되다 4

사진과 책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이야기.

이미 세상이 만들어놓은 직업의 세계에 자신의 가두지 않고 스스로 길을 개척한 우리 사회의 젊은이도 있다. 이야기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시장이 두근두근-이야기출판사 2015년 7월]의 저자 이희준이 바로 그 청년이다.

젊은이가 전통시장을 무려 2년 동안 돌아다니며 현장을 기록했다.

그는 원래 시장상인들의 물건을 식당에 연결해주는 일을 하다 전통시장과 그곳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지역마다 시장의 특징을 파악하고 어떤 상품이 특색인지 어떤 경로로 시장에 나오게 되는지 자세히 살폈다. 시장에서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마침내 시장에 정통하게 된 그는 전국의 시장을 설명하고 안내하는 사람이 되었다.

최초의 시장 도슨트 이희준의 탄생이다. 실패냐 성공이냐 계산하지 않고 사회의 편견이나 조건 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직업을 스스로 만들었다.



한국의 이 신통방통한 젊은이처럼 시장에서 남의 이야기를 듣고 60초 만에 소설을 쓰는 미국 청년도 있다.  변호사협회에서 기자로 일하던 스물다섯 살의 댄 헐리는 소설가를 꿈꾸었다. 새벽에 일어나 소설을 쓴 후 출근해서 일을 했으나 도무지 소설가가 되지 못했다. 문득 거리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단 60초 동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쓰기로 맘 먹는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이런 일을 하는 소설가는 없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윽고 ‘60초 소설 즉석에서 써드립니다’라는 간판을 걸고 거리에서, 바닷가에서, 쇼핑센터 앞에서 타자기를 두드렸다. 처음에는 부랑자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서서히 사람들은 이 젊은이 앞에서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인생을 단 60초 만에 어떻게 소설로 완성할 수 있겠는가? 해보지 않고는 결코 알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사람들은 60초 안에 담긴 자신들의 이야기에 때로는 격노하기도 하고 때로는 울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가족들을 조용히 안기도 하고 때로는 줄 선 사람을 향해 큰 소리로 낭독하며 격하게 반응했다. 60초 소설가의 이야기는 미국 전역에 퍼졌다. 그는 22,613명의 인생소설을 썼고 1995년 도날드 로빈슨 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시 박노해의 사진을 돌아본다. 삶은 어린 시절에는 결코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먼 길이다. 해서 대개 앞서 걸어간 이의 깃발부터 찾는다. 깃발이 있는 길은 이미 여러 사람의 발자국으로 단단히 다져 있어 걷기에  편할뿐더러 사람들도 많아 안전하다. 그러나 훤하고 단단하고 안전하다 해서 곧장 내가 걸어야 할 길이 되지는 않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할 때도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같은 길에 서 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 많은 문제점들 때문에라도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하기도 한다.

박노해의 이야기가 있는 사진전

다양한 길을 가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인류의 삶은 더 오래 보장된다. 다양성 추구는 종족 보존의 필수적인 선택이니 인간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천편일률적이고 획일적인 삶이 우리를 옥죄고 가두어 인간이란 종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다른 길에서 깃발이 보이지 않아 당황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고 한참을 일어서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다 마침내 스스로, 기꺼이 그 길의 깃발이 된다. 청년들이 스스로 푯대가 될 수 있도록 박노해의 [사람의 깃발]을 보며  독려할 때다.   

박노해의 사람의 깃발

“멀리 야크떼를 바라보고 서 있는 청년의 천막집에 티베트 불교의 상징물인 룸다(Lungda)가 펄럭인다.

룸다는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마치 초원을 달리는 티베트 말과 같다 하여 ‘바람의 말(馬)’이라 불린다.

땅 사이에 인간의 등뼈를 곧게 세우고
깃발도 없는 길을 찾아 가다 보면 때로는 사람이 깃발이 되는 것이다.”  

(*출처 박노해 사진전 [다른 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지하 1층 2014,2.5-3.3 중에서 ‘사람의 깃발’ 설명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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