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기독교인, Christian)이라는 개념에 대하여(1)]
[이 글은 나의 페이스북에다 2018년11월29일 시작으로 다섯 번에 걸쳐 쓴 글 중 첫 번째 글입니다]
나의 어머니는 좋게 말하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한국형 기독교인 말이다. 장로교에 기반을 두었지만 여의도 순복음적인 요소가 가미된 기독교인이었다는 뜻이다. 이 말의 진실한 의미는 샤머니즘 요소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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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주일학교에서 성경을 외다시피 했다. 이런 생활은 청년기에까지 계속되었다. 성경지식에 관한 한 꽤 괜찮은 수준이었는데, 그것이 곧 신앙의 지표라고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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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기도를 다녀오신 어머니는 아침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은 우리 머리맡에서 침을 튀기면서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셨다. 얼굴에 튀는 침을 피하기 위해 이불속으로 숨기도 했다. 자식들 잘 되라는 기도였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자식들 4남매가 잘못된 것은 없는 것으로 봐서 기도빨이 먹힌 것으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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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가 한국형 기독교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독일유학시절이었다. 한국인에게는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창조주 여호와 하나님께 자신의 소원을 비는 것이 기도였고, 그 주제는 언제나 경제적 축복, 건강의 축복, 권력과 명예의 축복이었다. 이것이 기독교의 본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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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이 종교가 뭐냐고 묻는 경우란 없지만, 아주 친해지면 맥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종교와 정치에 관한 얘기도 재미있게 떠든다. 독일친구의 대답은 "Ich bin Christ."(=I am a Christian)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직역하면 "내가 곧 그리스도=내가 곧 예수=내가 곧 구세주"라는 말이다. 나는 이 말에 충격을 받았다. 속으로 '네가 예수란 말이냐'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영어(I am a Christian)로는 "내가 곧 작은 그리스도"라는 말이다. 독일어로는 예수, 영어로는 작은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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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이 말("Ich bin Christ.")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며 유학생활을 보냈다. 시간 날 때마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찾기 위해 철학과와 신학과를 전전하면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 친구가 했던 말은 예수처럼 사는 사람을 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적어도 일상생활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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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해서 한국형 기독교는 한국형 민주주의만큼이나 개판이라는 것을 알았다. 적응하기 어려웠다. 수능시험 보기 전에 목사들이 축복기도를 해주면서 헌금을 받고 100일간 특별(새벽) 기도를 하자고 한다. 물질적, 상업적, 자본주의적 샤머니즘과 결탁해 버렸기 때문에 나는 한국형 기독교를 포기했다. 기독교적 의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그 속에 예수는 사라지고 오직 목사들의 권위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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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들만이라도 제 역할을 했다면, 대한민국이 이렇게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가 될 수 없다. 장로 대통령, 전도사 국무총리가 있었는데, 온 나라가 개판이 된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양승태 대법원에서 적어도 몇 명은 기독교인이 있었을 텐데, 어찌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이 이렇게도 없다는 말인가?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해 왔다. 결론은 한국형 기독교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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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독교, 나는 그것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