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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관식 May 17. 2018

늘 기억하는 '과하지욕', 대신 할 말 있다면 당당히!

무조건 참으면 병,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패, 이성적으로 꼬집으면 승

살다 보면, 혹은 일하다 보면 억울하거나 순간 화가 날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때 대부분은 사회적인 관계나 미칠 파장을 우려해 속으로 삭히고 만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너무 사람 좋게 "네~ 네~"하는 경우 착하다는 얘기를 들을지 몰라도 '착하다'는 수식어는 요즘 세상에 칭찬보다는 독인 듯하다. 차라리 "저 사람은 OOO에 민감해" 혹은 "(교정 볼 때) 저이는 매의 눈을 가졌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오히려 프로다운,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나 자신이 주위로부터 덜 스트레스받을 수 있는 길인 듯하다.


잠시 얘기가 겉돌긴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만큼 나 자신에게 억울한 일도 많을 테고,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이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당장 참아내고 앞으로를 위해 견디어내야 하는 상황이 있는 반면, 바로바로 받아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 이를 구분해서 잘 처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내가 처음 매체에 입사해서 글을 쓰는 동안, 데스크에 조인트도 많이 까였다. 합당한 논리로 무장해 나의 무지함을 지적하는 것이라면 백 번이라도 받아낼 자신이 있고, 또 그래야 한다. 그 순간 "지적이 기분 나쁘다"며 짜증내거나 슬픈 표정을 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어떤 지적이 기분 좋을까 싶다만. 하지만 인간적인 수모는 바로 얘기하지 않으면 모른다.


습관처럼 상대를 무시하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말투, 나아가 말끝마다 욕이 이어지거나 불합리한 지적이 이어질 경우는 한 번쯤 화를 내거나 바른말을 토해내는 것이 상책인 듯하다.


내 경우는 이랬다. 참다 참다, 혹은 웃어넘기다가 이건 아니다 싶으면 조금 목소리를 높여 얘기하기도 했다.


앞은 이렇고 뒤는 이런데,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이랬다. 물론 나도 조심해야 했지만 역으로 내가 그런 얘기 들었을 때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점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


하고 말이다.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르는 상대가 있다. 그때는 어떻게 해서든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반대로 잠시의 굴욕은 참아야 할 때도 있다. 대세에 지장을 주거나 영향을 미치는 경우다. 가령, 갑과 을의 사이를 예로 들어보면 더 와 닿겠다. 갑이 갑질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지나친 갑질은 경찰에 신고해야 맞다. 하지만 일적인 부분에서 불합리한 선택이나 을의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해 미쳐버릴 때가 있다. 그렇다고 갑과 감정적인 언쟁이 오가는 건 나중에 보면 마이너스인 듯하다. 회사에 미칠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 상사나 회사에 정식으로 안건으로 올려 윗선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을 우선해보는 게 좋다.


하지만 인간적인 모욕은 반대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 그것도 본인이. 그런 말을 들었을 경우 앞서처럼 반드시 고칠 수 있도록 바로 얘기해야 한다. 특히 이런 민감하고 예민한 부분은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소멸성이 강하다. "물론 업무적인 측면에서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금 말씀하신 부분은 제 업무와 관련된 부분이 아니기에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다음부터 그런 말씀은 삼가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이다.


참고 이겨낼 건 이겨내되, 더러 할 말을 하고 살자. 당당히 말이다. 대신 너무 감정에 치우쳐 반응하지 말자. 어떤 일이든 감정이 우선되면 실수를 곱절로 더 하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실수를 많이 했고.


요즘 '중원문화'에서 발간한 <십팔사략>(천승세 평역, 전 8권)을 읽고 있는 중이다. 이 책에 보면, 이런 얘기가 유독 많이 나온다. 잠깐의 치욕은, 나중의 큰 포부를 위해 참아내라고 말이다. 한신이 거리 불량배 가랑이 사이로 지나간 '과하지욕' 이야기도 내 심금을 울렸고, 진시황 살해에 실패한 형가도 타인과의 싸움은 가능한 한 피했다는 점도 느낀 게 많았다. 그리고 홍문지회로 유명한, 유방이 자기보다 무려 25살 어린 항우에게 한 수 접고 들어가 목숨을 구한 뒤 훗날 항우를 물리쳐 세상을 얻은 일화가 가슴에 콱 박혀 화룡정점을 찍었다.


때로는 당장의 쓸모없는 게임의 싸움이나 논쟁으로 감정과 소모하고 인생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참고 이겨낼 것은 이겨내되, 그 안에서 내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할 말은 당당히 하는 인생을 살아보고자 한다. 또한 목표를 목전에 두고 작은 이익이나 금전에도 흔들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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