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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Mar 07. 2024

일반인문 CCXXVI 醉中無天子 취중무천자

; 말은 할 탓이요. 술은 먹을 탓이다

酒が人をダメにするのではなく

その人が元々、ダメな人だということを酒が暴いてくれる

술이 사람을 못된 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원래 못된 놈이라는 것을 술이 밝혀준다


몇해전(2018년) 일본 어느 술집의 명언이라고 SNS를 통해 온라인에 빠르게 퍼지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술꾼들에게는 웃픈 가쉽거리의 글입니다.

‘어느술집앞’이라는 출처에 관해서는 정정할 부분이죠.

이 글은 ‘美容室のメッセージ性が強かった 미용실 앞의 강한 메시지‘라는 제목으로 트위터에 올려진 것으로 술집이 아니라 어느 미용실앞에서 있던 것을 국내 모 커뮤니티에 올린것이 퍼져나가게 된것이죠.


게시된 원글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지만 비슷한 내용으로 1970년대 일본 참의원을 지내고 일본의 유명한 방송 쇼텐의 초대 사회자를 맡았던 방송인 立川談志 타테카와 단시가 남긴 말이 있습니다.

酒が人間をダメにするんじゃない。人間はもともとダメだということを教えてくれるものだ

술이 인간을 망치는 게 아니다. 인간은 원래 망가지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술은 무죄, 탐닉한 인간은 유죄라는 이야기일것입니다.


조상들은 술을 신성한 음식이고 신에게 바치는 음식이고, 음복(飮福)을 매개로 인간은 신과 하나가 되는 등 복을 주는 징표로 여겨 관혼상제때 술이 없으면 의식을 행할 수 없었습니다.

미사를 집전하는 천주교 신부들이 포도주를 마시며 예수의 피(희생)를 기리는 의식도 예수와 성직자의 합일을 의미이기도 합니다.

흔히 “술이나 한잔하자”는 말도 ‘너’와 ‘나’의 내적 동질화를 이루자는 ‘친밀함’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살인이나 성폭행처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후 “술김에 저질렀다”고 술 탓을 하는 정신나간 행위는 지탄받아야 할 ‘광약’ 수준으로 이쯤 되면 취중무천자(醉中無天子·술에 취하면 하늘 아래 두려운 사람이 없음)의 뻔뻔함이 극에 달한 셈임에는 의미입니다.


이런 날씨니까 하며 마시고, 이런 시절이니까 하며 또 마시고 눈을 보며 마시고, 꽃을 보며 마시고, 축하한다고 마시고, 죽음을 슬퍼하며 마시고, 이유를 만들고, 무슨 일이 생기면 핑계 삼아 변명 삼아 마신다. 아무 일도 없을 때는 마시지 않아야 하지만 그런 일은 결단코 없으며, “오늘은 아무 일도 없으니까. 어쩔 수 없군. 마셔야겠어.”라며 마신다.
 마시면 취한다. 취하면 즐거워진다. 즐거우면 마시고 싶어지기 때문에 더 마신다. 그러면 더 취한다. 그래서 더 즐거워지기 때문에 더 마신다. 무한 반복되고 꼭지가 돌 때까지 마신다. 꼭지가 돌고 한계점에 도달하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폭발했을 거야. 

- 본문 p. 213p


술에 취해 자빠지거나 말도 안되는 시비로 싸움이 일어나거나, 버스 종점까지가고,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해 이불킥이었던일 등 다들 한 번쯤 술에 취해 자신만의 흑역사를 써 본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자타공인 ‘술꾼’으로 인정받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술에 얽힌 에피소드가 천일야화 뺨치는 수준일 것입니다. 

몇해 전(2020년) 30년간 매일같이 술을 마신 술고래 작가 ‘마치다 고’의 금주 에세가 출판되었습니다.

작가는 금주를 술을 마시고 싶은 ‘제정신’과 술을 끊고자 하는 ‘광기’와의 싸움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마치다 고는 아쿠타가와상,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가와바타 야스나리상, 노마문예상 수상작가로, 문학상 그랜드슬램의 원천이 ‘술’이라고 당당히 밝히는 일본 최고의 애주(작)가입니다.

오후에 술을 마시기 위해서 되도록 모든 일을 오전 중으로 끝낼 만큼 음주 중심형 인생을 살던 그는 어느 날, 불현듯 금주를 결심했습니다. 

작가 본인의 금주가 건강 이상, 마음 이상, 사상 전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비롯되었고, 술로 인한 ‘일시적인 쾌락’ 뒤에 남는 숙취와 주정, 금전적 손실 등 ‘지속적인 부채’에 대한 부담도 금주에 한 몫 했음을 고백합니다.

저자가 추천하는 금주 방법이 독특합니다. 

작가는 금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술을 마시든 마시지 않든 인생은 쓸쓸하다’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술은 기분이 좋아 마시기도 하지만, 대체로 즐겁지 않은 인생에서 즐거움을 느끼고자 마시게 되니, ‘인생은 ‘인생은 즐겁지 않다고 몇 번이고’ 되뇌라고 하며 자신을 ‘보통 이하의 사람’라고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스스로 정하는 ‘보통의 기준’을 평범하게 낮춤으로 보통 이하의 평범한 사람의 인생이 원래 즐겁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술 마시는 이유’를 없애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더는 즐거움을 좇기 위해 술을 마시고, 그 술이 고스란히 부채로 남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화나는 일 투성이었던 고된 하루에 대한 보상으로 맥주를 먹겠다고 다짐하다가도, 그의 충고를 떠올리면 맥주 없이도 이 밤을 지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정신적 여유다. 다른 말로 하면 여백 정도라고나 할까. 놀이, 라고 해도 좋겠다. 지금까지는 그런 여유, 여백이 없었기 때문에 강한 자극을 목적으로 빠른 속도로, 그리고 최단거리로 가고 있었지만 여유, 여백이 생기면서 천천히, 가끔 멈추기도 하면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랬더니 그곳에 의외의 기쁨과 놀라움이 있었다. 꽃과 풀이 나 있고, 비 냄새가 나고, 사람의 사소한 표정 속에서 사랑과 슬픔이 보였다. 서둘러서 가면 못 보고 지나칠 것 같은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그런 것이야말로 행복이라는 사실을 겨우 알게 되었다. 

- 본문 p. 277
 
 사실, 책은 ‘술을 끊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금주’에 국한된 이야기라기보다는 리듬감 있는 문장과 위트 있는 언어로 쓰여진 ‘인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인생에서 술이 빠지더라도 무채색에 재미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무료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며. 오히려 금주를 하게 되면 순간순간 느낄 수 있는 어떤 작은 행복,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주종을 가리지 않고 술을 즐기는 사람이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1년 중 한달반 정도의 시간의 금주기간을 가집니다.

애주가로 이 기간은 절제의 시간이 되는것이죠.

이 시간에 적절한 책이라 소개해 봅니다.


술은 잘못이 없다 - 마치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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