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복初伏의 복달임과 하삭음河朔飮
오늘은 초복입니다.
복달임이 필요하겠죠.
과거, 궁중이나 경제력을 갖춘 양반들은 소고기를 넣은 장국을 뜨끈하게 끓여 먹거나 닭에 갖가지 몸에 이로운 한약재를 넣고 달여낸 삼계탕을 먹어 기운을 북돋우고 단백질을 공급받았지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지나치게 비싼 음식이었습니다.
소는 평생의 생업인 농사를 위한 농기구로 떠받들어도 모자란 판이었으니 소를 잡아 그 고기를 넉넉하게 넣고 끓여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같은 닭을 끓여도 백숙이라 하여 물과 닭만 넣고 푹 삶은 탕을 먹었던 서민들은 이나마도 달걀을 낳아 소득을 올려줄 닭이라는 비싼 재료를 사용한 음식이기에 특별한 날 큰마음을 먹지 않는 한, 함부로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온 동네에 비교적 많은 개체수가 확보되어 있고,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수시로 낳으며, 훔쳐갈 만한 물건 없이 빡빡하게 사는 삶 속에 도둑을 지킨다는 기능이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개의 존재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생각되었을 것입니다.
하물며 하루에 두 끼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조선시대에, 그 두 끼마저 제대로 먹지 못하는 곤궁한 삶을 살았던 우리네 조상님들이 여름을 버텨내기 위해 개장국을 먹었던 것은 쉽게 손가락질하듯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입니다.
이렇듯 조선시대의 개장국은 최고의 여름 복달임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조선시대 궁중과 알려진 양반가에서는 복달임음식으로 민어를 사용한 탕이나 찜을 최고로 쳤습니다.
그래, 복달임음식으로 민어는 일품, 도미는 이품, 개장국은 삼품이라는 말이 내려오는것 같습니다.
복달임과 함께 짝을 이루는 하삭음河朔飮!
우리 술 가양주에는 화창한 봄날에는 음식과 가양주를 싸들고 소풍을 나가 꽃과 함께 술과 음식을 먹는 진달래꽃을 넣어 만든 ‘두견주’, 복숭아꽃을 넣은 ‘도화주’, 소나무 새순을 넣은 ‘송순주’ 가 있었고 단오에는 식욕 증진과 피로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 석창포 뿌리로 빚은 ‘창포주菖蒲酒’를 마셨습니다.
여름인 음력 6월 보름 유두일流頭日(7월20일)에는 산속 폭포에서 머리를 감고 계곡에서 마시는 하삭음河朔飮, 더위를 피해 술을 취하도록 마셨다는 음력 7월 7일(올해 8월10일) 칠석음 七夕飮, 가을인 중양절 重陽節(음력 9월 9일)에는 국화주를 즐겼고 추석에는 햅쌀로 빚은 신도주 新稻酒로 제주를 올렸죠.
겨울철의 대표적인 술로는 설날에 온 가족이 마시는 산초와 방풍, 백출, 길경 등의 약재를 붉은 주머니에 담아 마을 우물에 넣었다가 꺼내어 담근 도소주屠蘇酒가 있었고 머슴의 날(2월 1일)에 머슴들이 마시던 탁주(막걸리)가 있었습니다.
초복인 오늘 저녁은 복달임과 함께 하삭음 약속이 있습니다.
河朔飮 하삭음은 당의 서견 등이 편찬한 初學記 초학기에 나오는 말로 후한말 유송이 원소의 자제와 함께 하삭, 즉 하북에서 삼복더위를 피하기 위해 밤낮 주연을 연 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함안군수시절, 오홍묵은 ‘함안총쇄록 咸安叢瑣錄’에서 1890년 6월 2일 초복날 저녁에 "해가 서쪽에 있을 때 닭을 삶아 술을 마셨다." 그러면서 "하삭지음(河朔之飮)을 본받았다"고 적고 있습니다.
초복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