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11월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 나는 반딧불 중
2020년 인디밴드 중식이의 ‘나는 반딧불’을 지난해2024년 황가람이 커버하며 가을 감성 제대로 터뜨리며 많은이들의 마음을 시나브로 스며들게 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오랜동안 잊혀지지 않게 철인되어진 단막드라마이자 올해 4월 작고하신 고 서정인 님의 소설 「강」이 생각났습니다.
1987년 MBC에서 방영된 베스트셀러극장 「강」이라는 단막극은 1995년 당시 평균 시청률 50.8% 주연 모래시계의 강우석역, 1991년 평균 시청률 59% 여명의 눈동자 장하림역의 당시 신인 박상원이 데뷔후 첫 주연작입니다.
한 소년, 청년 화자는 강가 마을에서 자랍니다.
강 저편에는 살림이 어려운 외딴 집, 가난하고 고독한 한 여자(소녀)가 살고 있고 화자는 성장 과정에서 그 여자를 멀리서 바라보며 호기심, 연민, 동경, 애틋함을 느낍니다.
강은 두 사람을 가르는 경계이자, 쉽게 건널 수 없는 삶의 간극이다.
화자는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신분, 계층, 환경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에 결국 가까워지지 못합니다.
마지막에 화자는 그녀가 삶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 속에 살거나, 혹은 사라졌다는 소문을 듣게되었고 화자는 강을 바라보며, 자신이 손 내밀지 못했던 과거의 무력감, 그리고 인간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거리를 깨닫는다는 원작 소설의 내용은 지금의 자극적인 환경에서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내용이 오히려 차분히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작을 드라마 베스트셀러극장 「강 (1987)」 은 이야기 구조를 대중적 감정선(멜로드라마)으로 보완하고 캐릭터 감정 설명을 대사형, 회상형으로 강화하며 사회적 갈등(가난, 도시화, 기성세대의 억압)을 가시적으로 시각화하는 각색의 모습을 보입니다.
원작의 내면적, 철학적 긴장을 보다 관계, 사건 중심으로 재해석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청년 세대 변화, 가난, 도시화, 취업난 등 현실적 문제 부상하며 문학의 심리, 철학적 서사를 청년 성장 드라마로 재구성하는 방송 트렌드와 캐릭터의 갈등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인물 중심 서사 확장하며 이런 각색이 되었던것으로 보입니다.
밤이 깊어 아직도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늙은 대학생이 민박한 시골집엔 남포등 밑에서 공부하는 소년이 있습니다.
그 소년은 소읍 국민학교에서 1등만 해온 천재소년 이라고하는데 늙은 대학생은 그 소년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보낸 시절을 되새깁니다.
천재로 불렸던 소년 시절,
수재로 불렸던 중학시절,
우등생이었던 고교시절,
그리고 보통이 돼버린 대학생…
이 나레이션이 지금까지 이 드라마를 기억하게 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늘 주목받고 살던 한 청소년의 눈에 비친 신인 배우의 덤덤한 대사는 대학 시절의 순수함, 첫 여행, 젊음을 향수로 느끼게 하는 스스로에게 과거와 미래를 묻는 시간이었던것 같습니다.
이제 김광석의 서른즘에라는 음악도 한차믈 흘러버린 지금의 모습에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를 통해 어쩌면 이제 11월을 바라보며 가을을 바라보는지 모릅니다.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마다 강가에 섰다.
하지만 시간은 건널 수 없는 강처럼
언제나 내 앞을 흘러가고 있었다.
- 소설 강 중
이 드라마를 통해 당시 세대(386세대)의 감정선과 지금 Gen Z가 느낄 수 있는 그것과의 치이는 많아보이기는 합니다.
개인의 성향을 분석하는 최근 트렌드는 아마도 MBTI 일텐데 이를 통해 비교해 보자면,
386세대(1980~90년대)의 전형적으로 강화된 MBTI 코드는 대의, 책임, 헌신, 연대, 참여라는 키워드로 주로 EJ, FJ, NF, SJ성향을 보였던것과 대비되는 Gen Z의 경우 안전, 정서관리, 리스크회피, 개별성, 효율로 대변하는 IP, TP, NP, IN성향으로 분명 드라마를 통해 다소 다른 느낌의 감정이 발현될것입니다.
강을 건너면 다른 삶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건넌 뒤에도 강은 있었고,
나는 다시 그것을 바라보아야 했다.
- 소설 강 중
시간은 흐르는데 나는 제자리라는 주인공 보여주는 자기성찰은 자기계발, 스펙 압박에, 초 단위의 정보 변화로 알고리즘이 주도하는 Always-On세대에게 세상의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는 시간 불안(time anxiety)으로 닿을것이고 시간이 흘러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라는 드라마의 단일한 정체성 질문에 대하여 Gen Z에게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현실에 정체성의 다양성과 자아의 변화(본케와 부케를 확장하는)로 바라볼것입니다.
「강」은 1987년 청춘의 실존적 불안을 그렸지만,21세기에는 속도, 불안, 관계 피로, 정체성 분열의 시대에 자기를 다시 ‘흐르게’ 만드는 오래된 답안지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강물은 잠시도 그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도 그러했다.
멈추어 있는 듯 보여도, 이미 어딘가로 흘러가 버린 뒤였다.
- 소설 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