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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Jun 26. 2017

제주의 음식 03 해장국

; 여섯. 여행지에서 거하게 마신 술독을 풀어줄 해장국

일상에서 이뤄지는 술자리 이 후 찾아오는 숙취에 대해 각자가 여러가지 형태로 푸는 방법이 있다.

집에서라면 북엇국이나 콩나물 해장국이 주류를 이루거나 요즘은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경우도 있다.

여행지의 술자리는 편해진 마음으로 한두잔이라도 더 마시게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다음날 여행일정에 차질을 빚기도 하는데, 그래 찾곤 하는곳이 그 지역의 해장국집이다.


해장국은 술을 깨기 위한 해장술의 안주로 시작된 음식이다. 

해장국이란 解酲해정, 즉 술로 인한 숙취를 풀기 위한 해정국에서 온 말로 장국밥과 결합해 해장국으로 이름이 변한다.

물론 해정주라는 말이 먼저 등장한다(1856년 字類註釋자류주석)

20세기 초반 들어서 해정주 혹은 해정술은 술 먹은 다음 날 술 깨기 위해 마시는 술로 대중화된다. 

해정주와 함께 먹는 술국인 해정국도 이때쯤 등장하는데 이때 문헌에 나오는 해정국은 三太湯삼태탕으로 불린운 것으로 명태, 콩나물과 두부가 들어 있는 것으로 콩나물해장국, 명태해장국, 두부해장국으로 갈라지기 전 하나의 해장국이었다.

이후 전주의 콩나물국밥이 탄생하고 횡성에는 황태, 하동과 부산엔 재첩과 복국이 해장국의 자리를 잡았다.


제주에서는 3개월 정도 된 돼지고기를 다져서 참기름, 마늘, 생강, 후춧가루, 고춧가루, 간장으로 만든 양념을 국물처럼 먹던 돼지새끼회를 해장 음식으로 즐겨 먹었다.

이것이 해장이라기보다는 별미로 먹는 한끼에 가까운 돼지국수의 전신이 되는 셈이다.


제주에는 이 밖에도 해장으로 먹는 음식이 여러개 있는데,

고기국물에 바다에서 뜯은 '몸'을 넣고 메밀 가루를 풀어 끓인 몸국,

된장을 풀고 텃팥에서 기른 배추를 너푼너푼 썰어 넣은 각재기국(전갱이),

해콩가루를 덩어리가 몽글몽글 생기게 끓인 콩국,

이제는 진짜를 찾을 수 없지만 게, 새우, 조개 등으로 간을 맞춘 오분작이뚝배기,

소금으로만 간을하며 자체에서 우러난 국물이 최고인 옥돔국,

통통한 겨울 장대(양태)를 이용한 장대국 등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그 중 오늘은 사골국물에 우거지, 콩나물, 내장과 선지등이 들어간 서울식 해장국의 초창기 모습인 용문해장국(청진동 해장국)스타일과 유사한 소고기 해장국에 대해 이야기 해 본다.


관광객과 도민의 외식수요 증가와 맞물려 도내 해장국집은 2017년 4월 현재 400개가 넘었다.

맛집 탐방이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자리 잡고 인구증가와 외식수요시장이 확대되며 근 3년사이에 2배로 늘어난 셈이다.

그래 해장국 전문점이 관광객들의 방문 목록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유명세를 타는 몇몇 집을 제외하고는 영향력에 밀려 영세한 상태로 영업을 하고 있다.

더군다난 유명세가 이어지는 몇곳은 대형화 하며 프랜차이즈로 확장하고 있다.

이미 청진동 해장국의 프랜차이즈화 하며 보여준 모습에서 실패의 가능성이 걱정스런 기우를 만들어낸다.

어찌 되었든 SNS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몇곳을 이야기 해 본다.


우선 90년대 초반부터 다녔던 미풍해장국.

그땐 새벽 5시에 문을 열면 택시 기사들이 즐비하게 줄을 섰다.

아침 비행기를 타는 관광객들도 숨가쁘게 먹어대던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제주도 최고 명문 해장국집이다.

이 집에 들어서면 다른 건 시킬 것도 없고 메뉴라고는 오로지 해장국 하나!

자리에 앉으면 국물이 듬뿍 담긴 깍두기가 나온다.

국물은 벌겋지만 시원하고, 깎두기에 그다지 매운 맛은 없다.

그리고 된장과 고추가 나오는 데 이 고추가 환상적으로 맵다.

흔히 얘기하는 제주도 토종 고추인데 청양고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먹을 수가 있다.

생김새는 못생겼고, 알도 작고, 길이도 짧은 데 아무튼 맵기로는 전국적으로 뒤지지 않을 정도의 매운 맛을 자랑한다.

그리고 덜렁 뚝배기에 해장국과 밥이 따로, 따로국밥 형식으로 등장한다.

주문을 받으면서 매운정도를 물어 본다.

아침에 매운 걸 잘못 먹는 사람이 이 집 해장국을 잘못 먹었다가는 속이 풀리기는커녕 속이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인가 보다.

해장국에는 콩나물, 우거지, 당면, 선지, 쇠고기, 머리고기 등이 듬뿍 들어가 있고 국물은 아주 얼큰하다.

토종 고추와 곁들여 먹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을 "하~하~" 거리면서 먹어야 될 지도 모른다.

물론 더 매운 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여기에 마늘 다진 게 따로 나온다.

그야말로 얼큰한 걸로 속을 풀기를 원하시는 이들에게는 딱 떨어지는 그런 해장국이다.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한 지가 50년 가까이 됐고, 택시 기사분들이 단골이 많아 공항에서 택시 잡고 중앙로 미풍식당 가자고 해도 된다.

신제주와 서귀포에도 분점이 생겼지만 아무래도 원래 그 집만을 가게된다.

이제는 90년대초반 3,000원이더 가격도 8,000원이 되었다.


다음은 올레꾼들의 입소문으로 엄청 커진 은희네 해장국.

여기도 기본적으로 미풍해장국과 유사하다.

고추, 물 깍두기, 김치, 다진마늘

어떤 이들은 단골 식당으로 선정한 이유를 김치 맛이 좋아서 라고 말하고 있고 그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은 달달하면서도 아삭하고 시원한 깍두기의 맛이 일품이라 리필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매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경악할 정도로 매운 청양고추도 화끈한 속풀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감초와도 같은 존재. 

진하게 우려낸 육수라 그냥 먹어도 그만이지만, 여기에 다진 마늘을 살짝 풀어 넣으면 최고의 국물 맛을 볼 수 있다.

푸짐한 고기 살점과 선지, 그리고 당면, 무엇보다도 이곳 은희네해장국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콩나물.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순수 한우가 아닌 수입산 소고기를 섞어 쓴다는 점.

간혹 선지를 싫어하는 사람은 주문하면서 선지를 빼달라고 하면 된다.

발란스도 좋고 풍미도 훌륭하고 미풍, 모이세와 견줄만 하다.

구제주 인제사거리 놀이터 앞 조용한 주택가지만 이곳은 주차전쟁, 해장국 8,000원

은희네해장국은 동네사람들로 유명해진 해장국집이지만 워낙에 제주전역에 많이 알려지다 보니 최근에는 서부권인 제주시 외도지역에도 분점을 냈다. 


10년 전만 해도 3대 해장국에 모이세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향인것 같아 제외 했다.


제주시청부근 한우 해장국 맛집인 백성원 해장국.

원래 상호는 양대곱.

그러다 보니 특이하게 내장탕이 있다.

그래 해장국, 내장탕, 곰탕을 취향별로 먹을수있다.

또하나의 배려는 보통 매운고추만 나오는 대부분의 해장국집과는 달리 파란건 안매운것, 빨간건 매운것

이렇게 두가지로 나눠준다.

해장국은 투명한 국에 다대기가 넣어져 나오는데 다대기 섞지않았을때의 국물이 훨씬 맛난다.

내장탕은 해장국과 다른 국물맛으로 쌉싸름한맛이 난다.

내장이 이것저것들어있다.

국물은 별로 였지만 건더기는 나쁘지 않다.

내장탕 먹으면 양만 많이 있던가 곱창만 많이 들어있거나 하는게 대부분이었는데 각 내장이 다 골고루 균형있게 들어있는곳은 흔치 않다.

홍창, 대창, 곱창 그리고 양

보통 내장탕은 맑은 국물이고 해내탕은 붉은 국물인데 여긴 다대기를 넣어준다.

그외에는 김치에 들어있던 깍두기도 맛나고 깔끔한 내부분위기도 좋다.


다음은 우진 해장국

서문사거리 부근 복개추차장 인근.

약간은 생소한 이름인 제주육개장. 

제주고사리를 고기와 함께 갈아 넣은 걸쭉한 국물의 맛이 일품이다. 

처음 접할때 비줄얼은 젓갈같다.

비릿내도 날것 같고…...

한술 뜨면 이런 걱정들이 말끔히 사라진다.

밥에다 비벼 먹어도 맛있고, 말아먹어도 맛있고, 국물만 떠먹어도 맛있다.

제주의 여느 해장국집 처럼 함께 나오는 청양고추는 정말 매우니 조심해야한다.


다음은 1994년부터 꾸준한 맛을 지켜온 곳이라 

은희네해장국의 원조라는 이야기도 있는 대춘식당.

맛에 비밀을 지키기위해가족끼리만 운영하는 집이다.

이집도 내장탕이 기본이고 여기에 해장국도 있다.

사골국물에 얼큰하게 내장이 가득 담겨나오는 얼큰한 국물.

살짝 순한맛을 원하면 날계란도 주는데 풀어 먹으면 된다.

이 집도 반찬은 그냥 소소하게 김치랑 깍두기 그리고 풋고추가 끝.

제주도민들이 자주 가는 제주맛집이다.

이집은 지금 공사중이다.

8월에 오픈한다고 하고 지금은 2호점이 영업중이다.


이 밖에도 순풍, 곰, 봉, 우경, 삼일, 방일, 미향, 공단, 동부두, 삼십년, 광양등등 각자 취향대로의 매니아들을 거느리며 든든한 아침 해장을 담당하는 제주의 해장국의 색은 비슷한 내용물에, 거의 같은 밑반찬을 제공 하지만 미묘한 맛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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