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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Feb 24. 2018

제주의 음식 09 흑우

; 열둘. 제주흑우

わぎゅう(和牛와규)는 들어보았지만, 우리나라의 검은 소?

생각해 보면 옛날이야기 중 '황희정승과 농부 - 검은 소가 일을 잘하오? 누런 소가 일을 잘하오?'에서 검은 소를 들어보긴 한 것 같다.

천연기념물 347호 제주마, 550호 제주 흑돼지, 546호 제주 흑우.

전신의 털이 흑색인 제주흑우는 체구가 작고 지구력이 좋아 거친 밭농사에 널리 활용되는 등 척박한 땅을 일구며 가난을 극복해 온 집안의 식구와 같은 존재로서 굴곡 많은 제주역사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제주선인들의 지혜의 산물이었다.

제주의 흑돼지와 제주마에 비하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검은 쉐.

최근 예능과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이제는 한번쯤 들어봄직한 제주 흑우.

자칫 멸종이 될 뻔 했던 제주흑우가 지금은 천연기념물 546호로 지정되면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0년전 300만관객을 동원한 인디영화 워낭소리.

워낭소리에서 본 누런 황소만을 우리 고유의 재래소인 줄 알고 있었다.


牛醫方우의방(1399년)에 보면 우리나라 한우의 모색은 아주 다양하다.

누런색의 황우黃牛-황소,

검은색의 흑우黑牛-흑소,

얼룩색의 리우牛-얼룩소*1,

흰색의 백우白牛-흰소,

검푸른색의 청우靑牛-검푸른소,

사슴같은 녹반우鹿斑牛-점박이소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1 한자로는 얼룩무늬가 몸에 흩어져 있다하여 흩어질 리를 써 리우牛 또는 얼룩얼룩한 무늬가 몸에 있다하여 얼룩 이犁를 써 이우犁牛라고도 하며 일제강점기에는 줄무늬가 황소 몸통에 수렴을 친 것 같다하여 일본식으로 렴우簾牛라 부르기도 하였다. 얼룩소를 검은 점이 듬성듬성 있는 홀스타인 젖소로 잘못알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지만 얼룩소는 엄연히 우리 재래소인 칡소다.


2006년 문화재청 지원으로 남한과 북한 학자들이 공동으로 실시한 황해도 안악 용순면 유순리 고구려 안악 3호 고분에는 흑소, 황소, 칡소가 채색화로 그대로 남아 있다.

안악 3호분 벽화의 흑우

1910년 朝鮮之産牛조선지산우에 발표된 결과를 보면 한우의 모색은 주로 적색이지만 적갈색소도 있고 흑백무늬소도 있다.  1920년 朝鮮農會報조선농회보에서도 한우 모색은 주로 갈색이지만 적갈색, 황갈색, 흑색, 흑갈색, 회갈색, 백색 등 다양하다고 하였다.


다양함뿐 아니라 흑우는 삼국시대부터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매우 귀한 소로 인정을 받고 우수한 품종으로 기록된 여러 역사적 자료들이 존재하고 있다.

흑우는 국가의 제향 또는 임금의 친경 등에 쓰이는 아주 귀한 공물이었다.


조선왕조실록 영조 18권 8년 11월에 보면

祭享黑牛係是莫重薦獻之需 제향흑우계시막중천헌지수

제향에 쓰이는 흑우는 더 없이 중요한 제사에 바치는 물건이다


영조 108권 43년 1월에 보면

親耕時用黑牛 친경시용흑우

친경*2에 흑우를 사용하도록 명하였다

흑우와 생청어는 황간현과 창원부에 올려졌는데, 특히 宗廟薦新종묘천신(종묘에 새로 나온 곡식이나 과실을 먼저 올리는 의식)에 받들어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2친경; 왕실 의식으로서 왕이 직접 논밭에서 소를 끌고 쟁기질을 하며 풍작을 기원하는 행사.

선농제 때 왕은 검은 소 두 마리를 친경우로 사용하고, 농부 50인은 50두의 멍에를 씌운 소를 이용하여 나머지 밭을 모두 갈았다.-親耕儀軌친경의궤

흑우 중에서도 제주흑우는 고기 맛이 우수하여 고려시대 이래 삼명일(임금의 생일, 정월 초하루, 동지)에 제향·진상품으로 공출하였다. -세종실록

가뭄 피해가 극심하여 흑우가 병에 전염되어 죽으니 제사에 쓸 물건이 줄어들어 걱정이다. -중종 36년

임진왜란 당시에 명나라가 원병을 보내 도움을 준 것을 기리는 제사에 흑우를 이용한다. -숙종 30년, 영조 38년

병자호란 당시 금(金)나라와의 화친을 위해 백마와 흑우를 잡아 신의를 표하면 어떠한가를 논의한다. -인조 5년

또 정조 8년에는 제주의 기근으로 백성을 위로하는 문서에서 다른 공물의 진상은 연기하나 흑우, 감귤, 말은 예외로 한다며, 흑우와 감귤은 더없이 중요한 제사에 바치는 물건이고 貢馬공마는 軍政군정에 속한 것이니만큼 경솔히 의논할 수 없다고 했다 하니, 제주흑우가 매우 귀한 진상품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 위치의 비중이 커서 당시 전염병에의해 흑우가 폐사하는것을 막기위해 우도와 가파도등에 분산사육하게되기도 했다.

가파도의 목장은 1840년에 영국 선박이 들어와 우마를 총으로 쏴서 잡아가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 이후 폐장되었다가 같은 해 헌종8년(1842년)에 주민들의 입도를 허가하였다.


당시 제주에는 5개의 흑우 전용목장이 이있었다.

어느날 자취를 감춰버린다.

그렇다면 흑우는 어떻게 우리에게서 사라진걸까?

조선시대부터 귀한 공물로 취급 받은 제주흑우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수탈의 대상이 됐고, 해방 이후에도 이어진 모색통일심사표준법(조선의 소는 적갈색을 표준으로 한다는 일제의 정책)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된 슬픈 역사.(1938년 12월17일 동아일보)

일제에 의해 1924~25년 제주 흑우 300여마리 수탈당했다.


1928년 三島縣미시마 소 천연기념물지정.
수탈당하는 제주 흑우 1925년

일본 문화재청에서는 미시마소는 무로마치 시대(1336-1573)에 조선반도에서 도래하여 현재까지 혼혈(교잡) 없이 사육되어 왔으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와규(和牛)로 일컬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1924년 일본으로 수탈된 제주흑우와 1928년 일본의 미시마소 천연기념물 지정은 공교로운 일로서 혼혈(교잡) 없이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미 학자들 사이에서는 명품 와규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검정소인 미시마소가 바탕이라고 알고 있다. 네덜란드의 홀스타인 젖소와 이 미시마소가 교잡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겐란규見蘭牛가 된 것이다. 일본 학자들은 고베규神戶牛를 개발하는데 무려 150년 걸렸다고 하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마치 벗꽃이 자신들의 꽃이라 주장하다 일본 열도에서 자셍지를 발견할 수 없어 입을 닫는 격이라고 할까


1945년 독립 국가가 되었음에도 우리는 일제의 터무니 없는 모색통일심사표준법 그대로 이어 받아 1970년 한우심사표준을 개정하면서 한우의 모색은 황갈색을 표준으로 한다라고 정함에 따라 황소만이 한우로 굳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제주에는 1960년대까지 제주에서 흑우를 볼 수 있었다.

많은 양의 소고기를 얻기 위해 외래종을 도입함으로 그 자취를 감췄다.

지금의 제주에는 흑우가 살고 있다.

어떻게 다시 돌아올수 있었을까?

제주축산진흥원의 숫소 울돌이는 제왕절개를 해서 낳은 숫소를 통해 흑우를 얻게 되었다.

우연히 1986년 달구지를 끌고 있던 흑우를 발견한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 문성호교수는 제주의 흑우를 처음 접하게되어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제주 흑우가 겨우 명맥을 잇고 있다고 생각해 훗날을 위해 정자를 채취해 -196도에서 동결보존하고 일본까지 가서 기술적인 부분을 정리하여 1993년 태어난 4마리의 흑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흑우 증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사라졌던 흑우의 개체수가 2017년 현재 1,700여마리로 증가하여 이제 흑우는 세계적인 유산으로 남게되었다.

그리고 이제 제주에서 흑우를 키우는 농장도 50곳으로 늘었다.

황우는 볏짚을 주로 먹이는데 반해 흑우에게는 산야초를 먹이며 정성스레 키운다.

어려운 점도 많다.

40개월정도 키우면 흑우는 350kg, 황우는 420~430kg

흑우는 황우에 비해 10개월 더 키워야 하고 출하시 황우에비해 80kg정도 덜 나간다.

황소보다 수익을 내기 어렵다.

그래 요즘은 황소암컷에 흑우숫컷을 교배시켜 체격을 키워낸 개량흑우를 만들어 냈다.

원종을 보존 하되 개량된 종을 통해 축산농가의 수익을 증가시켜 포기하는 농가가 없게 유지하게 된다.

태어날때 누런색을 띠다 2~3개월이 지나면서 머리, 꼬리에서부터 점차 흑색으로 변하게 된어 4~5개월 성체가 되면서 몸 전체가 검은색인 흑우로 변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근엔 흑우를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왔던 검은쇠 몰고오는(064-712-1692 제주 제주시 연동 296-7) 이라는 흑우 전문점은 인센티브를 지불하면서 흑우를 사용하고 있고 천연기념물인 제주흑우 일부를 분리해 식용으로 허가받고, 직영 농장에서 번식에 성공해 일반 소비자들도 제주흑우를 즐길 수 있게한 흑소랑(064-726-9966 제주 제주시 아라2동 3007-2)의 송동환 대표는 제주대학교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제주흑우를 연구하고 있고 3대째 흑우·한우 농장을 경영해오다가 제주시에 흑우·한우 전문점을 열었다.

이보다 먼저 서귀포시는 공사비 55억원을 들여 2010년 오픈한 흑한우 명품관(064-732-1486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262-1)은 농협에서 운영하는 전문점으로 흑한우와 보들결 한우를 주로 판매하는데 1층에는 흑돼지를 비롯해 한우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정육매장이고 2층은 전문 식당이다.

검은쇠 몰고오는
흑소랑
흑한우 명품관


흑우 고기는 한우보다 마블링이 훨씬적어 진홍빛을 띠는데 지방이 적어 기름지지 않고 단백하며 흑색의 다른 육류처럼 특유의 육향이 진하다.

질기지 않으면서 소고기 본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한우에 비해 10개월을 더 키워야 하니 가격을 낮출수 없다.

가격을 생각한다면 불편 할 수 밖에 없는 제주 흑우.

그런데 가격에 대해서는 일본 와규를 보자.


뉴욕 스테이크하우스에서 Filet Mignon steak 필렛미뇽 스테이크((뼈가 없는 쇠고기 부위로 안심이나 등심 부위를 가리키는 프랑스 조리 용어)를 만들때 비해 일본 와규和牛 비프스테이크는 일반 스테이크의 4배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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