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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다 Jun 15. 2020

제스프리의 자격

골드키위는 맛있다

요즘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제스프리 광고가 나온다. 제스프리 키위들이 스티커를 떼 버린다는 협박을 받다가, 마침내 떨어지는 순간! 악몽에서 깨어난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제스프리 스티커는 키위의 자격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요소인가보다. 그래, 나도 퇴근하면 제스프리 키위를 먹어야지!


하루종일 키위 생각을 하며 바삐 보내다가 마침내 집에 키위를 사들고 왔다. 그것도 그린키위보다 2천원이나 더 비싼 골드키위였다. 오늘의 나는 그것을 먹을 자격이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을 열었다... 엥? 넷 중 하나에는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았다. 결국 악몽이 현실이 되었구나. 안타까운 녀석. 아니 설마, 이 녀석은 제스프리가 아니라 첩자인 걸까? 나는 떨리는 손으로 키위를 반으로 나누고, 조심스럽게 한스푼 떴다. 입에 가져가는 순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맛이 없어도 그러려니 해야지.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지.


한입, 맛본다. 응? 두입, 맛본다. 너무너무 달콤하고 시원했다. 다시 내 손에 들린 키위 반쪽을 봤다. 어딜 봐도 스티커는 없었다. 그랬구나. 너의 자격은 타인이 규정할 수 없었구나.


맛있는지 훌륭한지 대단한지는 한낱 스티커 한장이나 남의 평가로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자신만이 나를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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