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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수 Dec 16. 2023

빨간색

일상 얘기

예전에 신문에 잠깐씩 나오는 운세를 보면 ‘행운의 색’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7가지 차크라도 무지개색을 가지고 있고, 내가 강하고 약한지에 따라 좋아하고 싫어하는 색과 연관되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어제는 꾸준히 연말 모임을 하는 친구들 a, b, c, d를 만났다. 항상 랜덤 마니또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다가, 올해는 앱의 도움을 받아 미리 마니또를 지정해 두었다. 그리고 나는 나의 마니또였던 c에게서 빨간 만년필을 선물 받았다. (아직 택배가 도착하지 않아 교환권으로 받음.ㅎㅎ)



c는 나에게 뭘 줄까 고민하다가 내가 글 쓰는 걸 좋아한다는 게 떠올라서 만년필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하얀색과 빨간색 둘 중에 고민을 하다가, 왠지 빨간색을 사고 싶었다고 한다. 하얀색이 나은가 싶다가도 어차피 집에서 글을 쓸 테니 좀 튀어도 상관없겠지 하며 골랐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사실 빨간색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빨간색 아이템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도 막상 받으니 싫지 않았다. 무엇보다 글은 키보드로 치니 집에서는 잘 안 쓸 것 같고 오히려 회사에서 많이 쓸 것 같은데, 이번에 새로 받은 2024년 회사 수첩이 마침 하얀색이라 오히려 빨간 만년필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내게 또 의도치 않게 생긴 빨간 아이템 하나가 생각났다.


수요일에 갑자기 어머님 혼자 서울에 올라오셨다가 예정에 없이 우리 집에 방문하셨다. 아들이 좋아하는 케이크와 며느리가 좋아하는 와인 한 병을 사들고 오셨다. 할미가 왔다고 신난 아이들과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내가 최근에 구입한 마사지 볼을 어머님이 써 보시더니 시원하다고 좋아하시는 것이다. 하나 사드려야겠다 싶었다. 내일이면 배송이 올 테니, 어차피 하루 주무시고 가시는 거 기다렸다 가져가시라고 했다. 그리고 어머님은 내가 보여드린 다양한 색깔 중에 ‘빨간색’을 고르셨다.


다음날 나는 출근을 했고, 퇴근하고 오니 어머님은 내려가신 상태였고 배송 왔는데 뜯기지 않은 빨간 마사지 볼이 있었다.

예정보다 일찍 내려가시면서 내가 쓰던 코랄색 마사지 볼을 가져가시고, 나보고 새로 오는 걸 쓰라고 하셨단다. (안 그래도 내가 빨간색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걸 아는 남편은 ‘ㅇㅇ이 빨간색 싫어하는데’라고 했다고.)

날 따라하는 귀여운 둘째와 빨간색 마사지볼



이틀 연속으로 생각지 못하게 나에게 빨간색 아이템이 생기니 신기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모임 전에 갔던 네일샵에서의 대화도  떠올랐다.



요즘 계속하고 싶던 하얀색으로 네일을 했는데, 생각보다 찐한 거 같아 물었다.


“너무 튀는 건 아니겠죠?”

“어우- 그럼요. 살짝 그레이 빛이 돌아서 그렇게 튀지 않아요. 더 진한 색깔로 하는 분도 많은데요. 버건디도 많이 해요~“

(그러고 보니 색깔 팔레트에 빨간 계열이 유독 많았다.)

“그러게요~ 여기에도 빨간 계열이 많네요.”

“네~ 많이들 하시고. 요즘 또 크리스마스 시즌이기도 하잖아요.”

“아하~” (빨간 계열의 색깔들을 오랫동안 바라봤음.)




아마도 빨간색이 나의 새로운 행운의 색이 되었거나, 항상 불안정했던 나의 1번 차크라(빨간색)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게 되어 빨간색을 끌어들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흠,

빨간색도 이제 좀 좋아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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