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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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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일 전, 24년 8월 9일

엄마의 이별여행

엄마에게,


엄마 매일 밤 눈을 감으면 기도를 해요,

 

"엄마, 어젯밤에는 잘 주무셨어요?" 

매일 전화를 하며 엄마에게 물었던 내 첫 번째 질문처럼, 


"하나님, 울 엄마는 잘 계시지요?" 


어두운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하는 나의 질문이 머릿속으로 울리면, 

장례식장에 첫 조문객으로 방문하셨던 시어머님의 모습이 떠올라요. 


엄마의 영정사진 앞에 선 시어머님은 엄마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권사님, 천국에서 훨훨 날고 계시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질문을 하셨던 시어머님의 목소리와 얼굴이 떠올라

이제는 아프고 힘든 몸이 아닌 훨훨 날아오르는 나비가 된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며, 차오르는 눈물을 꾹 참으며 잠을 청해 봐요. 




엄마가 내 곁을 떠난 지 143일이 지났답니다. 

한없이 흘러내리던 눈물이 이제는 멈출 줄 알았는데, 4개월이 넘은 지금도 나는 엄마 생각만 하면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흐르는 눈물을 참을 길이 없어, 어린아이 마냥 울게 된답니다. 


엄마, 매일매일 엄마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화를 했던 나는 요즘, 아빠와 매일매일 통화를 해요. 

엄마의 목소리 뒤로, "다 듣고 있다" 하면서 울리던 아빠의 목소리만 이제 내 귓가에 들리는 요즘,

엄마의 목소리가 그립고, 엄마의 이야기가 그립고, 엄마와의 통화가 한없이 그립기만 하네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내 이야기, 닿지 않는 내 이야기 좀 들어주실래요? 



2002년 3월 신장기능약화로 시작된 엄마의 아픔은 2023년 10월 폐암말기라는 판정을 받으며 엄마와 가족에게 더 큰 아픔을 주었습니다. 21년을 환자로 지내셨던 엄마는 암이라는 병을 극복하실 수 없으셨고, 22년 동안 받으셨던 육신의 고통을 다 내려놓으시고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이별의 슬픔까지 감사할 수밖에 없었던 고통스러운 엄마의 모습이 여전히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체력이 떨어져 의사소통조차 할 수 없었던 엄마와의 마지막 시간, 눈 한번 맞추기 힘들었던 엄마의 마지막 모습, 그 모습마저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나를 위해 글을 써 봅니다. 


엄마에게 하고픈 이야기, 그냥 내 삶의 이야기 그리고 엄마가 보고픈 딸의 투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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