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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반짝 Sep 10. 2015

단 두 줄의 기막힌 리뷰 <노인과 바다>

18년 전에 읽은 <노인과 바다>

1996년 11월부터 기록한 독서록 일부



줄거리: 연속되는 허탕에도 포기하지 않고 아주 큰놈을 잡아 오면서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이야기


메모: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물고기가 잡히지 않았을까 하는 것과 왜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며칠 밤을 새우며 잡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1997년 1월



중학교 마지막 겨울방학 때 명작을 읽겠다고 다짐한 뒤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읽어보지 못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헤밍웨이의『노인과 바다』였는데 스스로의 독서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읽다 보니 이렇게 기막힌 리뷰(?)가 나왔습니다. 이런 리뷰를 쓴 걸 까맣게 잊고 오랜 시간 뒤에 우연히 독서록을 들춰서 보다 이 글을 보고 얼마나 빵 터졌는지 모릅니다. 이제 막 17살이 된, 단 두 줄에 담긴 책에 대한 느낌이 너무나 솔직하고 확고했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스스로 가늠할 수 있는 독서 수준도, 문학을 읽어내는 내공도 형성되어 있지 않았지만 있는 그대로 느끼고 쓸 수 있는 날것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한 권의 책을 읽고 느낌을 남기는 모습은 어떨까요? 글은 훨씬 길어지고, 좋아하는 구절도 발췌하고, 책과 내 삶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단 두 줄에 담겨 있던 명료함과 솔직함은 사라진지 오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태지를 좋아했던 나는 독서록을 만들면서 '길밖의 세상'이란 제목을 붙였다.



책을 읽고 난 뒤에 느낌을 남기는데 특별한 형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느낌 그대로 남기는 연습을 해봐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좀 더 익숙해진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느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런 익숙한 길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은 개인마다 달라서 얼마나 걸린다고 정확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저 또한 아직도 그 과정을 가고 있는 중이거든요. 가끔 오래전에 쓴 독서록을 들춰보면 단순하지만 이때는 느낀 그대로 썼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사담을 줄여야겠단 다짐을 하곤 한답니다. 쉽진 않지만요.


17살이 막 되던 해에『노인과 바다』를 읽고 15년이 지난 뒤 32살에 다시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읽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17살에 느꼈던, 왜 그렇게 큰 물고기와 사투를 벌였는지에 대해 완전히 공감할 수 없더라도 노인이 그러한 시도를 해야 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으니까요. 오랫동안 잡지 못한 물고기에 대한 갈망, 그리고 자신의 곁을 지켜주고 있는 한 소년의 존재가 그런 과정을 이끌 게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느꼈으니까요.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일이 드물지만 이 책은 나이가 더 들어서 또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책 속의 노인을 더 잘 이해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동질감이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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