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잎 May 18. 2021

부모님의 사랑을 당연한 것이라 치부했다

어버이날을 보낸 후에

은아, 얼마 전에 어버이날이었지?

네가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위해 꽃을 보냈다는 말이 얼마나 따뜻하게 느껴지던지... 그 마음을 너무 닮고 싶었어.


나는 이번에 결혼 후 처음으로 맞는 어버이날이었는데 평소와 달리 양가를 방문하니까 나에겐 조금은 특별한 어버이날이었던 것 같아. 나는 먼저 시댁부터 갔어. 시댁 가족들과 맛있는 오리 고기도 먹고,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남편을 보는 시댁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니 자식을 향한 애정이 너무나 느껴져서 참 행복한 시간이었어. 남편도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나서 그런지 이것저것 투정도 많이 부리고, 엄마한테 힘든 일을 말하는 아기처럼 투덜투덜 일이 힘들다고 말하기도 하더라. 나에게도 물론 일이 힘든 부분을 말하긴 하지만, 부모님 앞에서 힘든 걸 얘기할 때는 조금 더 기대고 싶어 하는 것 같아. 그런 아들을 보며 안쓰러운 모습으로 쳐다보시는데 어떠한 생각을 하며 남편을 보고 계실까. 너무 걱정하지는 않으실까 고민되더라. 친정에 갔을 땐 내가 수다쟁이가 됐어. 평소에 과묵한 아빠도 내 옆에 딱 붙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주고, 임신한 딸의 배를 신기하게 보시곤 했어. 엄마도 지난번보다 배가 많이 나왔다며 편한 옷들을 꺼내서 건네주셨어. 친정에 가서 차를 마시고, 과일을 먹는데 참 힐링되더라. 엄마 아빠한테는 내가 아직 어리게만 느껴질 텐데 아기를 낳는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이상한 기분이 들 것 같기도 해.


이처럼 부모님은 우리를 한없이 사랑하고, 떡 하나 더 주고 싶어 하고, 자나 깨나 자식 걱정을 하시는 것 같아. 특히 한국의 경우 부모님의 맹목적인 사랑이 바탕에 깔려있기도 하고. 이번 어버이날을 맞아서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서 내가 지금까지 느낀 것들에 대해 한번 써보려고 해.








희생이 당연시되는 삶




한국의 부모님 이미지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희생’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자식들을 입히고, 먹이고, 교육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던 부모님의 이미지가 스쳐가. 우리나라만 유독 그런 지는 의문이긴 하지만, 한국 부모님들은 확실히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님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 자식 키우면 돈이 많이 든다고 하잖아. 좋은 것을 더 많이 주고 싶은 마음에 무리해서 일하기도 하고, 정말 결혼하고 그 자녀가 자식을 키우는 순간까지 계속 ‘희생’ 하시는 것 같아. 결혼할 때 스스로 결혼 자금을 마련하는 젊은 친구들도 많지만, 부모님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자신의 자녀를 ‘아기’처럼 보시고 계속해서 필요한 건 없는지 물어보시는 것 같아. 뒤늦게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하면 유학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하기도 하고 언제 일을 쉴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삶을 계속 살기도 하지. 자녀들은 이런 부모님의 ‘희생’을 알아서인지 더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고, 성공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가끔은 부모님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다가 ‘어버이날’이나 부모님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눈물을 흘리기도 해.


이러한 희생은 대물림되는 걸까? 아마 부모님으로부터 보고 배운 게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삶’이기 때문에 나 역시 내 아이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갈 것 같아. 자식이 일찍 독립하고, 본인의 힘으로 자립하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계속 자녀를 걱정하는 것 같기도 해.


이럴 때 자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님이 한없이 베풀어주시는 사랑에 감사하며 그것을 서툴지만 표현하는 것이 자식의 도리라고 생각해. 때론 사랑을 표현하는 게 조금은 어색하지만,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사랑을 표현하는 게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이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카센터에 붙은 현수막을  적이 있어. 카센터 사장님이 직접 붙이신 현수막 같았는데 ‘자식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말자였어. 꽤나 크게 붙이셔서 사장님이 어떠한 마음으로 카센터를 운영하고 계신지  느껴지더라.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계실지 느껴지는 문구였어.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자식이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 마음들을 품고 계신 분도 있는  같아. ‘자신이 인생에서 겪은 힘든 일을 자식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함이 원동력이 돼서  열심히 일하고, 자식을 위해 일하는 부모들이 많은  같아. 자신들이 이미 살아본 삶이기에, 얼마나 아플지 알기에 자식이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거지.


나는 이런 점이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생각보다 나는 긍정적으로 자란 것 같더라고. 단 하나 떠오르는 것은 ‘금전적인 것으로 너무 고민하지 말라’인 것 같아. 부자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힘들거나 평범하다고 해서 금전적인 것으로 낙심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조금의 욕심만 버리면 삶에 하나씩 채워갈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또 없는 돈으로도 충분히 채울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너무 우울해하지 말자고 힘내면 어느 순간 행복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









부모님의 마음은 정말 부모가 돼서야 하나씩 헤아릴 수 있겠지? 부모님이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되셨을 때, 금전적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기도 하고 더 자주 찾아뵙고, 부모님이 우리에게 하셨던 것처럼 하고 싶으신 것들 마음껏 배우시게 하며 응원하고 싶다. 언젠가 그런 날도 오겠지... 지금의 나는 너무 초라하지만 ㅎㅎ 그 효도가 너무 늦지는 않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독일의 부모님들은 어떤 마음으로 자녀들을 양육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은이의 얘기도 들려줘 : )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독일 중고시장을 좋아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