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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 Feb 12. 2017

아버지의 응원을 줍다.

방황 끝에서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너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계신 것 같다.”

오늘 교회의 장로님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다.

작년 겨울부터 몸도 마음도 쇄약해진 아버지의 안부를 물으며, 덧붙인 말씀이셨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좋기보다 오히려 내가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쌓은 무게감에 집중했다. 그렇게 나밖에 모르는 딸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와 약주를 한잔하시고 돌아가는 아버지 친구분들의 인사가 나를 붙잡았다.

“아버지 말로는 네가 글을 쓴다고 하던데, 글을 쓰는 게 재미있느냐.”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딸의 글쓰기를 자랑스레 얘기하셨을 것이 분명했다.

아직 세상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딸의 글쓰기를 아버지는 그렇게 주변 사람을 건너서 위로를 던져주곤 하셨다. 

작년에 처음으로 냈던 신춘문예에 깔끔하게 낙선하고, 어느새 아이들의 글을 봐주는 자격 넘친 일을 하게 되기까지, 사실 나는 지쳐있었다.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일 외에는 하지 못했다. 오히려 홀가분해진 느낌이었다. 쓰고 싶은 글을 쓰지 않아도 살 수 있지 않겠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달이 유난히 밝은 하늘에 대고 그저 주어진 일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달라고 기도하곤 했다. 남들이 보면 훨씬 여유 있는 조건의 일을 하면서도 쉽사리 몸이 지치는 것에 짜증이 났다. 

살아갈수록 이기적일 때가 많다. 내 것, 내가 느끼는 무게, 피로함,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까지 ‘나’로만 가득 찰 때가 많다. 그런데 오늘 그 이기심을 부끄럽게 만든 아버지의 응원이 남모를 힘이 된다. 살아가면서 열정과 사랑하는 방식을 잃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희미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아버지의 응원으로 되새겨본다. 글쓰기란 것이 아직 내 삶에 새겨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응원을 기억하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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