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너에게
악몽을 꿨다.
뇌하수체를 반으로 갈라서 칩을 넣는 실험이 있었는데 내가 실험대상 2호로 선정됐다. 똑똑한 사람을 후보로 선정하는 거라 뿌듯한 마음으로 실험에 동의했다.
의사라기보다는 과학자 같은 사람들이 하얀색 실험복을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착용하고 흰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모두들 눈만 내놓고 있어서 얼굴이 잘 안 보였다.
어두운 실험실에는 모니터가 뚱뚱한 옛날 컴퓨터가 있었는데, 화면에서 푸른 빛이 나와서 실험실 전체가 검푸른 느낌이었다. 다 같이 어떤 영상을 보고 있길래 나도 같이 들여다봤다. 이 실험을 반대하는 영상이었다. 그걸 보니 문득 마음이 불안해졌다. 갑자기 누군가 문을 덜컥 열고 들어오더니 실험대상 1호가 터무니없이 죽었다고 다급하게 외쳤다. 나는 공포에 가득 차 실험실을 뛰쳐나갔고 과학자들은 나를 쫓아왔다.
건물 밖으로 나와서 숲을 헤매고, 마을을 헤맸다. 숨이 목구멍 끝까지 차오르도록 뛰어다니고 숨어다녔다. 길을 지나갈 때마다 또 다른 길에서 흰 옷을 입은 과학자들이 쫓아왔다.
그러던 중 한 과학자에게 잡히고 말았다. 하지만 시간을 벌어보려고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사람이 내 뇌를 자르려 한다'며 엉엉 울면서 눈물로 호소했고, 쉽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다. 잠깐 과학자가 당황하는 사이에 나는 재빨리 일어나 도망쳤다. 또 다시 뛰고 숨고...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잠에서 깼는데 온 몸에 힘이 들어가있고 한껏 긴장되어 있었다. 꿈을 꾸면서도 내 몸이 실제로 긴장을 해서 숨도 가빴다.
다음날일까 그 다음날일까?
똑같은 꿈을 꿨다. 이번에는 쫓기는 부분부터 시작했다. 지난번에 봤던 마을의 그 길에서 쫓기고 있었다. 꿈을 꾸면서도 이건 지난번에 꿨던 꿈이랑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또 과학자에게 잡혀버렸다.
그런데, 잡힌상황이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번에 이 꿈을 꿨을때 잡혔던 상황은 잠깐 뿐이었고, 거기서 도망쳐 나왔다는 걸 알고있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잡혔지만, 결말은 이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고는 꿈에서 깼다.
지난번이랑 정말 대조됐다.
지난번에는 마음 졸여가며 온 몸이 긴장 빡! 해가면서 꿈에서 깼는데 이번에는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 '결말이 긍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만으로도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질 수가 있구나 싶었다.
문득, '난 결국은 잘 될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지만, 잘되든 못되든 그 과정에서 초긴장 상태에 있는 것보단 마음에 여유가 있는 편이 훨씬 나으니까.
악몽 속에서 교훈을 얻은 뒤로는,
삶에서 힘든 일이 닥치면 당장에는 눈물도 흘리고 힘들다는 생각도 하지만 예전보다는 빨리 회복하게 되었다. 왜냐면 지금은 힘들어도 이게 내 인생의 결말이 아니라는 걸 알거든. 난 결국은 잘 될 거거든. 그 힘든 일을 통해서 뭔가를 배우고 결국은 나한테 좋은 쪽으로 흘러갈 것이기에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또, 오히려 잘 된 이유를 찾아 나간다. 그러면 시간이 흐르면서 힘들었던 일이 오히려 잘 됐다는 뚜렷한 근거를 가지게 되고,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진심이 되면서 내게 일어난 모든 일에 감사하게 된다. 내 결말, 내 인생의 결말은 해피앤딩일 거라는 확신도 커진다.
그러니까 오히려 잘 됐다.
넌 잘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