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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 정 Sep 13. 2015

03. 꿈을 잃다

잃은 건지 잊은 건지 도통 모르겠다

 누구나 꿈은 가지고 있다. 생각나지 않는다, 아직 없다는 사람들도 내일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꿈을 갖는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것과 내일 하루도 아무 일이 없었으면 하는 작고 수없던 바람들. 나는 그에 비해 거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방에서 느긋하게 글을 쓰고 싶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 아니,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었다. 어떤 글을 써도 멋있단 이야기에 내 사인과 만남이 손꼽아 기다려지는 그런 작가. 


꿈을 버린 적은 없지만 이뤄가지 못하고 멈추어버렸다. 세상엔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았고 그들 중에서도 '제일'로 꼽히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점점 내 글은 웅크리기 시작했다. 과한 감성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웃음소리와 섞인 말들이 나에게 비수처럼 꽂혔다. 그 과한 감성이 내가 느낀 진심이었는데 가끔은 진심이 우스워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길을 잃어버렸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글을 쓰는 순간 나도 감정의 선이 일정하지 않게 때론 흥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보고  함께했으면 하는 내 글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말수도 줄어들었고 마음으로 넣어두고 숨겨둔 채 흘러가는 시간들이 제법 많아졌다. 나는 그 과정이 어른처럼 단단한 마음을, 정신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믿어왔다.  써놓고 취소 버튼을 얼마나 반복했을까. 그렇게 주춤하던 사이 나에겐 폭풍 같은 시련들이 다가왔다. 글을 쓰고 싶어 했던 나는 차선책으로 다른 일을 하기 시작했고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에 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없어졌다. 집안은 한동안 억지로 웃어나가야 했다. 모든 걸 두고 도망가고 싶었다. 늘 내가 해왔던 것처럼 다 놓아버리고 싶었다. 


도망치지 마, 머물러 줘.


처음으로 회피하지 않고 폭풍 속에서 견뎌낸 것 같았다. 흐린 뒤 맑음이라는 말이 좀 와 닿게 되었다.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고 나 또한 반성했다. 어쩌면 세상에서 내쳐진 혹은 잃어버린 꿈이 아니라 폭풍이라는 시간 아래 꿈을 잊고 게으름을 피우고 잊어버리고 있던 건 아니였을까. 만약 그렇게 소중한 것이었다면 놓아버릴 용기가 감히 생기긴 했을까. 나는 다시 그 '과한 감성'을 꺼내 들었다. 또 언제 잊어버릴지 모르는 아득한 꿈이지만 이렇게 또 한 번, 다시 또 한 번 기억하고 기억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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