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고 말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나 힘드니까 제발 도와줘. 이제는 못하겠어. 안아줘.'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왜 항상 남에게 의지하는 사람만 하는 건지. 가끔은 이 상황이 억울하기도 했다. 그래, 그들이 어떻게 내 아픔을 알겠나. 모든 서사는 내가 아는데 이걸 구구절절 설명한다고 해서 이해받을 수 있을까? 가당치도 않아. 버티는 게 그냥 편해.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위로는 별개의 문제다. 모든 걸 알아야 위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게 아니다. 그저 들어주고 등을 토닥여주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안식을 느낀다. 존재 자체로 위로받는다고 한들 분명 한계가 있다. 곪은 감정은 어디로든 튀어나오기에 때가 되면 어깨에 힘을 빼고 터덜터덜 내 사람에게로 가 안아달라는 말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린 강하지만 한없이 약하고 보잘것없다. 그러니 서로 손을 엮고 사는 게 아닐까.
나는 너무 버티지 않기로 결심했다. 애초에 많은 걸 짊어질 수 없는 사람이다. 나약한 건 죄가 아니다. 어쩌면 강한 척, 괜찮은 척하는 게 사랑하는 이에게 더 큰 죄일지도 모른다. 토해내자. 내 감정을 받아줄 누군가에게. 사랑이 느껴지지 한 순간은 그 사람이 어디에도 하지 않은 말을 내게 해줄 때다. 내가 이 사람에게 그늘이 되어주었다는 느낌은 보석처럼 귀중하다. 그렇게 서로에게 머리를 기댄다면 억척스러운 이 인생도 잘 살아낼 수 있다.
힘든 일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다들 참고 사는 거지. 그러나, 너무 버티지 말아라. 당신 주변에는 풀잎 무성한 나무가 있다. 거기서 잠시 쉬어도 된다. 우린 철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