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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Aug 03. 2023

대화는 배드민턴을 치는 것과 같다

유의미한 대화에 대해서





내가 그 사람과의 대화를 좋아했던 이유는 주고받는 말들이 유의미했기 때문이다. 우린 서로에게 일말의 기대조차 하지 않았고 그저 각자의 이야기에 집중한 채 눈동자를 마주했다. 그러다 보면 커피 잔은 자연스레 비어져있었고 오후는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좋은 대화는 기록하고 싶고 나를 허기지게 만든다. 이건 어쩌면 나의 마음이 그 사람과 식사도 같이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렇듯, 누군가와 함께 무척이나 좋은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상대방의 입모양이나 제스처가 기억나고 내가 꼰 다리는 어느 방향이었는지, 어느 장면이 가장 웃겼는지 생각하며 홀로 쿡쿡 웃어본 적이 있다. 모든 단어 사이에는 분명 애정이 담겨있었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에게 질문을 하며 각자의 낭만과 취향을 파악했었다. 그것이 일전에 당신과 나눈, 다시 하고 싶은 한밤의 대화다.


대화란 야밤에 치는 배드민턴 같은 것. 서로 다지지 못한 실력으로 셔틀콕을 주고받고 행여나 실수를 해서 떨어트리더라도 다시 주워 조금 더 치기 좋게 던져주는 것이다. 단 하나의 가로등 불에 의지하면 그 불빛 안은 둘만의 세상이니 그게 바로 이상적인 대화의 모습이지 않을까? 


나는 당신과 나누는 대화가 참 즐겁다.


책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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