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은 밤새 움츠러들었던 것들을 깨우며 생동감과 따뜻한 온기 그리고 삶에 대한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오후 느지막할 때 비추는 햇살은 삶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먼지가 눈에 띄고, 쇠락해 가는 사물의 모습이 선명해지며 쓸쓸한 감정을 자아낸다. 마치 인간이 활기찬 아침과 피곤에 지친 저녁의 서로 다른 얼굴을 지닌 것처럼.
겨울과 여름의 햇살도 다르지 않다. 추운 겨울의 햇빛은 여름보다 비교적 선명하다. 습도의 영향일지도 모르지만, 겨울 햇빛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햇빛이 비치는 창가 쪽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마치 품 안에 안고 싶어질 만큼 포근하다. 한여름에 내리쬐는 햇볕은 피하고 싶은 극복의 대상이지만, 겨울 햇빛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