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올해 들어 최강의 한파가 왔다고 해서 그런지 무척 추웠다. 퇴근 후에 평소 걷던 길을 걸으면서 찬바람이 온몸을 파고드는 것을 느끼며 춥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두꺼운 외투를 입었지만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추위에 몸이 움츠러들면서 걷는 것도 평소보다 더 힘겨웠다. '이렇게 추운데, 집에 있지. 뭐 하러 나왔는지.' 괜한 자책만 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금 걷다 보니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된 얼굴은 여전히 얼얼했지만, 그것만 빼면 견딜만했다.
문득 겨울이 빨리 지나가고 어서 봄이나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미소리가 울창했던 지난여름이 떠올랐다. 그래도 그때는 걷는 데는 지장이 없었는데...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더울 바에는 차라리 한겨울이 낫겠다고. 추우면 옷이라도 껴입을 수 있지만 더우면 아무리 애써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사람이 그렇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자신을 지나가는 계절을 늘 못마땅하게 여긴다. 어디 날씨만 그렇던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나 물건의 소중함도 쉽게 잊고 지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귀찮다고, 너무 지루하다고 핑계를 대며 소홀히 대하기 일쑤다.
그러니 지금 춥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다. 언젠가 지금의 이 날씨가 그리워질 날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느새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다. 여전히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래도 견딜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