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후, 서점에 들렀다. 추위 때문인지 서점 안은 사람들로 인산인해. 평소에는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는 편이지만, 꼭 확인하고 사야 할 책이 있어 꾸역꾸역 안으로 들어갔다.
서점에 오면 묘하게 편안해진다. 책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묘한 경쟁심도 생기기도 하고.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보지도 않았는데 2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새로 나온 책이 얼마나 많은지, 이곳에서 모두 살펴보려면 하루가 금세 지나갈 것 같았다.
서점에 들른 목적은 미시마 유키오의 최근작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온라인으로 그냥 주문하면 되지, 굳이 서점에는 왜?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우리나라 작가가 아닌 외국 작가의 책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썼다고 해도 번역이 별로면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 작가의 책은 가급적 현장에서 확인하고 구입하는 편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책은 한쪽 모퉁이에 진열되어 있었다. 마치 사랑하는 이를 찾는 마음으로 서가를 훑다 보니 곧 눈에 띄었다. 책을 펼치자 정갈한 문장이 먼저 들어왔다. 그의 단편을 묶은 책, 미시마 유키오가 우리나라에서 받아온 그간의 대우를 떠올리면 더욱 귀하게 느껴졌다(물론 그의 정치 성향과 관련해서 논쟁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학은 그 자체로 접근해야 한다는 내 입장에선 그간의 사정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일단 번역은 합격!! 집에 이미 읽고 있는 책이 있었지만, 이 책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사서 틈틈이 아껴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니, 다소 우울하게 느껴졌던 토요일이 갑자기 기대감으로 환해졌다.
사람에게 무언가 할 일이 있다는 것만큼 설레는 일도 없다. 하물며 그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널브러져 있는 것이 휴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은 그런 시간은 오히려 죽은 시간에 가깝다. 쉬는 것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쉬어야 제대로 쉬는 거라고 믿는다.
나에게 그 일은 책이다. 책을 사고, 그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나은 쉼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곱씹으며 동네 주변을 산책하는 일이 어느덧 내 주말의 루틴이 되었다. 그러다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이렇게 몇 줄 적어 내려간다. 별게 아닌 것 같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충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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