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타계한 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Philip Seymour Hoffman)은 생전에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게 연기란 고통스러운 일이다. 아름답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 어릴 때 나는 ‘연기는 아름다워,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것을 동경하는 일은 쉽지만, 그것을 훌륭하게 해내기 위해 애쓰는 일은 전혀 다르다. 그 과정은 끝내 고통일 수밖에 없다."
평소 그의 연기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는데, 이 고백을 듣고 나서야 그가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고통스러운 존재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화면 속에서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것이 그 배우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웃음 뒤에는 고통이나 슬픔이 감추어져 있고, 아름다움 뒤에는 그 아름다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버려야 했던 아름답지 못했던 모습들이 숨어 있다. 단순함에 이르기 위해서는 수없이 복잡한 과정을 통과해야 하듯이, 우리가 보는 결과 뒤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즐겁게 살아도 짧은 인생에서 왜 굳이 고통을 말하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고통이 인간 삶의 본질에 더 가까운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을 정도로 성공했고, 영화배우로서 화려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를 괴롭히던 내면의 문제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완벽한 연기를 위해, 아름다움의 경지에 닿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밀어붙였던 그의 노력만큼은 오래 기억해야겠지만.
고통은 어쩌면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인간의 숙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힘든 상황이나 절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섣부른 조언이나 충고는 때로 위로가 되지 못하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
지나고 보면 모든 것은 한순간, 한여름 밤의 꿈처럼 아득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그렇게 집착하며 살아가는가. 아마도 지금 이 순간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공간의 한계에 갇혀 있는 우리는 좀처럼 시선을 넓고 멀리 두지 못한다. 젊음도, 아름다움도, 화려한 시절도 모두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인데 우리는 마치 모든 것이 영원할 것처럼 행동한다. 나 역시 여전히 그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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