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재활용품 수거함이 있다. 캔이나 투명 플라스틱병을 투입하면 개당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수거함은 본래 취지와는 약간 어긋난 듯 보였다.
각자 집에서 나오는 폐플라스틱을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게 정말 가정에서 나오는 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성인 허리께까지 오는 투명 비닐에 꽉 채운 플라스틱 2~3 봉지가 줄지어 늘어서있다.
한 사람이 하나의 기계만 사용하면 양반이었다. 어떤 이는 혼자 양쪽으로 하나씩 투입하며 뒷사람은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일반 가정에서 소량 나오는 플라스틱은 전문적인 수거 업자(?)들 사이에서 엄두도 낼 수 없다.
운 좋게도 대기줄에 사람이 없으면 그 사이 누가 버릴세라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플라스틱을 버리라고 연락을 보낸다.
이쯤 되면 포인트를 포기할 법도 한데 굳이 집에 모아두었다가 버리는 이유가 있다.
몇 봉지 가득 싣고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새벽부터 나와 동네를 휩쓸고 돌아다닌다. 플라스틱 재활용 수거일이 되면 밖에 내어둔 쓰레기봉지를 시끄럽게 풀어헤쳐 뒤적인다. 자신들이 가져갈만한 재활용이 있는지 다 풀어헤치곤 정리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다. 우리가 얻은 건, 더러워진 입구와 새벽녘 부스럭대는 소음이었다.
종합적인 이유들로 길에서 플라스틱이나 캔 등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노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약국에서 근무할 때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종이 재활용품을 내다 버렸다. 별 상관이 없긴 했지만, 마치 주인이라도 되는 듯 누구 영역이다, 이제는 내 영역이다 하는 노인들의 실랑이하는 모습에 짜증이 났다.
금요일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 토요일 새벽 5시라는 시간에도 사람들은 나와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행한다.
일찍부터 나와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노인들, 도로에 떨어진 은행과 쓰레기를 쓸어내는 환경미화원,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른 시간 집 앞에 나와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
나에게 새벽 5시란 까마득한 어둠이고 잠들어 있는 시간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몫을 해내기 위해 일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억척스럽게만 보였던 노인들의 모습이 사회에서 1인분이라도 해내려는 발버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1인분을 해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어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