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과 그 밖의 것들

by 오월

평상시와 다름이 없는데 '어? 이런 게 있었나?' 하고 의식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익숙한 사람에게서 호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며, 무언가에 대한 관심의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사랑은 아닐지언정 덕통사고의 시작일지도, 불편함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건 의식하는 순간 그 밖의 것들은 보지 못하는, 나사 빠진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사람은 걸을 때 손발이 따로 나가는 거 알아?"

아마 한 번쯤은 경험해 본 적 있을 것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기에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걷다가도 나의 손발이 같이 나가고 있나? 하고 의식하며 걷다가 스텝이 꼬여버린다. 들숨 날숨을 의식하는 순간 숨이 막히는 듯 한 느낌을 경험한 적이 있다. 보이지 않던 조그마한 흠에만 집중하게 되고 그 밖의 것들은 볼 수 없게 된다.




이제는 반박할 수 없는 30대에 들어섰지만 또래에 비해 피부가 좋은 편에 속했다. 귀찮다며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것 치고 기미나 주름, 모공 부각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아침저녁 세안하고 기초 화장품을 바를 때에나 가감 없는 내 얼굴을 볼 수 있다. 파운데이션으로 덮인 원래의 내 피부 상태를 알아채기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대 후반에 접어드니 보이지 않던 눈가의 미세한 잔주름이 보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더위에 늘어진 나비존의 모공이 도드라져 보였다. 지금껏 거울로 내 얼굴을 봤지만 내 얼굴에서 새로운 흠을 찾아낸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메이크업 제품보다는 신기하고 효능이 좋다는 기초 제품들을 보면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큰맘 먹고 구매한 뷰티디바이스 기기를 사용하며 '빨리 모공아 사라져라' 염을 외고 있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흠을 찾는데 익숙해있다. 보이지도 않던 조그마한 흠 하나를 발견하면 그것에만 집중하고 그 밖의 것들은 보지 못한다.

찬찬히 바라보면 우리는 새로운 것들을 찾아낸다.

실없는 농담을 툭툭 던지던 사람이 알고 보면 분위기를 풀기 위해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했다는 것도, 까칠하던 직장 상사가 뒤에서 조용히 신입을 생각한다는 사실도 말이다. 흠을 찾는데 익숙해진 시선이지만 한 발자국 물러나 살핀다면 다정하고도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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