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다시 돌아가도 2021, 영국, 석사였을까?

by 채유나

질문에 대해 챕터별 글쓴이의 대답으로 프로젝트 글쓰기를 마칩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규투 - Yes! 논문에서도, 이번 브런치북에서도 나의 영국 공연계의 다양성 실현 노력에 대한 관점은 주로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영국에서 예술경영과 문화정책 석사 과정을 밟지 않았다면 공연예술계 내 다양성과 접근성의 문제를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바라볼 기회를 충분히 접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연예술, 특히 연극과 뮤지컬의 중심지라는 런던 공연예술계에서 소수자로 창작 및 노동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녹록지 않은지를 피부로 깨달으며 슬픈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녹록지 않은 현실을 바꿔나가 보겠다는 야망(!)을 키우고 조금씩 실현해나가는 것 역시 정말 뜻깊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물가 높고 음식 맛없기로 유명한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얻은 요리 실력은 보너스 :)




대학원생은 노예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Athena Swan: 모든 아테네들을 위하여

NJ - 내 석사과정은 nine to six, 월 화 수 목 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구실에 박혀서 내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는 실험을 한탄하며 보내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와 동시에 강의와 과제를 병행해야 했고, 또 졸업논문 제출 기한이 졸업시험 한 달 전이었기에, 석사 기간 동안 나에게 방학은 강의가 없기에 더 많은 과제와 공부를 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그럼에도, 영국에서 보낸 학·석사 기간 4년 중 4학년, 석사 학생으로 보냈던 기간이 나에게는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실 4학년을 시작하기 전 여름방학 기간 동안 영국에서의 생활에 진절머리가 났던 나는 다른 나라의 대학으로 석사 편입이나 재 입시를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걱정과 고민이 무색하게도 내 4학년은 3년 동안 데면데면했던 과 동기들과 졸업논문과 시험이라는 공통의 적을 두고 더욱 돈독해질 수 있었던 기회였고, 좋은 연구실 사람들을 만나 학업적인 면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소위 말해 매우 ‘빡센’ 시간을 보낸 것임은 분명하지만, 1년이라는 그 짧은 기간 동안 연구자로써, 또 과학자로써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기에 나는 석사만큼은 영국에서, 케임브리지에서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박사까지 그 나라에서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에요 :)




유튜브로도 배우는 코딩을 왜 영국까지 가서 배워?

쑤 - 아침 9시부터 수업을 들으면서 새벽 4시까지 좀비처럼 과제를 한지 일주일쯤 되었을까, 문득 '야근할땐 돈이라도 받았는데, 지금은 돈(학비)을 내가면서 이 시간까지 사서 고생하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1년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 할 때는 프로젝트마다 한번쯤은 앓았던 그러니까 1년에 최소 4~5번은 고생했던 위염을 한 번도 앓지 않았다. 1년동안 기숙사-강의실-도서관만 챗바퀴 돌면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고생했지만,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할 때면 혈색이 좋아졌다고, 생기가 돈다고들 했다. 처음에는 개고생중인데 무슨 소린가 싶었지만 유학을 온 것도, 수업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할지도, 공부 외에 무엇을 경험할지도 다 오롯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걸 깨닳았다. 내가 컨트롤할 수도 없는 외부 요인으로부터 대부분의 스트레스를 받던 직장인이 모든 순간을 내가 결정하게 되자 삶이 점차 다채로워진 것이다. 그러니 다시 돌아가도 영국 석사를 하겠냐고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당연히 예스! 영국식 학문 접근 방식, 1년 동안 고생하며 친해진 다양한 배경의 친구들, 런던 스마티시티 경험, 또 되찾은 삶의 주도권을 위해서 당연히 다시 영국 석사를 선택할 것이다. 석사 시작 전 한국에서 위염약을 바리바리 싸왔는데 왠지 유통기한이 지나도록 한 번도 먹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영국에서는 1년만에 석사가 가능해?

박선정 - 무조건 할 것 같다. 외국에서 석사 공부를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이다. 단순히 XR 개발자가 되기 위한 기술 습득을 하고 싶었다면 인터넷 강의나 유튜브를 통해 공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1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하며 새롭다면 새로운 이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킹할 기회가 많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경험하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그 덕에 생각지도 못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1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온전히 내게 달린 것 같다.




모든 것의 다름을 읽다

영국에서의 삶, and

정해원 - 우리 과 영국인들이 주로 하던 말을 빌려 답하자면, Absolutely, of course. 다 논문을 끝내서 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내게는 Fantastic하고 Brilliant한 1년이었다. 더 이상 학문의 길을 걷지 않는다 해도 그토록 바랐던 영국 석사이었기에 1년 다녀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비용이 매우 많이 들긴 했지만 1년에 석사 과정을 마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새로 알게 된 인연도 많았고 덕분에 이렇게 또 다녀와서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 무엇보다도 정말 많이 보고 읽고 알고 배운 1년이었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1년은 평생 잊지 못할 한 챕터로 남아 있을 것이다.




석사논문 제출기행

레지나 - 브런치 글을 쓰며 석사생활을 돌아봤는데 답은 애매모호하게도 Yes and No일 것 같다. Yes 라고 대답한 것은 논문을 쓰는 동안에 평소에 내가 관심있는 분야를 진득하게 앉아서 치열하게 생각하는것을 강제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들 그렇다시피, 관심분야를 정말 아카데믹하게 파고들어서 레포트를 쓰는 것이 어떠한 외부적인 강제가 없으면 자발적으로 하기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영국석사를 하면서 한국에서 자주하던 답이 이미 있는 문제를 풀기보다 답이 없는 문제들 중에서 내 관심분야를 개척해서 결과물을 내야하는 때가 많았기에 사고하는 능력이나 창조성을 정말 많이 기를 수 있던 기간이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 No 라고 대답한 것은 이렇게 사고하는 능력이나 창조성을 기를 수 있는 루트가 꼭 영국석사 뿐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세상은 넓고 선택지는 많으니 삶의 때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지 꼭 영국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의 답이 옳든 틀리든 내가 생각하는 바를 눈치안보고 표현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싶다면 영국 석사를 추천한다.




Hello World!

코시국 데이터사이언스

유나 -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유행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영국 유학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외로운 버팀이 2년(+a)이나 될 줄 몰랐다. 고시원과 같은 한 칸의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 자부심이 끝에 남았다. 현재를 보내기에 너무 바빴고 미래에 도달해야 할 지점만 생각하려 애를 썼다. 점점 더 생활에 익숙해지고 좋은 결과들이 연이어 찾아온 뒤에야 비로서 주변 다른 사람에 관심도 생기고 지난 과거를 회고하는 기록을 시작할 여유가 생겼다. 기억나는대로 과정을 적다보니 외로움이란 감정이 빠진 결과물을 객관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내린 결론은 그 때 내가 영국 유학을 택하길 잘했다,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나로 성장하기까지 가치있는 투자였고 다시 같은 길을 추천한다.




선진국을 만드는 지적 호기심의 가치

양국남자 - '영국 석사'의 '영국' 부분에 대해서는 일말의 후회도 없다. 데이터사이언스나 AI 에서 미국 다음가는 2군 국가의 명문대학에서 수학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상당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파이썬이나 MySQL 같은 하드 스킬은 인터넷에서 더 싸게 수강할 수 있다. 하지만 남의 눈치 안보고 연구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기관리 스킬, 지적 호기심, 그리고 전혀 다른 문화와 배경에서 온 사람과 협업 할 수 있는 포옹력과 협동력 같은 소프트 스킬들을 길러보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영국 오기 전에도 축구, 권투, 테니스, 영문학, 위스키, 진, 영국 음악, 서양사 등 다양한 영국 문화를 즐기던 소위 말하는 진성 '영뽕' 이어서 공부하면서 같이 덕질할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석사' 면에서는 다시 생각해 볼 수 도 있다. 모든 사람이 다 금전적으로 넉넉하지도 않거니와, 앞서 말했듯이 하드 스킬만이 목표라면 온라인 강좌가 훨씬 싸게 먹힌다. 단순 취업이 목표라면, 지금 IT에서는 구글이 MIT보다 훨씬 중요해진 지 오래고, 학계와 산업계의 괴리는 계속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하드스킬과 소프트스킬 모두를 배양하고 싶다면 꽤 괜찮은 옵션이 될 수 있다.




영국 유학 그리고 인생수업

P-Hacking

노은지 - Yes Yes Yes. 내가 영국 유학을 통해 처음 목표로 한 것은 학위, 커리어 전환, 기술습득 이었다. 그러나 지금 1년간의 생활을 돌아보면 처음 목표한 세가지를 모두 달성함은 물론이고 자율성, 독립성,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과 같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많이 얻은 것 같다. 물론, 대충 쉽게 학위만 따고자 하는 이들에겐 고통의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학문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있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이에게는 힘들지만 즐겁고 뜻깊은 1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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