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계절이 돌아온 이맘때쯤이면
날 감싸는 이불의 포근함은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탓인지
갑갑하고 불편하기 그지없어
저 멀리 구석 한 편으로 내동댕이 친 채로
타는 목을 축일 겸 주방으로 향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며
벽시계로 시간을 확인하지만
시곗바늘은 이미 멈춘 지 오래다.
몇 달째 시계 약을 갈지 않은
자신의 미련함을 탓하며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는 와중에
어슴푸레한 창 밖을 바라보며
대충이나마 시간을 짐작해보는데
그 사이, 딸랑이는 소리가
거실에서 방 안으로 이어진다.
목을 축인 후, 방으로 향하니
우리 집 똥강아지 돌이가
한쪽 구석에 어지럽혀진
이불속을 파고들어 얼굴만 내밀고
조용히 엎드려 있는 게 보인다.
내팽개쳐진 이불의 구겨진 형체 탓인지
그 어지러운 이불 사이를 굳이
비집고 들어가 있는 애처로움 때문일까.
아니면 잠시 동안 예민했던
내 성질머리가 안타까워서였을까.
몽롱한 탓에 짐작이 가진 않았지만
그 모습이 내심 측은하게 느껴졌다.
이내 생각을 뒤로하고
이부자리를 다시 정돈해
돌이를 품에 껴안고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는데
아까는 몰랐던 이불의 포근함을 느끼며
난 다시 깊은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