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입장 정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IU May 01. 2016

라면의 추억

두 남자의 라면 전쟁

" 아빠, 혼자 뭐 먹어... ! "

이 그림 제목이다. 아이랑 키득대며 그렇게 지었다.

" 아빠 혼자 뭐 먹어... ! "


남편과 아이는 라면을 두고 편먹다 말다를 반복한다. 엄마 몰래 먹자고 눈짓을 나누며 의기투합했다가도, 마지막 한 젓가락을 두고 적이 되기도 한다. (남편의 당연한 양보는, 가끔 그를 진심 억울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얼콰하게 귀가할 때 아빠는 간간이 라면이 당기고, 그럴 때면 대체로 아이 몰래 먹는다는 조건으로야 허락이 되는데, 몰래가 참 쉽지 않다. 초절정 매력의 라면 냄새는 잠든 아이도 깨운다. 겨우 첫 젓가락 들어볼까 할 때, 문이 빼꼼히 열리고 아이가 묻는다, "아빠! 혼자 뭐 먹어!" 남편으로선 라면 뿜을 순간이지.


이 그림은, 그때 문틈으로 내민 아이의 얼굴이라고 정했다.



결과물 자체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된 것이라 해야겠다. 얼마 전, 입실 테스트용으로 매우 교과서적인 초상화를 하나 그려야 했는데, 그게 하도 지루해서, 끝나고 팔레트에 남은 물감으로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꽉 차게 얼굴 하나 그리자 했다. 맨날 남는 게 살색과 검정색이었으니까. 디텔 정리가 덜된 것은, 초상화가 끝나며 더 이상 살색 물감이 남지 않아서이다. 양 옆이 막힌 구도는, 페이스타임 통화의 스크린 샷을 보고 그리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양 옆이 그렇게 막히고 보니, 문에 끼인 얼굴이 어떨까 했고, 그럴 법한 제목으로 맞춰 골랐다. 뭐, 대략 그렇게 만들어진 그림이다.


엄마의 작품 활동을 위해 메소드 연기를 하고 있다


그림이든 사진이든 아이의 얼굴인지라, 초상권 보호 차원에서라도 올리지 말까 했는데, 그럴 필요 없겠다. 변성기의 호르몬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얼굴도 바꾸고 있어서 말이다. 소위 역변인 건 아닐까 엄마는 매일 밤 베갯잇을 적시며 걱정하는 중이다. ㅎ





pn. 지워도 계속 뜬 다는 그 라면 사진은, 고기 고명 몇 개 얹어 일본 라면을 흉내 낸 안성탕면. 유희 차원에서 간간이 변주를 하긴 하지만, 만고의 진리로, 뭘 해도 라면은 그냥 라면이 최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