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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병선 Mar 14. 2021

아무에게나 투자 받지 마세요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게 드리는 조언

가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엔젤 투자 유치나 TIPS에 대한 강의나 자문을 듣는 창업자를 보면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있다. 엔젤투자나 사업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자문이나 강의를 듣는 창업자가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초기 단계 기업의 사업계획서나 투자 유치 제안서에 정답은 없다. 따라서 내가 드리는 의견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어느 분야나 기본이라는 것이 있다. 벤처 사업 경험도 없는 분들이 사업 전략 강의를 하거나 자문을 한다고 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심지어 본인이 대기업에 오래 다녔다고 자신이 전문가라고 오해하는 분들도 많다. 나도 대기업 생활을 해보았지만 오히려 대기업에만 오래 다닌 분은 "작은 기업"에서 초기 단계의 어려움과 방법론을 알 수가 없다. 사업 경험이 있어서 쉽지 않을텐데 경험이 없는 분들이 자문한다고 하면 뭐라 할말이 없다. 


다른 예로 초기 단계에 투자 유치에서 성공하기 위해 "발표" 능력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고객의 문제를 간결하게 설명하고, 그걸 조리 있게 수치를 기반으로 설명하면 된다. 이건 수학이나 회계가 아닌 산수 수준의 능력이 필요하다. 완전 딥테크가 아니라면 사업계획서는 석사 논문 수준까지도 아니고 대학교 보고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난 항상 창업자분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모든 심사위원과 투자 심사역을 대학교 졸업생이라고 생각하고 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사업 제안서를 작성하시라고.  


정부에서 다양한 사업을 통해서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많은 지원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교육과 강의와 워크샵이 진행된다. 분명한 것은 나도 강의를 하고 워크샵을 했었지만 그것들이 전혀 쓸모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받는 것으로 내가 사업 계획서를 잘 쓸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만큼 고객과 시장에 대해 깊이있는 고민과 경험을 한 사람은 우리 같은 컨설턴트가 정리만 도와주면 된다. 오히려 사업 분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내용에 넣을 콘텐츠가 없기때문에 자료의 형식에 집착하게 된다. 


몇 가지만 조언을 드려본다. 초기 단계 사업 제안서에 조언을 듣고 싶다면 검증된 프로그램을 신청해보시기 바란다. thevc.kr 에서 엑셀러레이터, VC의 투자 기업 수치를 찾아보고, 의미있는 투자 경험이 있는 기관이 파트너인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길. 


빅뱅엔젤스는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유니콘파인더 NEST 프로그램을 매년 상/하반기로 진행한다. 신용보증기금은 파트너를 매년 꼼꼼하게 선정하고,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도 나름 치열하게 노력해야만 이런 파트너쉽을 유지할 수 있다. 


https://k-startup.go.kr/ 에 가면 연간 수백개의 지원 프로그램이 촘촘히 설계되어 있다. 치열하게 분석해서 나한테 맞는 프로그램과 기관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프로그램 운영 기관들끼리도 경쟁이다. 따라서 기관에 대한 평판도 적절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 운영 기관들도 모두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심지어 우리도, 그들도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은 초보이고 배워가면서 하고 실험하면서 발전한다. 어떻게 세상에 없는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일에 교과서와 정답이 있겠는가? 


둘째 초기 단계 투자 유치를 받기 바란다면 투자 연계형 프로그램을 잘 선택해보시기 바란다. 물론 TIPS도 그런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TIPS만 있는 것이 아니다. 초기 단계라면 Pre TIPS도 있고,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지원 프로그램은 8년만에 엄청나게 성장하게 단계별로 섹터별로 전문화된 것들이 있다. 자신의 테마에 맞는 프로그램에 집중한다면 해볼만하다. 그만큼 프로그램이  전문화되어 있다.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고 신청한다면 백중백패다. 


셋째 특히 초기 투자 유치는 아무에게서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업계도 모두 "브랜드 경쟁"이다. 당연히 빅뱅엔젤스가 최고는 아니지만 글로벌 진출 가능한 크로스보더 스타트업만 집중하고 있다. 매일 듣는 질문이 "어떤 기업에 투자하시나요?"이다. 사실 답은 나와 있다. 기존 포트폴리오를 보시면 된다. 초기 단계 투자는 철저하게 투자자의 "취향"이다. 뭔가 수치를 보고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재무재표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재표재표는 결과이지 미래가 아니다. 


초기 기업은 미래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이지 "평가"하는 게 아니다. 과연 2012년에 누가 지금의 웹툰 시장을 예상했을까? 지금의 인테리어 시장은? 지금의 AI 데이터 라벨링 시장은? 심지어 크라우드웍스에 투자한 나도 2017년 당시에는 이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투자 자금을 보지 마시고 투자 기관의 포트폴리오와 협력 기관의 네트워크를 보고 잘 판단하시기 바란다. 초기 투자는 "투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를 얻는 것이다. 투자 기관이 우리 회사를 컨설팅 해줄만한 능력이 되는지를 스스로 잘 평가하시기 바란다. 


안타까운 마음에 잠을 설치며 싱가포르에서 

퓨처워커, 빅뱅엔젤스 대표 황병선

http://bigbangang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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