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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Mar 02. 2024

물을 아껴 쓰세요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물은 마을 공동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개인 지하수를 파서 사용하는 집도 있지만 우리처럼 마을 공동지하수를 사용하는 집들이 주를 이룬다.

가끔씩 지인들이 오면 물맛이 참 좋다고 한다.

처음 집을 지을 때 주도로에서 우리 집까지의 수도관을 자비로 다 들여 끌어오느라 제법 큰돈이 들었다. 시골에서 집을 짓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쑥쑥 지출이 될 때가 많아 참 난감했었 그래서 계획했던 부분과 제일 많이 어긋나는 부분이  바로  경비지출이었다.

수도세는 일 년에 12만 원에 마을회비 3만 원으로 합계 15만 원을 일 년에 한 번만 내고 있다.

만원 꼴의 수도세에 해당되니 도시에 비하면 엄청 싸다.

마을구성원은 원주민이 20%  귀촌인이 80% 정도이다 보니 텃세도 없고 개인적인 생활도 아무 터치 없이 누릴 수 있다.

마을 정보 교환은 밴드를 통해서 하고 있으며 참여 또한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유입인구가 자꾸 늘다 보니 요 근래에부터 물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세컨드하우스로  쓰는 사람들까지 많아지다 보니 더 심한 데다가 우리 집은 고지대에 속하다 보니 수압이 약해지지 아예 안 나오는 경우가 허다해서 여간 속상한 게 아니다.

밤사이 물이 끊어졌다가  다시 나온 줄도 모르고 비데를 사용했다가 엉덩이에 쏘아대는 그 찬물 폭격에 으악!! 비명소리를 질러대며 황당하게 이런 줸장!! 만 연발할 때도 있다.  

남편은 이런 골에서 전기도 들어오고 수돗물도 들어오고 인터넷까지 들어오는데 하나쯤 불편한 건 있을 수 있다고 그러려니 하자는데 그래도 주말만 되면 은근히 불안해지는 걸 어쩔 수가 없다.

이와같은 물 부족현상으로 시에서는 올봄에 지하수 관정을 하나 더 넣어주기로 했다고 하니 우리 입장에서는 무지 반가운 소식이다.

달력에 빨간 날짜가 다가올 때마다 물통 물을 가득 받아놓고 '이게 대체 뭔 짓이람' 하며 신세한탄에  툴툴거릴 날도 얼마 안 남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나 연휴가 다가오면 짜증이 밀치고 올라오길래 그때까지라도 '물을 아껴 쓰세요'라고 마을 밴드에 소심하게 글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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