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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May 11. 2024

비 온 뒤 감자밭

밤새 퍼붓던 비바람에

감자 줄기가 다 넘어졌다

며칠 전부터 하얀 감자꽃이

소복하니 피었었는데

감자농사 잘 지었다고

우쭐대었었는데

자연이 이렇게 또 심장을

쥐어박는다

아! 아프다


넘어진 감자 줄기들이

햇살 따라 일어서길 기다리며

삽을 들고 북주기를 하러 간다

너의 자생력에 나도 도와줄게

하루하루 맘 졸이며

무사하길 바라지만

하늘도 땅도 바람도 비도

내 맘 같지가 않다


여름 내내 폭폭 한 감자를

쪄 먹을 생각도 물 건너가고

햇빛이 무척이나 그리운 날

감자줄기를 세우고

한 삽을 올리고

또 한 줄기를 세우고

한 삽을  퍼올리며

잡념 없는 노동의 대가는

아픈 심장을 땜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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