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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Apr 06. 2024

봄이 오는 길



누렁이는 홍매화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꽃을 피웠냐고

3월의 눈부신 햇살과 따뜻한 바람의

키스를 받았지

달콤한 꽃향기가 그렇게 속삭였다

끄덕끄덕

푸짐한 방뎅이가 아주 흡족해한다




흰둥이는 팥꽃에게 물었다

너도 홍매화를 따라왔냐고

봄바람이 너무 시끄러워

쥐고 있던 보라꽃주먹으로

한 대 때려주러 나왔다고 씩씩거린다

끄덕끄덕

흰둥이는 와글와글 팥꽃에게 쏙 빠져버렸다



나는 봄의 창문을 열었다

창문과 맞닿은 저 길 어디쯤

마침내 마른 꽃의 풀향기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고

반가운 우체부 아저씨의 편지 속에

흰둥이와 누렁이의

꽃소식을 담아 보낸다





대문사진- 크리스 마스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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