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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May 18. 2024

꽃비 내리던 날



들꿩나무 꽃비가 내리던 날

엄마의 하얀 손이 생각난다

다섯 딸내미 도시락에

하얀 계란 한 알씩 콕콕 박은

그런 사랑도 있었다는 걸 모르고

나는 엄마 나이가 되어

하얀 계란을 먹을 때마다

목이 메는 게 아닌 듯이

꽃비 같은 눈물을 훔친다



때죽나무 꽃비가 내리던 날

떠나는 자식 뒷걸음에

또 언제 오려나

기나긴 눈길로 등을 훑으며

애써 짙은 꽃향에 눈물을 삼키고

 가라 등 떠밀어

너는 엄마 나이가 되지 말아라

꿀떡 삼키는

꽃비 떨어지는 소리




           들꿩나무                                          때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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