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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uk Park Apr 15. 2019

인문 융합의 수요

학문분야는 국가발전에 따른 사회적 필요에 의해 함께 발전하고 변화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융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인문학은 융합을 통하여 기존의 학문이 발전시키지 못했던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으며 국가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각 학문 영역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분야별 발전을 이루어 왔으나 최근에는 서로 다른 학문들 사이의 간극을 메꾸는 성격의 융합 학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전반적으로 과거보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관점에 따라서 인문학 융합에 접근하는 방식은 상이하다. 우리나라에서 학문분야에서는 현 시기를 인문학의 위기라고 평가하는데 비해 기업 및 시민 인문학 분야에서는 오히려 인문학의 호황기라고 평가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기술/산업분야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등장 이후에 인문학을 과학기술, ICT 등과 융합하여 제품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융합형 인재양성’에서 인문학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기술과 인문학(혹은 교양학, liberal arts)의 교차점에서 아이폰이 탄생했다는 점을 역설하였으며 “소크라테스와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주겠다.”라고 역설한 바 있다. 스티브 잡스의 생각은 소크라테스 같은 위대한 철학자와 한 끼 식사를 하면 그 밥값으로 지금 가진 재산을 다 쓸지언정 더 큰돈이 생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최진석 2013). 우리나라는 늘 선진국의 기술을 추격해 왔지만, 최근 세계에서 가장 선두인 분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와 표준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세계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항상 선진국이 결정하고 후진국이 이를 수용하여 따라가는 과정으로 요약되는데 이는 선진국이 표준을 만들면 후진국은 만들어진 표준에 기반하여 다양한 제품들을 만드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인문학이 아니고서는 시장을 선도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인문학적 가치를 기술과 융합하여 제품에 반영하고자 인문학자들과의 다양한 협업, 인문학 전공자 채용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학문분야에서는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으며, 이것은 사회적인 배경보다는 주로 대학교육이 처한 현실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문분야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인문학 위기’에 관한 논의가 촉발되었는데, 인문학의 위기는 대학교에서 인문학 전공자가 줄어듦에 따라 일부 대학들이 인문학 학과를 경쟁력 없는 학과로 평가해 통폐합하면서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학문분야에서의 인문학 위기는 세계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으로 지식기반 사회로의 이행이 일어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부터 학문에 대한 수요가 실용적인 것에 치우치면서 기초 학문, 특히 인문학 분야가 소외되는 경향을 보인다.


대학 내에서와 달리,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인문학 강좌, 인문학 서적을 중심으로 인문학 융합에 대한 열풍이 불었다(김경집 2013). 인문학 열풍의 시작점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로 볼 수 있으며, 자신의 삶을 버리면서까지 일과 조직에 충성했지만 돌아온 것은 실직과 어려움이었고 이후 ‘과연 나는 무엇인가?’ ‘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의 회의와 성찰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되었다.  다음으로 위로, 치유, 힐링 등의 개념이 유행하였는데, 여기서 치유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 결과라기보다는 자위적 치유, 셀프 힐링에 불과하였기에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 그 후 더 깊이 있는 인문학 강좌, 인문학 서적 등으로 대중의 관심이 이동하면서 인문학 관련 강좌가 늘어나고 있지만 지속적인 자기 성장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인문학 강사들이 생계형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열풍은 개인의 삶으로 내재화되거나 개인의 인생을 변화시키지 못한 채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이를 소비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최진석(2013), 인간이 그리는 무늬, 소나무.

김경집(2013), 인문학은 밥이다, (주)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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