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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Nov 29. 2021

간절한 내용을 마음으로 곧장 전달할 수 있는


https://youtu.be/OYpaX_JrDxg


Karl Jenkins : Gloria - II. The Prayer: Laudamus Te (영광송: 성부, 성자, 성령을 찬양하는 곡)



2021년의 11월이 모두 끝나고,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12월이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저 살아있음에 대해 투정하고, 슬퍼하며, 감격한다.


나에게, 이 음악은 약간 차갑다. 커다란 자연 앞에 선 느낌. 그것들에게 압도되어 침묵할 수 밖에 없는 가련한 존재가 된다. 파란 하늘 저 끝으로 시선을 두고, 코 끝에 맴도는 차가운 겨울바람의 한 숨을 가슴 깊이 담았다가 천천히 내뱉는다. 명치 끝에서 작은 진동이 일다가 곧 사라진다. 


가끔 음악으로 안부를 전달하기도 한다. 복잡다난한 하루들을 최선으로 살아내는 몇 얼굴들이 떠올라서. 어떤 문장보다, 어떠한 수식어보다 간절한 내용들을 마음으로 곧장 전달할 수 있다. 그것들을 또 꾹꾹 실어담는다. 한 사람, 두 사람, 미처 보내지 못하는 이의 이름 위로는 소리없이 눈 맞춤만 보낸다.  


벽에 걸어둔 시계에서 초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귀에 채이며 신경을 거스른다. 차가워진 손 끝의 윤기없는 손톱을 하나씩 매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눈을 뜬다. 


음악소리는 서서히 작아지고, 옅어지며 곧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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