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초엽, 국내외 초현실주의 아티스트 7인
우리에게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장소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
그 기억이 언제부터 어떻게 우리에게 자리 잡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번 전시는 작품 수도 많아서 충분한 시간을 두시고 참관 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천천히 작품을 보시게되면 대략 2시간 가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업로드한 작품들이 현장과는 다른 색감과 컨디션이 될수밖에 없으니
꼭 현장에서 감상 하시는걸 추천 하고 브런치 정보는 참조만 해주시길 바랍니다.
자 그럼 전시 구경 해볼까요?
몇단계의 질문을 결정하고 나면 행성 티켓이 발부됩니다.
여느 전시회와는 입구 컨셉부터 다릅니다.
여기에 공을 썼을 기획자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오디오 설명(바이브)
https://vibe.naver.com/app/clipEnd?contentId=CH_12624
핸드폰으로 사운드를 들으면서 작품을 보시면 더 도움이 됩니다.
NOWHERE →
수상한 정거장
"제 머릿속에는 그곳의 이름이 있어요.
하지만 말로는 어떻게 그곳을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금 우리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방금 집을 나선 우리 같은 사람들도, 돌아갈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네요. 그런데 이 열차가 향하는 곳은 조금 이상한걸요. 창밖으로 별빛이 빼곡한 우주가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아득한 허공에 외딴 행성처럼 띄엄띄엄 놓인 문, 언뜻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익숙하고 그리운 풍경들.
이제 허공을 유영하며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세요.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다, 깊은 밤 서로를 마주한 연인들의 그림자, 창문 너머 타오르는 벽난로...
우리는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왜 당신과 나는 이곳의 이름조차 소리 내 말할 수 없는데, 꼭 여기 살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들까요. 우리는 멀리 떠나온 것일까요, 아니면 어디론가 돌아가고 있는 걸까요?
나성준
Into the Uncertainty 2023
우주로 본격적으로 떠난다는 느낌이 듭니다.
꿈을 꾸는 기분도 들고 과거에 알고 있던 시간으로 이동하는 기분이 듭니다.
하늘 전체가 비행기 같은 느낌이 드는 착시가 맘에듭니다.
좀 땡겨보니 진지하게 운전하고 계시는군요.
상상을 확장할 수 있게 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입니다.
이런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준 작가님에게 고맙다는 마음이 절로듭니다.
CLOUD NINE →
조용한 마을
"지표는 대부분 바다로 덮여 있고 발광성 원핵생물들이 바다를 부유하며 행성을 빛으로 물들인다.
짧은 낮과 긴 밤이 있고, 매일 해가 뜨고 지며 기묘한 색채를 더한다."
조용한 도시로 들어섭니다. 이상하게 여기는 아무도 없네요.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우리뿐인데, 무생물들만이 생생히 움직입니다. 귀를 기울여보세요. 오밀조밀 모인 집들이 소곤거리고 물결이 바람에 찰랑거리며 휘파람을 부네요.
그리고 인간이 살았던 곳은... 모두 물에 잠겨 버렸습니다.
왜 이 도시는 이토록 쓸쓸하고 불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질까요?
인간이 모두 떠난 지구의 풍경도 이런 모습일까요.
이곳은, 우리가 머물 수 있는 유토피아는 아닙니다.
찰랑찰랑한 물의 흔들림이 SF 영화나 꿈속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일상적인 모습이 판타지가 되는것 같습니다.
보면 볼수록 묘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특히 작품이 간판처럼 빛이 들어 오니 더 몽환적인것 같아요.
(나가실 때 마음에 드는 이미지 엽서를 꼭 사가시길 추천 드립니다)
다들 사진 찍느라 바쁘시네요~^^
전시를 보면 자연스럽게 손이 올라가며 사진을 찍는 기적을 경험하게 됩니다.
WITHOUT A TRACE →
떠오른 기억
"다들 거기에 잘 계신가요?”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옵니다. 멀리서 달이 뜨네요.
벌써 한참을 걸어왔는지, 뒤돌아보니 사막 모래에 발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그 흔적조차 사라져버리겠지만...
아, 저기에 다른 여행자들이 보여요. 누군가는 친구와 걷고, 누군가는 연인, 가족의 손을 잡고 걷고 있네요. 달빛이 사막 곳곳의 발자국을 비추고 있어요. 다들 자신만의 '그곳'을 향해 가는 걸까요? 고된 여정이지만, 여기엔 우리뿐만이 아니었네요.
사막을 이렇게 칼라풀하게 표현된건 처음 보는것 같습니다.
매우 인상적인 이미지입니다.
갑자기 드는 느낌이 앙리 루소의 야생을 보는 기분이들었습니다.
거친 느낌은 아니지만 어쩐지 본질을 말해주는 기분이 들어 흐믓했습니다.
https://www.indiepost.co.kr/post/7497
RESURFACED MEMORIES →
혼돈의 싸이키델리아
"다들 멍청한 표정으로 분석 화면을 보고 있었다. 완전히 엉망진창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어떡하죠.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디로 가고 있었던가요.
이 길이 맞긴 한 걸까요. 분명 우리의 목적지, 그곳'을 향해 잘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당신과 나의 머릿속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해도 오히려 기억들이 조각조각 부서집니다. 신경세포가 서로 얽히고, 감각이 왜곡되고, 이내 기이한 마찰음과 낯선 목소리가 우리를 덮칩니다. 무의식과 혼란에 압도되는 느낌이 듭니다.
잠깐, 그래도 멈추지 마세요. 계속 걸어 나가며 눈앞의 환상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세요. 무너져내리는 것은 다시 쌓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무한하다 생각했던 혼란에는 끝이 있으며, 환상의 이면에 진실이 있으니까요.
클로즈업해서 살펴보니 또다른 느낌이 듭니다.
500원 동전만한 구멍이 뚫려있어 안을 들여다 봐야 합니다.
평면인데도 눈의 시선이 착시를 일으켜 마치 입체 공간처럼도 느껴져서 신기했습니다.
같은 이미지인데도 보는 방향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 보입니다.
보이지 않았던게 보이기도 하구요.
정면에서 볼때는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 왼쪽으로 몸을 옮기고 시선을 바꾸니 빨간 셔츠를 입은 남자가
보이네요. 산이 반사된 호수도 명확히 보이구요.
좀 보기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요~^^
LOST IN PSYCHEDELIA →
동화적 회상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네요. 포근한 안도감이 우리를 뒤덮습니다. 동화 속 마을 같기도, 어린 시절 좋아했던 초여름 놀이터 같기도 한 눈앞의 풍경에 마음이 조금씩 녹진해져요. 마음 깊은 곳 어디선가, 유년기를 함께 보냈던 솜인형들이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나아가라고, 이 앞에 우리가 그리워하던 세계가 있다고요.
줌인해서 보니 더 분위기 있네요.
와우 임팩트 있네요.
현장에서 가장 눈에 쏙 들어오는 이미지였습니다.
LOST IN PSYCHEDELIA →
동화적 회상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네요. 포근한 안도감이 우리를 뒤덮습니다. 동화 속 마을 같기도, 어린 시절 좋아했던 초여름 놀이터 같기도 한 눈앞의 풍경에 마음이 조금씩 녹진해져요. 마음 깊은 곳 어디선가, 유년기를 함께 보냈던 솜인형들이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나아가라고, 이 앞에 우리가 그리워하던 세계가 있다고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미지들입니다.
아 이런 영역이 있었구나 하고 명확히 머리에 자리잡게 됩니다.
나비들이 멋지게 날아가는 모습이 루프되면서 실행되는데 영상이 아니라 아쉽네요~^^
실제 전시장에서 직접 보시면 아주 멋집니다.
PASTEL SCENERY →
"순간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느낀 적 없는 무언가가 아주 그리워지는 감정이었다."
마침내 이곳은 긴 여정의 끝, 우리가 찾던 유토피아입니다.
찾아내기도 도달하기도 쉽지 않았던, 그러나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뿌리내리고 있던 그리운 세계. 서늘하고도 산뜻한 공기가 느껴지나요? 귓가에 재잘거리는 새들의 소리는 어떤가요? 빈틈없이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들어갑니다. 발에 닿는 푹신한 감촉과, 코끝을 스치는 풀 냄새가 우리에게 말해주네요. 이곳은 우리가 살았던 적도 없으면서 그리워했던 그곳이라고. 그리고 고개를 들며 당신은 또다시 알게 됩니다. 우리는 여기에 영원히 머물 수 없지만, 이곳에 대한 기억은 영원할 것임을요.
색상이 너무 예뻐서 넋이 나갈 정도입니다.
배경마저도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영상이 켜켜히 쌓인 모습이 큰 울림을 주는것 같습니다.
바닥이 반사되는것도 신의 한수 같습니다.
NOW
유토피아를 향해 여정을 떠나온, 그리고 이곳을 찾아낸 여행자 당신께.
긴 여정은 어떠셨나요. 분명 쉽지는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둘 맞추며 걷던 그 여정이 당신에게도 기쁨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존재할 수 없는 곳, 머무를 수 없는 곳, 마주치더라도 한시적이어서 더욱 그림고 우리를 꿈꾸게 하는 이곳, 우리는 유토피아를 떠나 다시 서로의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꿈꾸던 곳이 실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당신의 마음에 깃든 빛은 이제 흩어지지 않을 거예요.
그 빛의 흔적을 여기 새겨 보는 건 어떤가요?
어쩌면 또 다른 여행자들의 지침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어떤 예술가가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한 유토피아의 모든 특성이,
'그곳'과 완벽하게 들어맞을 가능성이 존재할까?"
드디어 마지막 구간입니다.
처음 시작하듯 몇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 자신의 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지가 마음에 듭니다.
좋은 기억을 가지고 전시장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런식의 기념품같은 결과물은 참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