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나모아나: 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by 상상만두

금번 특별전은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오세아니아 원주민들의 도구를 실제 본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기대가 되는 전시였습니다. 모아나 2가 개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더 호기심이 생긴 겁니다.

섬나라만의 죽음과 바다 냄새가 어우러진 도구들을 보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마나모아나-02.JPG
마나모아나-04.JPG


지구 표면의 3분의 1. 모든 육지를 합한 것보다 더 큰 바다. 바로 태평양입니다. 이 거대한 바다에서 인간은 배를 띄우고, 섬을 찾고, 자신의 뿌리를 만들었습니다. 태평양에 흩뿌려진 수많은 섬에서 인간이 창조한 예술과 문화, 물질문화를 총칭하여 '오세아니아'라 부릅니다. 섬과 섬 사이를 길로 삼아 항해해 온 사람들, 그들이 별과 바람과 해류를 따라 만든 이 세계에는 독창적인 예술과 철학 이야기가 펼쳐져 있습니다.

특별전 '마나 모아나-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 케브랑리-자크 시라크 박 물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로, 18세기부터 현대까지 오세아니아의 전통 예술품과 현대 작품을 소개합니다. 카누와 조각, 가면과 악기, 석상과 장신구, 직물에 이르기까지 오세아니아 사람들의 삶과 철학을 생생히 전달하는 전시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폴리네시아어로 '마나 mana'는 모든 존재에 깃든 신성한 힘을, '모아나 moana'는 거대한 바다를 뜻합니다. 신 성한 바다를 삶의 터전이자 연결의 공간으로 삼은 이들에게 '마나'는 삶과 자연, 조상을 존중하는 마음의 근원 이자 세상을 움직이는 힘입니다. 이러한 마나의 세계관은 자연을 비롯한 모든 존재를 단지 이용의 대상이 아 닌 공존의 동반자로 바라보는 깊은 깨달음을 전합니다. 이제, 지구라는 섬 위에서 인간이 이룬 다양한 문화를 만나고자 합니다. '마나 모아나'와 함께 공감과 여운 가득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물의 영토

The Domain of Water


약 6만 5천 년 전, 아시아에서 건너온 이들이 바다를 지나 오세아니아에 도착했습니다. 당시 섬과 대륙은 이어져 있었고, 바다는 경계가 아닌 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별과 구름, 바람과 파도, 새의 비행과 물의 감촉으로 방향을 찾으며 항해했습니다. 기원전 2,500년경, 오스트로 네시아계 민족은 쌍동선을 타고 수천 킬로미터를 항해하며 태평양 전역에 퍼졌습니다. 이주는 떠남이 아니라 바다 위에 삶을 짓는 일이었습니다. 줄어진 섬들이 이어지고, 물과 땅이 만나는 곳에서 오세아니아라는 독특한 세계가 형성되었습니다. 바다와 육지는 신화 속에서 서로를 남아올리고 맞서며 하나의 세계를 이루었고, 사람들은 그 위에서 문화를 이루며 살아왔습니다. 이곳은 '물의 영토'입니다. 바다는 흩어진 땅을 감싸며, 그 위를 건넌 이들의 감각과 기억이 쌓인 공간입니다.


카누 Canoe

투아모투 제도, 푸카푸카섬| 20세기 초반 나무, 식물성 섬유,

파페에테박물관 기증, 코리간 탐사대 수집(1934-1935)





카누 뱃머리에서 파도를 막는 방파판 장식

파푸아뉴기니, 밀른베이주, 마심 구역, 키리위 나섬

19세기 후반 또는 20세기 초반 | 나무 트로카데로민족학박물관 후원회 기증


키리 위나 지역의 카누는 양방향으로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는 구조로, 뱃머리에는 정교한 장식이 더해졌습니다. 둥근 원과 소용돌이무늬는 인내심 강한 백로나, 먹이를 사냥하는 물수리 머리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장식은 상대를 압도하고, 성공적인 교환을 돕는 마법 같은 표현이었습니다.




오세아니아는 광활하다. 오세아니아는 끝없이 펼쳐진다.
오세아니아는 너그럽고, 품 넓은 대지이다.
오세아니아는 소금기 어린 바다 깊은 곳에서, 그보다 더 깊은
뜨거운 불의 땅에서 솟아오른 인류이다.
오세아니아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바다이며, 우리는 대양이다


쌍동 카누, 와카 탕 후루아의 모형

쿡 제도, 마니히키 또는 라카항가 환상 산호섬 20세기 나무, 자개, 나뭇잎, 식물성 섬유를 꼬아 만든 끈, 거북 등딱지


쌍동 카누인 와카 탕 후루아의 모형입니다. 이러한 쌍동선은 해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한 항해에 사용되었습니다. 돛과 방향키, 갑판 등 세밀한 설계와 화려한 자개 장식이 돋보이며, 목재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배를 만든 능숙한 기술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세기 유럽인의 요청으로 제작한 카누 모형입니다.


현장에서는 조개의 반짝임이 멋져 보였고 바닷물이 반사되면 더 화려하게 보일 것 같습니다.



카누 뱃머리 장식

바누아투, 말레쿨라섬| 20세기|나무 몽브리중미술관 기증


조형미가 아주 뛰어납니다. 근사하네요.



마나모아나-09.JPG

카누 장식

인도네시아, 서파푸아주 | 19세기 초반 나무, 안료, 클랑 보나파르트(1853~1924) 왕자 기증



마나모아나-10.JPG

카누 장식

파푸아뉴기니, 산다운주 또는 인도네시아, 서파푸아주 | 19세기 초반 나무, 안료,

롤랑 보나파르트(1853~1924) 왕자 기증




카누 뱃머리 조각

인도네시아, 서파푸아주, 덴데라와 시만 코르와르 지역 |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나무


뉴기니섬 서쪽에 거주하는 오스트로네시아인 후손들은 극락조 깃털과 해삼 같은 귀한 물품으로 주변 섬은 물론 중국과도 교류했습니다. 화려한 카누에는 산호와 문어 촉수를 닮은 소용돌이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바다를 지키는 정령을 상징하는 정식으로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패턴이 아름답습니다. 지금 봐도 트렌디합니다.



카누 뱃머리 장식, 치 체멜

인도네시아, 서파푸아주, 로렌츠강 아스맛족| 20세기 초반 나무




카누 뒷부분을 장식한 조각, 타무라파

아오테아로아(뉴질랜드) | 마오리족 | 18세기 후반~19세기 초반 | 나무 프레데리크 테오도르 릭스(1830~1897, 예술가) 기증, 1881


타우라 파는 마오리족 전쟁 카누 와카 탕아를 장식한 조각입니다. 카누는 부족의 역사와 정신을 상징합니다. 윗부분 소용돌이는 하늘 신 아버지 시누이와 땅의 신 어머니 파파투아누쿠를, 긴 장식은 세상의 질서와 생명력을, 아랫부분은 선원의 수호신을 표현했습니다. 카누에 탄 이들이 조상과 신화, 공동체와 깊이 연결되었음을 보여주는 장식입니다.



섬들을 잇는 바다

The Ocean Binding Islands Together


오세아니아 사람들은 섬마다 다른 자연에 적응하며 이동과 정착을 이어왔습니다. 그들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도구와 형상을 만들고, 모든 존재에 정령과 조상의 창조 흔적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바다와 숲, 돌과 나무는 물론, 카누의 노에도 신과 정령, 조상의 힘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자연과 깊이 연결된 이들의 조화로운 세계관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나모아나-14.JPG

머리카락과 식물의 섬유로 만든 갑옷, 테 타나

키리바시 제도 19세기 초반 야자나무 섬유를 꼬아 만든 물, 고사리 섬유, 머리카락


가시복 껍질로 만든 투구, 테 바란타우티

키리바시 제도 19세기 중반 말린 가시복 껍질


20세기 초까지 키리바시 전사들은 코코넛 섬유로 짠 갑옷을 착용했습니다. 상어 이빨 삼지창을 막을 만큼 견고했으며, 가오리 허리띠, 가시복 투구 등 다양한 바다 생물을 활용한 장비와 함께 사용했습니다. 인간과 바다, 정령의 깊은 연결을 상징하며, 특히 가시복은 조상의 화신으로 여겨졌습니다.


마나모아나-15.JPG

상어 이빨로 장식한 삼지창, 타우만가리아

키리바시 제도 19세기 나무, 상어 이탈, 식물성 섬유



마나모아나-16.JPG

항해 때 지니고 간 날씨 부적, 호스

미크로네시아 연방, 캐롤라인 제도, 야프섬 | 20세기 나무, 석회, 가오리 가시, 씨, 안료, 식물성 섬유


야프섬사람들은 향해 전 정령을 부르고 주문을 이루며, 날씨 부적인 '호스'에 의지했습니다. 부적은 항해 중 카누 안에 따로 보관되었고, 항해가 안전하게 끝난 뒤에는 정박지로 옮겼습니다. 등을 맞댄 형상은 자비로운 바다 정령을, 가오리 가시는 부적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상징을 의미합니다.



마나모아나-17.JPG

낚시 바늘



문어를 잡는 인공 미끼와 낚싯바늘, 루헤에

하원이 ] 19세기 즐긴

비단동물무늬게요지 껍데기, 금속, 식품성 섬유, 노끈 테오도로 밀리와(1820-18M 4) 기름


낚싯바늘의 추는 보통 무거운 화산석을 사용하지만, 이 주와 갈고리는 모두 유럽산 금속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물속에서 바늘이 위아래로 움직이면 조개껍데기 미끼가 반짝이며 문어를 유인하고, 발을 펼친 문어는 뾰족한 갈고리에 걸려듭니다




삶이 깃든 터전

Life in Flourishing Territories


태평양 남서부의 뉴기니, 솔로몬 제도, 바누아투, 누벨칼레도니 등은 바다를 가로질러 펼쳐진 멜라네시아 지역의 주요 섬들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화산과 지진이 잦은 환경 속에서 카누를 타고 섬에 정착하고, 다양한 자연에 적응하며 씨족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왔습니다. 각 섬은 물자와 사상이 오가는 열린 문화권으로 발전했고, 족장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지역마다 다양한 권력 구조를 가졌습니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신과 조상,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여겨졌으며, 이러한 세계관은 신화와 예술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약 4만 년간 파푸아어와 오스트로네시아어 등이 함께 사용되었고, 18세기 후반 유럽인들과 활발한 교류를 펼치기 전부터 중국, 동남아 상인과 교역했습니다. 최근 자원 개발과 기후 위기는 이 공동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마나모아나-19.JPG


산을 만든 여성 조상 조각상

Feminine Sculpture

파푸아뉴기니, 동 세픽주, 카라와리강 | 인야이-에와족 | 20세기 초반 나무, 안료 |장 기아르(1925~2019, 인류학자) 탐사대 수집


카라와리강 발원지에 정착한 인야이-에와 족은 이 여성 조각상을 세상을 창조하고 주변의 산을 만든 조상으로 섬겼습니다. 사냥을 떠나기 전, 남자들은 이 조각상 앞에서 사냥감을 지키는 영혼에게 자비를 구하고, 자신들과 동맹을 맺어 사냥감을 찾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마나모아나-20.JPG

다양한 형상을 담은 갈고리 조각, 가라

Figure, garra

파푸아뉴기니, 동 세픽주, 훈슈타인산맥 지역 | 바히네모족 | 20세기 나무, 안료


바히네모족 '의식의 집' 안에 매달린 이 갈고리 조각은 물과 습지의 정령과 관련된 것으로 메기의 형상으로 여겨집니다. 나란히 배열된 부리 모양 때문에 코뿔새나 화식조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습니다. 윗부분에는 입을 벌린 작은 머리 조각이 보입니다.






세상을 창조한 힘, 공동체의 상징

Creation Stories and Clan Identities


뉴기니 섬에서 조상은 세상을 창조한 힘이자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조상의 힘은 가면, 조각, 카누, 악기 등으로 드러났으며, 남성만 출입 가능한 '의식의 집'(남자의 집)은 조상이 깃든 물건을 보관하고 의례를 행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 집은 여성 조상을 상징하며, 여성성과 남성성의 결합이 씨족의 생명력을 이어준다고 믿었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연결돼 있으며, 씨족의 영혼과 조상의 존재는 삶에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마나모아나-21.JPG
마나모아나-23.JPG

정례 의식용 말라간 조각상


말라간 의식은 파푸아뉴기니 뉴아일랜드 지역의 중요한 전통으로, 고인의 생명력과 재산을 재분배하며 오랜 애도 기간을 마무리하는 중요한 장례 의식입니다. 의식을 위한 말라간 조각에는 씨족 고유의 이야기와 고인의 이야기가 담겨 기억을 되살리게 합니다. 장례 의식이 끝나면 영혼과의 완전한 이별을 위해 조각은 파괴됩니다. 조각에 깃들었던 생명력은 사람들이 기억함으로써, 다음 세대로 전해집니다. 말라간 조각은 단순한 예술품을 넘어 공동체의 기억을 대대로 전하는 중요한 정신적 유산입니다.



마나모아나-24.JPG



죽은 사람들 위한 섬세한 의식은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공동체 의식을 위한 섬세한 배려심이 느껴집니다.



마나모아나-25.JPG

곤봉, 수비


솔로몬 제도, 말레이타섬 | 19세기 | 나무, 식물성 섬유 | 앙리- 배종 드 프리덴 기종, 앙드레 베종 드 프라덴(1888~1939, 선사학자)의 옛 소장품


마나모아나-26.JPG

전쟁용 도끼


솔로몬 제도, 모노알루 군도(쇼틀랜드 제도) | 19세기 나무, 강절, 파리나리움 수지, 앵무조개 자기 루돌프 페슈테티치 데 롤나(1865~1943) 백작 수집(1895), 스테판 쇼베(1885~1950, 의사)의 옛 소장품, 트로카데로민족학박물관 후원회 기증


유럽과 교역을 시작하면서 거북 등딱지, 코코넛 과육, 상아야자나무 씨앗 등을 칼, 도끼, 총과 교환했습니다. 새로운 무기가 널리 퍼지면서 전투가 격화되고 사망자와 노예도 증가했습니다. 일부 족장은 강력한 무기로 명망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마나모아나-27.JPG

암살 보상의식에 사용한 막대


"로몬 제도, 밀레이타섬 | 그저께이레 쪽, 크와이오틱 |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나무, 파리나리몰 수지, 무조개 자개, 정석, 식물성 섬유


암살자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보상 의식을 치릅니다. 이때 오른손에 막대를 드는데 중간을 잡으면 분쟁이 살인으로 끝났음을, 머리 부분을 잡으면 폭력이 계속될 것임을 의미했습니다. 보상으로 조개 화폐가 담긴 주머니나 나선형 송곳니를 가진 돼지를 받았습니다. 반짝이는 조개껍데기 장식은 조상이 곁에 머물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마나모아나-28.JPG

악어의 힘을 표현한 전투용 곤봉


슬로몬 제도, 산타 이사멜섬 |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 나무, 식물성 섬유


머리 사냥이나 전쟁에서 사용했던 것입니다. 중앙의 톱니 모양 구멍은 악어의 턱을 표현한 것입니다. 악어는 공격성을 상징해 머리 사냥꾼을 기리는 접시, 전쟁용 카누 장식에도 사용됩니다. 사람 얼굴과 군함조 무늬는 강한 전투 의지를 나타냅니다. 전사들은 전쟁뿐 아니라 원정을 앞두고 승리를 기원할 때도 곤봉을 사용했습니다.



마나모아나-29.JPG

'의식의 집' 지붕을 꾸민 용마루 조각, 카우

파푸아뉴기니, 동 세픽주, 세픽강 중류, 바룸 마을 | 이 아트물 족 | 20세기 초| 나무, 안료 | 코리간 탐사대 수집(1935)

마나모아나-31.JPG
마나모아나-32.JPG

세픽강 지역의 '의식의 집' 또는 '남자들의 집'은 조상의 힘이 깃든 마을의 중심 공간입니다.

지붕 위 조각에는 독수리, 인간, 악어의 형상을 함께 표현해 놓았습니다. 독수리는 외부 위협을 감시하는 수호자, 웅크린 남자는 인간 조상, 비늘처럼 표현된 다리는 악어 조상을 나타냅니다.

이처럼 다양한 형상으로 변신하는 조상은 공동체의 기원과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마나모아나-30.JPG

마을의 중요 회의를 위한 연설대, 카와 테게트

파푸아뉴기니, 동 세픽주, 세픽강 중류 | 아이트롤족, 20세기 초| 나무, 안료

아르투어 슈파이어(1858~1923), 에르네스트 아세르(1888~1978), 피에르 베리테(1900~1993)와 클로드 베리테의 옛 소장품

마나모아나-33.JPG
마나모아나-34.JPG

연설대는 세픽강 중류 '의식의 집'에 보관된 이마트물족의 중요한 재산으로 마을의 주요 논의에서 연설을 돕는 받침대로 쓰였습니다. 말의 리듬을 위해 나뭇잎 묶음을 올리거나 두드렸기 때문에 '나뭇잎 좌석'이라고도 불렸습니다. 남자아이들은 성인식 때 연설대 사용법을 처음 배우며, 조상과 공동체의 지식을 익혔습니다.



카누 뱃머리 장식,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훔볼트만 | 19세기 나무


마나모아나-36.JPG

투박하지만 귀엽게 느껴지는 뱃머리 장식입니다.



카누의 뱃머리 조각, 도가이

오스트레일리아, 토러스 해협, 사이바이섬 | 19세기 나무, 화식조 깃털, 안료


'도가이'는 카누의 뱃머리를 장식한 여성 정령입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어부들이 거북과 듀공을 사냥할 때 길잡이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때로는 변신술로 장난을 치거나 해를 끼치기도 했습니다. 도가이를 표현한 뱃머리 장식은 전 세계 박물관에 단 세 점만이 남아 있습니다.




땅을 들어 올린 신화 속 악어의 형상

파푸아뉴기니, 동 세픽주, 세픽강 중류, 푼케 마을 이 아트물 족 | 20세기 나무, 안료

라우(빈) 및 P. 뮐러-파니스테르베이크(신트-헤네시위스-로더)의 옛 소장품


악어는 세픽강 중류에 사는 이마트물족에게 중요한 존재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악어가 물속에서 꼬리를 흔들자 땅이 솟아났고, 그 위에 씨족이 정착했다고 합니다. 악어의 몸 일부는 하늘이 되어 만물이 자랄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마나모아나-39.JPG

사람 얼굴과 메기 머리를 조각한 갈고리

파푸아뉴기니, 동 세픽주, 세픽강 중류 | 19세기 |나무, 안료 | 로베르 쇼블로(1879-1937) 기증



마나모아나-40.JPG

조상을 상징하는 신성한 갈고리

파푸아뉴기니, 동 세픽주, 아이봉 마음 | 이 아트물 족 | 20세기 중반 | 나무, 조개껍데기(개오지), 안료, 식물성 섬유 장 기아르(1925~2019, 인류학자) 탐사대 수집


세픽강 계곡 지역에서는 단단한 나무를 깎아 만든 독특한 갈고리를 집이나 '의식의 집' 천장 들보에 매달았습니다. 위에 둥근 판을 얹고 음식 바구니를 걸어 설치류의 접근을 막았습니다.

갈고리는 조상을 상징하는 신성한 물건으로, 나뭇잎과 꽃으로 장식하고 빈랑 열매, 코코넛 등을 매달아 기원 의식에도 사용했습니다.



마나모아나-41.JPG

목침

파푸아뉴기니, 모로베주, 후 온만 | 20세기 | 나무, 석회 | 로베르 쇼블로(1879-1937) 기증



악어가 새겨진 목침

파푸아뉴기니, 동 세픽주, 카미닌빗 마을 | 이 아트물 족

20세기 초반 | 나무, 라탄, 끈

프랑수아즈 지라르(1914~2003, 인류학자) 탐사대 수집


20세기 초 서양식 베개가 들어오기 전까지 사용했던 전통 목침으로 양쪽 끝에 악어 형상을 새겼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 수 없으나 주인은 잠자는 동안 꿈속에서 조상이라고 여겼던 악어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했던 듯합니다.



마나모아나-43.JPG

카누 뱃머리 조각상, 구주응구주

슬로몬 제도, 서부주, 뉴조지아섬 | 19세기 | 나무, 안료, 파리나리올 수지, 자개


마나모아나-44.JPG

카누 뱃머리 조각상, 옹구주응구주

슬로몬 제드, 서부주, 뉴조지아섬, 마로보 석호 | 19세기 | 나무, 안료, 파리나리움 수지, 자개 롤랑 보나파르트(1858-1924) 왕자 기증




마나모아나-45.JPG

카누 뱃머리 조각상

울로몬 제도, 서부주 | 19세기 | 나무, 자개, 안료

루돌프 페슈테티치 데 나(1865~1943) 백작 수집(1895), 스테판 쇼비(1885~1950, 의사)의 옛 소장품, 트로카데로민족학의를관 후원회 기증




마나모아나-46.JPG

죽은 자의 영혼을 담은 코르와르

인도네시아, 서파푸아주, 젠대라와시만 | 20세기 초반


뉴기니 데라와시만 지역에서 샤먼과 조각가는 '몬'이라고 불렸으며, 그들은 씨족과 조상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코르와르'는 죽은 자의 영혼을 상징하는 조각상으로, 큰 머리는 영혼의 힘을, 손에 든 뱀 무늬 방패는 재생과 보호를 뜻합니다. 사람들은 조상이 살아 있는 이틀을 보호하고 병을 고치며, 문제를 예언한다고 믿었습니다.



마나모아나-47.JPG

조상의 영혼을 담은 조각상, 이무누

파푸아뉴기니, 파푸아만, 푸라리강 삼각주 | 20세기 나무


맹그로브 나무뿌리로 만든 조각상으로 자연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동물 형상을 표현했습니다.

조각가는 꿈에서 조상 영혼 '이무누'를 만나 특정한 나무로 안내받고, 그 나무로 조각을 만들었습니다. 조각된 파충류 형상 배의 둥근 무늬는 영혼의 통로를 뜻합니다. 이 조각상은 중요 의식 때, 조상의 영혼과 산 자를 잇는 역할을 했습니다.




마나모아나-49.JPG
마나모아나-50.JPG
마나모아나-51.JPG

신성한 힘을 담은 전사의 방패

인도네시아, 마스맛 쪽 구역 에모리 두쿠르 죽| 20세기 중반 나무, 안료, 식물성 섬유


아스맛족에게 머리 사냥은 생명력과 용기를 얻어 부족의 생존과 번영을 유지하는 중요한 의식이었습니다. 전사들은 사냥에 앞서 방패를 '의식의 집' 앞에 세워두고 밤새 북소리에 맞춰 좋을 추며 사기를 높였습니다. 이 의식은 부족의 결속을 다지는 과정이자 죽음으로 흔들린 세계의 균형을 조상의 힘으로 바로잡는 행위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전시를 참 꼼꼼히 준비한 듯합니다.

보는 내내 흐뭇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마나모아나-53.JPG

수확 의식을 위한 '얌' 가면

'와이피 사아키(Waapi Saaki)'는 수확을 기념하고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입니다.

여러 마을의 대표가 모여 수확한 '얌(yam)'을 평가하며 서로의 관계를 재확인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가면은 특별히 선택한 '얌'과 조개껍데기, 깃털 등으로 만드는데, 인간 씨족 공동체와 숲의 신성한 존재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마나모아나-54.JPG

므와가 가면

파푸아뉴기니, 동세피주, 세피강 중류 | 이 아트물 족 | 20세기 초반 | 나무, 안료 알렉상드르 앵베르(1865~1943) 기증




세대를 잇는 시간

Time Across Generations


폴리네시아는 하와이, 라파 누이(이스터섬), 아오테아로아(뉴질랜드)를 잇는 삼각형 안에 펼쳐진 넓은 섬 지역입니다. 통가, 사모아, 타히티 등 여러 섬이 포함되며, 신화, 언어, 예술을 공유하며 하나의 문화를 이루어 왔습니다. 이들은 과거는 앞에, 미래는 등 뒤에 있다고 말합니다. 기억할 수 있는 과거를 보며 현재를 살아가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준비합니다.

조상은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지금도 예술과 의례 속에 살아 있는 존재이며, 카누는 그 연결을 상징합니다. 카누는 사람과 신, 섬과 섬,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신성한 매개체입니다. 마나 mana는 모든 존재에 깃든 힘이고, 타푸 tapu는 그 힘을 지키는 금기입니다. 이 믿음은 사회 질서와 권위의 기반이 되었고, 예술과 기술에도 깊이 스며 있습니다. 타파 천, 문신, 항해술, 선박 제작 같은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통은 멀어진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흐르고 있는 시간입니다.


마나모아나-55.JPG



<헤이 티키의 계보-레벌레이션 2002>

Heitiki Whakakitenga - Revelation 2002


피오나 파딩턴 2002년 | 바리 타지 인화(전시: 디지털 프린트)| 뉴질랜드 정부 기증


뉴질랜드는 마오리어로 '아오테아로아(Aotearoa)'라고 불리며, 오늘날까지도 마오리족의 전통과 문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헤이 티키(Hei tk)'는 생명과 풍요를 상징하는 특별한 목걸이로 조상에게서 물려받아 소중히 간직하는 유물입니다. 마오리 사람들은 이런 유물을 '타옹아(Taonga)'라 부르며, 가족과 공동체의 기억을 담아 다음 세대에 전합니다. 사진작가 피오나 파딩턴(Fiona Pardington)은 이 장신구를 단순한 물건이 아닌, 조상과 연결된 오랜 기억을 간직한 존재로 바라보며 사진에 담고자 했습니다.


마나모아나-57.JPG
마나모아나-58.JPG
마나모아나-59.JPG




마나모아나-56.JPG

위엄을 상징하는 곤봉, 토토키아 보고타 부아

피지 | 18세기 후반 또는 19세기 초반 | 나무, 향유고래 이빨

팀 세바스티앵 세자르 뒤몽 뒤르빌이 아스트클라베호를 타고 떠난 첫 탐사(1826~1829) 중 피지에서 수집, 1827


근접 전투에서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무기로, 형태는 판다누스 열매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상감 장식이나 정교한 조각 등 뛰어난 완성도로 볼 때 피지 상류층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 장교이자 탐험가 뒤몽 뒤르빌이 수집한 것으로, 그는 오세아니아를 탐험하고 처음으로 멜리네시아, 플리네시아, 미크로네시아로 구분했습니다.



마나모아나-60.JPG
마나모아나-61.JPG

무기이자 권위를 상징하는 양면 곤봉, 우우

테 호누아 에나나(마르키즈 제도) | 19세기 초반 또는 중반 호주소나무

롤랑 보나파르트(1858~1924) 왕자 기증


적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무기로 권위를 상징합니다. 군사의 행렬이나 의식에서 족장의 권위를 과시할 때도 사용했습니다. 위에는 신성한 조상'티키(Tiki)'의 머리를 새겼습니다. 머리는 영적인 힘인 마나(mana)가 머무는 공간으로 많으면 많을수록 힘이 더 세집니다. 커다란 두 눈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시선'을 나타냅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곤봉이었습니다. 크기와 스타일이 권위가 확 느껴지게 만든 것 같습니다.



<고귀한 야만인의 전투> 연작

그러고 세우 2007년 전시용 디지털 프린트


마나모아나-62.JPG
마나모아나-63.JPG
마나모아나-64.JPG
마나모아나-65.JPG
마나모아나-66.JPG





날이 참 좋았습니다. 시간이 되면 또 보고 싶네요~^^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