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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선 Dec 09. 2023

고난도 유익

순두부찌개

아내가  서울로 간지 사흘째가 된다.

가면서  냄비째 끓여 놓았던 북엇국도 다 먹었다. 아직  아내가 오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아침식사에는  뜨뜻한 국물이 있어야 밥을 제대로 먹은 것 같은 나로서는 좀 난감했다. 국을 끓여볼 요량으로 동네 마트에 들렀다.

쉬운 콩나물국을 끓여볼까? 씨가  추운데 얼큰한 순두부국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오징어 한 마리와 새우, 바지락, 호박과 봉지에  담긴 순두부를 사 왔다. 집에 있던 양파를 썰어 놓고 오징어를 손질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았다. 호박, 고추, 파를 썰어놓은 다음 냄비에 담아 참기름을 조금 두르고  가스레인지에서 가열하면서 양파 호박등을 볶다가 준비한 오징어 새우 바지락 마늘을 넣고 2~3분  넣고 더 볶다가 물을 적당히 넣고 끓인다. 고춧가루 두 숟갈 간장 금등으로 간을 맞추고 끓게 되면 순두부를 넣고 썰어놓은 대파와 팽이버섯을 마지막으로 넣고 살짝 더 끓이면 맛난 해물순두부가 된다.

나는 전문으로 요리를 배운 요리사는 아니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가 행상을  다니시느라 늦게 들어오실 때면 밥을 하고 얼기설기 무를 썰어 뭇국을 끓여 저녁준비를 하던 것이 지금 요리를 할 수 있는 나를 만들었나 보다.

팔 남매의 막내인 나는 어릴 적 어머니  있는 시간이 많았다. 늘 시간에 쫓기시는 어머니 바쁘실 때면 마늘도 까고 파도 다듬는  등  여러 가지  부엌일을 시키셨다. 어머니의 식사 준비를 도우며 어머니가 요리하는 것을 보게 되고 음식 간도 봐주면서 자연스레 음식 하는 걸 배우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가끔 오늘 늦을지 모르니 재료가 준비된 냄비에 물을 붓고소금 한 숟갈 간장 한 숟갈 넣고 끓여서 형들과 먹으라고 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형들과 누나들은 그 당시 학교가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하다 늦게 들어오니  저녁준비는 초등학생인 내 몫이었다.

우선은 내가 배가 고프니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라면하나 없으니 어머니가 준비해 둔 걸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보리쌀 네 컵과 쌀반컵을 씻어 냄비에 담고 물이 손등까지 오면 팔팔 끓이다가 밥물이 조금 떨어지기 시작하면 불을 조금 줄여서 뜸을 들이라고 했는데 그게 가장 어려워서 밥을 태우거나 설게 하거나 고두밥, 위에는 질고 아래는 태우는 삼층밥을 만들었다. 늦게 아르바이트 끝나고 배고파 들어온 형들에게 혼나기 일쑤였다. 어머니는 늦게 들어오셔서 밥냄비에 물을 붓고 눌어붙은

누룽지와 조금 남은 밥을 끓여서 드셨다.

어린 아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해 놓은 밥을 드시면서 어머니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지금은 전기밥솥이 있고 냉장고가 있고 많은 음식들이 채워져 있지만 60년 후반, 70년대 초반만 해도 먹을 것이 그리 풍족하지 않았다.

그때는 가난이라는 것 너무나 싫었다. 세 들어 사는데 아이들이 많다고 일 년도 안 돼서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  홍은동 산꼭대기 수도도 없어  물을 지게로 사다 먹는 독채 전세로 갔다.

독 채라 봐야 방 두 개에 부엌하나 작은 마당에 화장실 하나였다. 열명이 살기에는 비좁은 집이었다. 지금 초등학생 아이들이  물 길어다가 연탄불에 밥을 할 수 있을까? 할 수도 없겠지만 시키는 부모도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굶고 있는  불행한 아이들도 있을 테지만ᆢ

힘들고 어려웠던 유년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은 밥을 해도 남들은 귀찮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오히려 즐겁다.

이제 건강을 생각해서 쌀대신 보리밥을 먹고 고기 대신 야채를 먹는 시대가 됐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어릴 적 고난이 지금  잘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다면 고난도 유익한 거다.

우리살면서 원하지 않아도  여러 고난을 겪게 된다. 그 고난 중에 있을 때는 힘들고 어렵지만 잘 참고 지나고 나면 그게 힘이 될 때가 있다.

요즘 힘든 일을 참기 힘들어하는  젊은 이들을 보면 고난이 유익이라는 말이 새삼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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