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만 살았다.
유치원은 다니지 못했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도 사귀고 많은 학교 동창도 생겼다. 직장을 다니고 사업도 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맞아서 잘 지내던 사람도 있고 이해관계가 잘 안 맞아 소원 해진 사람도 있다. 막상 경조사를 당하면 보통은 동창회에 연락을 하고 현재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 잘 만나지 못하지만 오래된 친구들에게 연락을 우선 하기 마련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어디에 소속되어 있길 원한다. 소속감으로 그 단체가 돌봐주고 보호해 준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단체가 힘 있는 단체면 더욱 그렇다.
인간은 혼자면 약하기 때문에 힘을 합치는 게 보편적이다. 작게는 가족으로 크게는 국가로 나누어진다.
요즘 의사들이 의대 정원을 놓고 사직을 하고 데모를 하는 것도 자신들의 기득권이 약해질 거라는 이기심 때문이다. 이런 일들은 늘 있기 마련이다. 회사의 노사나 민노총 , 전철협 등등 수도 없이 많은 단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으로 뭉쳐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가 친구는 아니다. 그건 아는 지인이고 이해관계가 없어지면 안 만나도 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살면서 외롭고 힘들 때 보고 싶은 사람,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누고 싶은 사람, 그 사람 일을 늘 관심 있게 바라 봐주고 싶은 사람이 친구일께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든 보면 항상 본 것처럼 스스럼없이 가까운 사람, 편한 사람이 참 친구일 것이다. 오래된 장맛이 진하다고 그렇게 오래 묵은 친구가 진짜 친구일 것이다. 대학동창보다 초등학교 동창이 더 편한 것도 그 이유일게다.
하지만 사람은 상대성이기에 서로에게 진실하지 않으면 우정은 바르게 전해지지 않기 마련이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도 서로에게 진실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한다면 그건 지인이지 친구가 아니다. 만날 때마다 불편하다면 이미 친구가 아니다. 일 년 내내 안부전화 한번 없이 애경사에서 만난다면 진정한 친구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친구와 지인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내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어도 진정한 친구가 없다면 나는 그저 외로운 사람일 뿐이다.
나이가 들면 더욱 그렇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불편하기도 하지만 쉽게 가까워지기도 힘들어진다. 따지는 조건도 많아지고 쉽게 마음을 열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친구가 나이가 비슷해서만 아니라 나이가 많이 차이나도 생각이 비슷하고 뜻이 맞는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예전 공자가 말씀하시길 맘이 통하는 친구가 세명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했다.
요즘 선배들은 아무 때나 골프 치자고 해서 4명만 모일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공자가 살던 시대에 어느 노인이 늘 술과 잡기에 빠져있는 아들에게 묻기를 "넌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그들이 다 친구라고 생각하느냐? 아들이 대답하길 그들이 다 저를 도울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늘 두세 명만 만나는 아버지를 비웃듯이 말했다. 그래? 아버지는 새끼돼지를 죽여서 멍석에 말아 아들에게 지워주고 네 친구들에게 사람을 실수로 죽였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의논해 보라고 시켰다. 그동안 함께 놀던 친구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찾아갔지만 모두들 외면하고 문 닫고 들어가 버렸다. 힘없이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보고 이번에 아버지가 멍석을 매고 아버지의 친구집을 찾아가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고 하니 자네가 어쩌다 사람을 죽였나? 일단 들어오게 어찌할 건지 생각 좀 해보세 하고 집안으로 들이는 걸 보고서 아들은 많은 걸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그들은 친구인가, 지인인가? 좋은 친구가 없다면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 주어야 할 일이다. 아무리 좋은 친구가 되려고 해도 그걸 이용만 하려는 사람은. 이미 친구가 될 수 없는 사람이다.
친구는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행복해야 한다. 그것이 쉽고도 어려운 문제다.
물론 다 그렇치는 않겠지만 부부가 늙으면 친구가 된다는 게 맞는 말 같다.
좋은 친구가 있다는 건 적어도 외롭지는 않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사귄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공자가 말씀하시길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라고 했다.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친구가 좋아서 친구집 옆으로 이사를 했다는 말도 있다. 늘 옆에 좋은 친구가 있다는 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