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난 서둘러 숲으로 갔다. 횡계에 있는 국민의 숲 길을 걷기 위해 이 년 전 이곳에 왔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열심히 걸어 볼 요량으로 이곳에 조그만 거처를 구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고 또 걸었다.
가을이 되고 낙엽이 지고 엄청난 눈이 내렸다.
안 올 것 같은 봄이 왔다. 그 많던 눈이 말처럼 눈 녹듯 녹았다. 푸르는 싹들이 돗아나고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오늘은 자세히 보니 땅에 붙어 피어나는 흰색깔의 아주 작은 꽃들이 셀 수도 없을 만큼 피어 있었다.
수많은 꽃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하얗게 피어 있었다.
워낙 작고 땅에 붙어 피어서 자세히 보아야 한다.
이름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난 수많은 별처럼 피어 있어 별꽃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분명 그전부터 부르던 이름이 있었을 텐데 알 수가 없으니 난 별꽃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 꽃이 한두 개씩 피어나면 그냥 잡초에서 나는 꽃인가 지나치기 쉽지만 많은 무리를 지어서 피어나니 아름답게 느껴진다. 자세하게 보니 꽃잎도 별모양처럼 오각형이다.
앙징맞게 작지만 나태주시인 말처럼 자세히 보니 아름답고 오래 보고 있노라니 그 꽃은 나에게로 다가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세상에는 남들에게는 작고 별 볼 일 없는 것이 많지만 그것이 내 마음에 들어오면 나에겐 특별한 것이 된다. 부족한 자식도 부모에겐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것처럼.
우리가 살면서 무시하고 가볍게 여긴 것들이 어느 순간 나에게 특별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걸 알게 될 때 더 소중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특히 건강이 그렇다. 건강할 때는 모르지만 건강을 잃어 보면 안다.
늘 당연하다고 느낀 것들이 없어지면 소중한 걸 아는 것처럼.
작년 봄에도 봤을 텐데 무심코 지나쳤나 보다.
올봄이 돼서야 내 눈에 띄게 된 것은 그만큼 나에게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고 여유가 생겼다는 건 그만큼 건강해진 거라 생각된다.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이 건강해지면 우리는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남들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