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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

隱隱靑 페인트블루 로즈

by 김재선

동해시에서 장미꽃축제가 있다고 해서 집사람과 선배부부와 함께 가보기로 했다.

난 원래가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기분이 좀 우울한 것 같아서 분위기를 바꿔볼 요량으로 차를 몰았다.

입구서 부터 종류도 모를 장미꽃들이 하천부지 행사장을 따라 수없이 피어있었다.

향기로운 장미꽃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젊었을 때 아내는 장미꽃 향수를 쓰는 걸 좋아했다. 처음 아내를 안았을 때 향기롭게 코를 간지르던 장미꽃 향기는 잊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나고 화장품회사 대표를 하는 친구가 프랑스제 고급향수를 쥐서 아내의 향기는 고급스럽게 바뀌었지만 난 추억의 장미꽃 향수 냄새를 간간이 기억하곤 했다.

행사장을 한 바퀴 다 돌고 있는데 작은 화분에 장미꽃을 심어 팔고 있었다. 눈에 띄는 장미가 있었다. 색상이 아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이었다.

이름을 보니 씨 앤랑 로즈 페이트 그린 장미라고 되어 있었다. 또 은은청 隱隱靑 페인트 블루라고 한다. 원산지가 중국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꽃말은 우아함 진실된 사랑 희망이라고 했다.

아파트 베란다에 놓고 키워볼 요량으로 무턱 대고 샀다. 다이소가서 좀 큰 화분과 영양토를 사고 분갈이를 해서 베란다에 놓았다.

하룻밤이 지나자 꽃은 안정되고 다시 활기를 찾은 것 같았다. 좁은 베란다에 장미꽃 향기가 가득했다. 화분 하나로 기분이 달라지고 집안 분위기가 새로워졌다.

늘 똑같은 삶 속에서 작은 것 하나 변화를 줘서 삶이 달라진다면 도전해 볼 만한 일이다.

아파트에서 무슨 장미냐고 타박했던 아내도 장미꽃을 보더니 배시시 웃는다.

아내에게서 장미꽃향기가 다시 나는 것 같아서 좋다. 꽃말처럼 희망이 생겼으면 좋겠다.

오늘따라 아내가 우아하게 보인다.

돌봐야 할 가족이 또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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