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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키 Dec 05. 2023

나와 엄마의 성향 차이

두 사람이 똑같아지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우리 집에서 엄마와 함께 보낸 사흘, 편안하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이전에는 못해봤던 얘기들을 서로 나눴다. 서운했던 점도 말하다 보니 마음이 많이 풀렸다. 


나는 따뜻한 포옹과 다정한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학창 시절엔 내 손을 잡아주지 않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엄마는 내 생활의 모든 것을 다 해줬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밥을 짓고, 교복 와이셔츠를 다려주고, 내 입에 꼬마김밥을 넣어주고 아침 7시에 "갔다 올게~" 말하며 출근했다. 밤에 돌아와 우리 간식도 챙겨주고 과일도 깎아주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하고... 나는 그런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을까? 못 한다. 내 눈에 엄마는 초인 같았다. 


엄마는 말보단 행동이라고 말한다. 사랑한다면 "사랑한다."는 말로 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라고 한다. 그래서 평생 나와 동생에게 밥을 먹이고, 옷을 다려주고, 속옷을 삶아주고, 운동화를 세탁해 주고, 학비를 보태줬다. 그런데 나는 엄마가 나를 안아주지 않았고, 내게 동화책을 읽어주지도 않았는 데다, 다정하게 말해주지 않는다고 아직도 서운해하는 것이다. 엄마 입장에선 '모든 걸 다 해주는데 왜 짜증을 내는 걸까...?'가 되어버린다. 


일요일 낮에 거실에 앉아서 엄마와 2시간쯤 얘기했다. 엄마도 전엔 안 했던 마음속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줬다. 밖을 보니 햇볕이 쫙 비치고 있었다.  


엄마가 말했다. "우리는 성향 차이가 있어." 

성향 차이 때문이라고? 나는 최대한 심드렁한 말투로 엄마에게 말했다. 

"그래요, 엄마는 '성. 향. 차. 이.'라고 생각한단 말이지?" 

그러더니 엄마가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그거야! 이제야 너도 알았구나." 


엄마도 개운해진 얼굴, 나도 편안해진 마음. 


"엄마는 왜 나한테 다 할 수 있다고 얘기해? 나는 못 할 것 같을 때도 있어. 하지만 그게 뭐가 힘드냐고 말하잖아." 

"그렇지. 그까짓 게 뭐가 힘들어. 사실 더한 얘기도 해주고 싶은데 참은 거야." 


마음이 풀리니, 엄마도 내게 이렇게 장난스럽게 말하고, 나도 웃으며 답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똑같아지는 게 사랑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게 사랑.   


오늘 낮에는 수문할머니가 보내주신 팥으로 엄마가 팥죽을 쑤어줬고, 통밀로 반죽한 수제비를 넣었다. 

엄마는 갈치조림과 미역국을 만들고, 내가 좋아하는 시금치를 무쳐놓고, 집으로 갔다.  뭔가 할 힘이 다시 생기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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