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블로그에서 발견한 나의 지난날
오후, 남편이 아이를 돌봐주는 사이에 잠시 스타벅스에 왔다. 디카페인 커피를 시켜놓고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다가, 문득 옛날 블로그를 다시 보고 싶어서 아무 거나 눌러봤다.
2007년 봄의 나
"왜 내가 그렇게 원하지도 않는 일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일까?"
그때 나는 뭐에 목숨 걸고 있었을까? 대략 짐작은 가지만, 조금만 자세히 써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원하지도 않는 일에 목숨 거는 버릇. 이젠 그만둘 때도 되었지? 36살의 나는 21살의 나보단 집착을 조금 더 내려놓았고, 몸과 마음도 조금 더 편안해졌다.
2009년 가을의 나
"재범이가 떠났다"
2PM의 재범이가 탈퇴한 문제로 매우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 재범이는 몇 년 뒤에 AOMG라는 힙합 레이블을 차려서 엄청나게 성공할 거야. 지금은 소주도 만들어.
2014년 가을의 나
순덕이를 좋아하고 있다
이 즈음 내 블로그엔 몇 차례나 순덕이가 등장한다. 어라, '순덕이'가 누구였지?
나는 순덕이와 민초를 먹었고, 청계천을 걸었고, 소래에 놀러 갔다.
2014년 10월 29일에 나는 순덕이가 준 베지밀을 꼴딱꼴딱 다 마셨다.
"밤에 잠이 잘 올 거야. 넌 참 식습관이 좋네~"
라고 네가 말해줘서 기분이 참 좋아.
그러다 문득 이 세상에서 내게 순덕이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집에서 연두를 돌봐주고 나를 카페로 보내준 남편.
갑자기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순덕이를 만나 함께 베지밀을 먹고 야채호떡을 먹고 매운 어묵도 먹고 초밥도 먹고 민초도 먹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귀여운 연두를 품에 안았다.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은 27살에 잡지사에 들어가 순덕이를 만난 것이다.
2015년 봄의 나
일에 관한 고민이 많다.
이 무렵 나는 에디터 2년 차.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독한 Writer's block에 빠져, 한 문장도 선뜻 쓰기 어려운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어릴 때부터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로켓은 못 만들어도, 시계는 못 열어도.
끼적이기, 시 쓰기, 애완 카페 개설, 친구들에게 (아마도 편지 보내기).
그래서 나는 '창조'하는 일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쉽지 않다.
그런데 어떤 글을 쓰고 싶지?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모르는 게 아닐까?"
9년 전이지만 그때의 고민과 고통이 지금도 내게는 생생하다.
9살 더 먹은 선배(?)로서 뭘 말해줘야 할까.
너는 지금 그 자체로 아름다워.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며 너는 점점 더 고유해진다.
2010년 8월 8일
내가 좋아하던 방송작가의 글
나는 김운경 드라마 작가가 방송작가 지망생에게 쓴 글을 공유했다.
이때 나는 대학교 졸업반이었다. 몸은 기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내심 드라마 작가를 꿈꿨는지도 모른다.
주변에선 스마트폰 쓰는 사람을 손에 꼽기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김운경 작가는 드라마 <유나의 거리>, <짝패>, <파랑새는 있다> 등의 각본을 쓴 작가다.
14년 전의 원문도 여전히 남아 있어, 어쩐지 가슴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김운경 작가가 방송작가지망생에게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