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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채 Oct 30. 2020

브랜드를 마주하는 곧은 자세
<날마다, 브랜드>

[스몰 브랜드 제작기 #4] '스몰 브랜딩'을 위한 재료 모으기 (2)

 책, 영화, 음악···.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회자되는 콘텐츠에는 그만이 풍기는 고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든다면,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유럽의 여름 별장이 떠오르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녹색 풍경이 보이는 기차 창가 자리를 연상시키는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소복이 눈이 쌓인 도시의 겨울을 연상케 하는 프랭크 오션의 <Blonde>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사람들은 같은 콘텐츠를 보고도 자신의 경험에 따라 각기 다른 분위기를 떠올립니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쓰임을 가진 단어만이 가질 수 있는 포용성이 있기에 '분위기'라는 단어를 사람들이 더욱 많이 쓰지 않나 싶네요. 물론 듣는 이의 너그러움도 필요하겠지만.


브랜드는 실체와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총체적인 정경이라 할 수 있다.

<날마다, 브랜드> 중

 해가 강한 어느 오후, 벤치에 앉아 곧은 자세로 책을 읽는 청년. 이것이 제가 <날마다, 브랜드>에서 느낀 고유의 분위기입니다. (물론 나만 느끼는 것일 수 있겠지만.) 이는 책을 직접 만지며 느낀 물리적 경험, 작가의 태도와 문체가 주는 비물리적 경험의 결합으로 완성됩니다. 실체와 이미지의 결합. 하나의 브랜드를 빚어내는 마음가짐으로 이 책을 펴냈을 작가의 태도가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부드러운 문장 속

단단한 알맹이


  <날마다, 브랜드>를 통해 제가 얻은 가장 값진 재료는 '브랜드를 마주하는 바르고 곧은 자세'가 아닐까 싶네요. 책을 통해 반복적으로 '올바른 브랜드'의 기준에 대해 부드럽게 이야기하되, 그 논점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제품 혹은 서비스를 기획하는 순간에서부터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에 대해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한 브랜드가 선사하는 세 가지 편익(기능적 편익, 정서적 편익, 자아표현적 편익) 중에서 나의 스몰 브랜드가 사용자의 어떤 편익을 가장 잘 충족시킬 수 있을지, 기분 좋은 고민도 시작하게 됐습니다.




날마다, 브랜드 (임태수 지음) 

목차

‣ 올바른 브랜드는 싸우지 않는다

‣ 브랜드의 힘은 구성원으로부터

‣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 자고 있는 감각을 깨우자

‣ 플랫폼의 진화

‣ 브랜드라는 사람

‣ 코스와 무인양품의 공통점

‣ 갖는 것과 겪는 것에 대하여

‣ 드러내기는 쉽지만 스며들기는 어렵다

‣ 대행과 컨설팅의 차이

‣ 스패닝 사일로

‣ 브랜드스러움의 실체화

‣ 열 자리 숫자의 비밀

‣ 더러워져도 괜찮아

‣ 지켜낸다는 것

‣ 스마트한 세상에서 잃어버린 것들

‣ 하동관과 수하동

‣ 플래그십 브랜드의 역할

‣ 스티브 잡스의 검정 터틀넥

‣ 소통하는 디자인

‣ 텍스트와 컨텍스트

‣ 엉뚱하지만 엉뚱하지 않은

‣ 브랜드 경험 기획자의 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좋은 제품을 만들고 또 좋은 제품이라고 인식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모든 브랜드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의 마음의 얻을 수 있을까? 이제 커뮤니케이션의 초점을 사람의 마음을 여는 데 두어야 할 것이다. (송정미 / 홍익대학교 광고홍보학부 교수)


축적된 이미지가 브랜드를 완성한다

고객 입장에서 브랜드는 해당 브랜드와 실체와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총체적인 정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브랜드의 실체, 즉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실제적인 편익을 갖추는 것을 우선해야 하며, 다양한 고객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실체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축적해야 한다.


좋은 브랜드는 싸우지 않는다

좋은 브랜드는 경쟁 브랜드와 싸워 이기는 방법을 궁리하는 대신,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가치 있는 변화를 제안하고 그 약속을 잘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예컨대 브랜드를 만든 목적은 무엇이며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고객은 누구이며 그들은 어떤 것을 원하는지와 같이 사람들이 브랜드를 선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편익과 가치를 명확히 하고, 이를 통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굳건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디테일이 애정을 만든다

브랜드는 실제적인 경험의 산물로, 우리는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사용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형성해간다.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순간부터 온전히 사용자를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자재와 공정에서부터 세부적인 기능 하나하나까지 철저하게 고객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만들어야 한다. 


브랜드라는 사람

브랜드 개성은 브랜드를 사람에 비유했을 때, 어떤 성격을 갖고 어떻게 행동하며 또 어떠한 분위기와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지 등 인간적인 특성을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기술의 발달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적 우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객들은 점차 브랜드가 주는 상징적이고 정서적인 편인에 따라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다. 브랜드의 톤앤매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속한 범주나 주요 고객이 누구인지에 따라, 혹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이미지에 따라 정해진다.


브랜드를 이루는 세 가지 편익

'기능적 편익(functional benefit)'이란 브랜드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기능의 혜택을 말한다. 프라이탁의 경우 트럭의 타포린 방수천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내구성과 방수성을 들 수 있다. 두 전째 '정서적 편익(emotional benefit)'은 해당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감성적인 편익을 일컫는다. 프라이탁의 경우 트럭의 방수천을 수거해 잘라 만들기 때문에 같은 모델이라도 각 제품이 세상에 하나뿐인 디자인이 된다. 이 점은 단순히 가방 디자인이 예쁘거나 세련된 것을 넘어 특별함을 느끼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자아표현적 편익(self-expressive benefit)'이란 브랜드가 그것을 사용하는 개인의 자아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라이탁의 경우, 스타일리시한 이미지를 넘어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의식 있는 젊은 세대로 느끼게 해 준다. 실제로 브랜드의 정신을 자기 자신과 일체화하여 생각하기도 한다. 브랜드에 자아를 투영하는 수준에 이르면, 사람들은 해당 브랜드를 문화적인 아이콘으로 인식하게 된다.


경험은 닳지 않는다

브랜딩이란 그저 최대한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으로 해석하는 기업의 마케팅적 관점이 물질 만능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질수록 과연 행복하기 위해 브랜드를 갖는 것이 브랜드를 가져야 행복한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개인의 행복과 삶의 가치 척도가 물질적인 요소에 편중되는 것과 관련하여, 물질에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입히거나 덧붙이는 직업을 가진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 때가 있다. 우리가 어떤 브랜드를 찾고 소비하면서 일종의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으려면 물질과 소유에 대해, 더 나아가 행복한 삶에 대해 각자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 물론 어떤 물질을 소유한다는 행위가 주는 행복감도 크다. 그러나 소유를 통한 행복한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 형태가 있는 것은 결국 그 형태로 점차 매력을 잃게 되고, 우리는 또 다른 것을 욕망하며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찾게 된다. 새로 산 가방은 낡기 마련이고, 반들거리는 구두는 때가 되면 그 빛을 잃기 마련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경험하는 데서 오는 감정이나 추억 같은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점점 크게 느껴진다. 이렇게 형태가 없는 것들은 애초에 그 없음으로 인해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느꼈던 설렘은 언제나 마음속에 남아 있고, 파도 소리는 아직 귓가에 맴돌며, 소중한 이와 함께 보았던 밤하늘의 별은 시간이 지나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 소유하는 것 대신 경험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스며드는 브랜드가 가진 힘

브랜드의 본래 목적에 집중하고 고객의 일상과 주변 환경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브랜드는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그 브랜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 차츰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된다. 그런 브랜드야말로 진정으로 강력한 브랜드가 아닐까.


디자인, 그 무한한 확장성

자연물이 아니라면, 디자인된 것이다. (If it is not nature, it has been designed.) 어느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호주의 디자인 단체 대표가 했던 말이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을 제외하면 일상의 모든 것은 디자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디자인은 해석에 따라 그 범주가 굉장히 넓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애플의 상호보완적 디자인

브랜드 전반의 일관된 경험 디자인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브랜드로는 역시 애플을 꼽을 수 있는데, 애플이 아이폰 광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편에서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좋은 하드웨어 디자인은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최대로 살리고, 좋은 소프트웨어 디자인은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대로 살릴 수 있으므로 그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디자인한다고 말한다. 겉과 속이 일심동체로 디자인된 아이폰을 통해 하나의 훌륭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그 목표다.


쉽게 버려지지 않는 롱 라이프 디자인

디앤디파트먼트가 제품을 선정하는 기본 원칙은, 만들어진 지 20년 이상 지난 제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것이다. 대표 나가오카 겐메이는 브랜드를 통해 올바른 디자인을 전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올바른 디자인이란 새로운 디자인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고 앞으로도 지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 쉽게 버려지지 않는 롱 라이프 디자인이다. (중략) 빈티지는 본래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을 만든 연도를 의미한다. 따라서 와인은 보통 오래 숙성될수록 품질이 높고 맛이 깊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마찬가지로 빈티지 브랜드와 제품들은 오래될수록 고유의 가치가 부각된다. 그렇다면 빈티지 브랜드의 기본은 품질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해지는 롱 라이프 디자인이야말로 빈티지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전통과 혁신이 담긴 서체, 안상수체

1985년에 만들어진 안상수체가 지금까지도 한글 서체를 대표한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단순히 정사각형의 규격을 벗어나는 탈 네모꼴의 독특한 서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상수체는 초성, 중성, 종성의 모양과 크기가 어디에 위치하든 모두 동일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워크룸의 김형진 대표는 안상수체의 본질이 끝소리에 첫소리를 다시 쓴다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원리를 디자인으로 계승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글의 본모습에 가장 근접한 서체라고 할 수 있는 안상수체의 가치는 전통에 근간하되 가장 혁신적인 한글의 모습을 띠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한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유성, 브랜드스러움

브랜딩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마다 늘 하는 작업 중 하나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정의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브랜드가 지향해야 하는 핵심 가치 또는 브랜드가 고객에게 인식되었으면 하는 이미지를 수립하는 일이다. 물론 프로젝트마다 아이덴티티를 수립하는 과정은 조금씩 다르다. 리서치나 인터뷰를 통해 전반적인 시장과 고객 트렌드를 분석하는 것을 비롯하여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장점과 제조 및 유통 과정, 가격정책,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브랜드와 관련된 다양한 것을 폭넓게 살피는 동시에 브랜드의 미션이나 비전과 같은 본질적인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해당 브랜드가 지향해야 하는 올바른 브랜드 아이덴티티, 브랜드스러움을 도출하게 된다. 도출한다는 표현보단 브랜드나 기업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신과 목표를 잘 정리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브랜드의 정신은 그 브랜드를 처음 만들고 지금까지 만들어온 사람이 지닌 생각이지 누가 대신 만들어줄 수 없으므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보통 하나의 구나 절로 표현되는 가장 상위 개념으로서 브랜드 에센스와 브랜드스러움을 반영한 핵심 가치 키워드로 구성된다. 예를 들면 '단순한' '유니크한' '따뜻한' 등 몇 가지 핵심적인 단어들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러한 것이 단지 기획 문서 안의 단어로만 추상적으로 전재한다면, 그야말로 실체 없이 허울 좋은 단어로 남을 뿐이다. 따라서 핵심 가치들을 어떻게 고객 접점에서 실체화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좋은 말은 다 가져다 붙여놨다는 클라이언트의 비아냥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이덴티티의 실체화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고객과 하는 약속이다. 물론 아이덴티티 키워드가 외부로 노출되지는 않지만, 내부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약속의 키워드라서 이러한 브랜드의 약속은 보다 구체적일수록 좋다. (중략) 브랜드스러움을 고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실체화하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시각화, 즉 브랜드 디자인을 위해서는 디자이너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바람직한 디자인 콘셉트를 잡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디자인은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자 그 자체이다. 따라서 브랜드가 지향하는 브랜드스러움을 시각화하기 위한 브랜드 디자인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객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여졌으면 하는지를 브랜드 디자이너와 함께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컬러와 서체, 그래픽 모티브, 픽토그램 아이콘 같은 디자인 구성 요소가 어우러져 브랜드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이미지를 만들게 된다. 따라서 브랜드 정신이나 핵심 가치 같은 본질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디자인 표현 원칙이나 디자인 구성요소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브랜드 기획자의 사고법

브랜드 기획자에게는 이와 같이 비단 브랜드에만 국한된 이슈뿐만 아니라 제품에서부터 내부 구성원에까지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전방위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넓은 시야와 이를 재정비하여 하나의 브랜드스러움을 구축하기 위한 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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