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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채 Apr 22. 2021

브랜딩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3가지 단계

[스몰 브랜드 제작기 #6] 브랜딩을 위한 시장, 고객, 컨셉 정의

스몰 브랜딩을 위한 분석과 정의

이번 글에서는 '문채의 브랜딩 페이퍼' 속 <분석 & 정의> 단계를 실제로 진행한 과정을 소개합니다. '문채의 브랜딩 페이퍼'의 전체 목차는 <작게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브랜딩 안내서> 편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어요. 아래 내용을 읽기 전에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분석 & 정의
   (1) 시장 정의
      (1-1) 시장 조사 및 분석
      (1-2) 경쟁사 조사(양적 & 질적) 및 분석
   (2) 고객 정의
      (2-1) 소비자 조사 및 분석
      (2-2) 타겟 페르소나 설정
   (3) 콘셉트 정의
      (3-1) 문제 정의
      (3-2) 메인 콘셉트 정의

본문에는 각 단계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1 page 인포그래픽'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놓치지 않고 꼭 확인해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덧붙여, 실제 운영 중인 타 브랜드의 단점을 노골적으로 언급해야 하는 '경쟁사 조사' 단계는 내용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겁 많은 평화주의자니까요...




1. 시장 정의

Q. 왜 세컨핸즈 시장을 선택했는가?

우선, 제가 왜 세컨핸즈 시장을 선택했는지 이야기 해야겠죠. 그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앞선 아티클에서 두 번째 이유와 세 번째 이유는 언급했으니, 이번엔 첫 번째 이유인 '세컨핸즈 시장의 성장세'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세컨핸즈 시장을 선택한 이유]
① 외재적 조건: 세컨핸즈 시장의 성장세
② 내재적 조건: 제품 생산 능력의 부재
③ 브랜드 목표: 매력적인 큐레이터로서 존재하는 브랜드


Q. 세컨핸즈 시장의 글로벌 현황은?

국내 시장을 분석하고 정의하기에 앞서, 세컨핸즈 시장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한 미국과 일본의 케이스 스터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료를 찾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인사이트를 얻었던 브런치 아티클 <18년차 마케터가 제안하는 패션업의 새로운 사업 기회>의 내용을 빌려 시장의 글로벌 현황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2018년에 발행된 아티클임에도 현재까지 유효한 인사이트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미국의 세컨핸즈 시장 현황]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알려진 서브프라인 모기지 사태 이후 경기 후퇴가 있었고 '절약'이 메인스트림의 트렌드가 되었다. 미국 여성의 1/3이 세컨핸드 시장에서 구매를 경험하게 되었고, 2022년에는 세컨핸드 시장을 경험한 사람의 옷장 속 40%에 달하는 제품이 중고품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미국 여성의 94%는 할인하지 않는 옷을 사지 않겠다고 했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일본의 세컨핸즈 시장 현황]
일본의 패션 소비 트렌드에 변화가 불고 있다. 단순히 싸기만 한 소비에서 옷을 통한 재테크까지 고려한 소비로 전환된 것이다. 패션 구매 시 판매를 고려해서 구매하는 문화가 생겼고, 새 물건을 고집하지 않는 소비의식도 생겼다. 이 모든 것은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률이 둔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늘지 않는 가처분 소득에 맞춰 소비의식도 변화했다. 고령화와 비혼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영향이 있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실속형 소비성향으로 이어졌다. 1코노미, 1인경제와 같은 용어가 만들어진 것도 이때다.

- <18년차 마케터가 제안하는 패션업의 새로운 사업 기회> 중

한 줄로 요약하자면 경제 성장율이 둔화되고 임금 상승폭이 줄면서, 늘지 않는 가처분 소득에 맞춰 소비의식이 변화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소비 트렌드(1코노미, 둥지소비)가 형성되고,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소비 문화(옷+재테크, 사용 보다 공유)가 자리 잡게 되죠. 이어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일본의 메루카리& 조조유즈드, 미국의 포시마크 & 스레드업)이 새롭게 등장하거나 사업을 확장해 시장의 규모가 커집니다.


Q. 세컨핸즈 시장의 국내 현황은?

국내 역시 경기 성장률이 높지 않다. 그러나 정부 시책 등 경기 주체의 심리 개선 요인들이 존재한다. 그런 면에 있어서 장기침체 및 경기후퇴로 절약, 중고 열풍이 불었던 일본 & 미국의 사례와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중략) 여전히 중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는 것도 있다. 뿐만 아니라 중고물품에 대한 미신도 크다. '남이 쓰던 물건에는 귀신이 붙어있다'와 같은 미신이 남아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 미신은 유효하며 바이럴이 잘 되는 이러한 이야기는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18년차 마케터가 제안하는 패션업의 새로운 사업 기회> 중

위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지만, 생각보다 국내 세컨핸즈 시장(중고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10조 원의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던 2010년에 비해 2020년에는 20조 원의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죠.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자리 잡은 당근마켓, 번개장터와 같은 서비스 또한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나아가 기존 기업들이 세컨핸즈 거래를 위한 서비스(KREAM)를 출시하기도 하고, 패션에 포커스를 둔 새로운 플랫폼 기반 서비스(CULT, FRUITS)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Q. 디자인 퍼니처, 스니커즈 ··· 어떤 카테고리를 선택할 것인가?

앞서 이야기한 리세일을 통한 재테크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스니커즈 카테고리, 소비하는 금액이 비교적 큰 빈티지 퍼니처 카테고리 등 세컨핸즈 시장 내에도 다양한 카테고리가 존재합니다. 이중에서도 저는 의류를 기반으로 하는 세컨핸즈 샵을 선택했습니다. 의류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시작하고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을 고려해두었죠.

다양한 선택지 중 의류를 메인 아이템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의류 제품이 원 상품의 가치 손실이 규격화되어 중고 거래가 용이한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명확한 라이프 사이클을 가진 의류 제품들은 개별 중고품에 대한 가격 산정이 비교적 용이한 편이죠.

의류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시즌별 신제품 발매 → 미드 세일 → 시즌 오프 → 시즌/연차별 아울렛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 가자면, 세컨핸드 시장에서 브랜드가 취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①개인 셀러와 개인 바이어를 이어주는 플랫폼 방식 ②중고 물품 매입 후 재포장 및 재판매하는 스토어 방식, 이렇게 두가지죠. 앱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은 부족하기에 저 같은 경우는 스토어 방식으로 브랜드를 진행하고자 결정했습니다.


'시장 정의' 내용을 요약한 페이지




2. 고객 정의

세컨핸즈 시장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고객은 밀레니얼 세대에 속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새로운 소비 방식을 쉽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이를 재미 요소로 느끼기도 하죠.

세컨핸즈 시장은 디지털과 모바일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세컨핸드 시장 속 소비를 일종의 '놀이'로 생각하기도 하며,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요소에 열광한다. 이는 양질의 브랜드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패션과 자원 절약, 환경 보호를 주요한 소비 트렌드로 삼고 있다. 옷을 조금만 입고 버리는 것이 자원 낭비며, 환경 오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 <18년차 마케터가 제안하는 패션업의 새로운 사업 기회> 중

하지만 브랜드의 타겟을 '밀레니얼 세대'라는 넓은 범주로만 설정할 순 없죠. 밀레니얼 세대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이커머스 유저 그룹을 구성했습니다. 리세일 쇼핑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4가지 유형의 쇼퍼로 타겟을 세분화했죠.

① TPO 쇼퍼: 환경과 상황에 따라 아이템을 구매
② 바겐 쇼퍼: 트렌드에 관심을 가지지만 세일 여부에 따라 구매가 결정
③ 프로 쇼퍼: 세 번째로 트렌드에 민감하고 시즌별 신제품을 구매하는 데 익숙
④ 컬렉팅 쇼퍼: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소비의 폭이 넓은 편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 쇼퍼 중에서도 '프로 쇼퍼'와 '컬렉팅 쇼퍼'를 브랜드의 주요 타겟으로 설정했습니다. 나아가 두 유형의 쇼퍼가 가지는 특징을 기반으로 타겟 페르소나를 구체화했죠. 성별, 나이, 직업 등 타겟 페르소나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하며 브랜드의 방향성을 명확히 할 수 있었습니다. (이커머스 유저 그룹 내용은 브랜드 컨설팅 컴퍼니 <Plus X의 SI.VILLAGE 프로젝트>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고객 정의' 내용을 요약한 페이지




3. 컨셉 정의

앞선 단계를 통해 제가 만들어낼 브랜드가 개선해야할 시장과 소비자의 문제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브랜드를 나타내는 '한 줄 컨셉'도 설정했죠.


Q. 세컨핸즈 시장이 가진 문제는?

온라인 기반의 세컨핸즈 시장(리세일 마켓)은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동시에, 편의성이 강화된 소비 경험을 제공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컨핸즈 시장에 대한 소비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는 큰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지속가능 소비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지 않는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또한 국내 세컨핸즈 시장이 다소 매니악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문제도 존재합니다.


Q. 밀레니얼 쇼퍼가 겪은 문제는?

밀레니얼 쇼퍼 중에서도 '프로 쇼퍼'와 '콜렉팅 쇼퍼'는 리세일 트렌드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 자체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는 '가치 소비의 성향' 또한 띄고 있죠. 하지만 세컨핸즈 제품을 구매했던 경험 자체에 부정적 요소가 남아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중고나라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쌓인 제품에 대한 불안감과 불편함이 소비 경험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히죠. (상태 사기, 가품, 직거래 등)


Q. 문제를 개선할 나만의 브랜드만의 컨셉은?

우선 앞서 언급한 문제(부족한 시장 경험 & 부정적 소비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브랜딩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① 가치 소비의 대표 분야인 디자인 퍼니처 관련 브랜드의 브랜딩 전략을 차용할 것.
②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제작해 가치 소비의 경험을 제공할 것.
③ 빈티지 · 리셀 등 세컨핸즈 관련 키워드의 노출을 지양할 것.

세가지로 정리한 브랜딩 전략을 토대로 나만의 브랜드 컨셉을 도출했습니다. 디자인 퍼니처를 모으는 콜렉터의 옷장. 기존에 설정했던 브랜드 목표(매력적인 큐레이터로서 존재하는 브랜드)와 새롭게 설정한 세부 목표(세컨핸즈 시장에 없던 가치 소비의 경험을 제공)를 모두 충족하기 위한 컨셉이죠.


'컨셉 정의'의 내용을 요약한 페이지




[스몰 브랜드 제작기]의 여섯 번째 글을 마쳤습니다. 이전 아티클로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완성하게 되었네요. 주어진 일을 하는 것 보다, 모든 과정을 스스로 고민하고 넥스트 스텝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일이 더욱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고 있습니다. 머리 속에만 존재하던 추상적인 개념들을 하나하나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쾌감(?)도 오랜만이고요. (기다리는 분은 거의 없겠지만) 다음 아티클 빨리 준비해서 돌아 오도록 하겠습니다!  


*[스몰 브랜드 제작기]는 시리즈로 구성되었으며, 다음 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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