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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 너 누구니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한량작가의 다정한글쓰기수업 


어느 날, 혜성같이 나타난 배우가 아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니 내가 그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진희 배우 주연의 <60일, 지정 생존자>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비서실 선임 행정관 차영진을 연기했을 때다. 30대 중반의 젊은 정치학 박사이고, 유능하면서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남자, '킹이 되기보다는 킹메이커'가 꿈이라는 남자! 참 매력적인 배역이었다. 그리고 그 배역이 누구보다 잘 어울려 주연배우들 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았던 배우 손석구는 나에게 그렇게 각인되었다.




그런 그를 잠시 잠깐씩 다른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다 지난달 내 인생 드라마인 <나의 아저씨>의 박해영 작가가 4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깨고 소위 '칼을 갈고 썼다'라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보게 되었다.



처음 그가 이 드라마에 등장하자 마치 드라마 속 구씨가 배우 손석구인 듯 맞춤양복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너무 잘 어울리는 배역에 또 한 번 놀랐다. 구부정한 어깨와 무릎이 다 드러나는 다소 짧은 반바지 그리고 언제나 한 손에 들려있는 소주 2병이 들어있는 검은 봉지(?)에서 그의 모습은 이 세상을 다 살아 본 듯, 초월미가 물씬 풍기는 자태였다. 산포시라는 달걀 프라이의 흰자 같은 경기도 외곽에서 이름도 없이 싱크대 보조로 1년을 살아온 이 남자, 세상 온갖 사연을 다 품은 듯한 포즈와 세상 온갖 시련을 다 겪은 듯한 얼굴 표정에서 더 이상 드라마 <지정 생존자>의 카리스마 넘치는 행정선임관 영진은 온데간데없었다.



드라마는 중반을 넘기며 이제 그의 존재에 대해 하나둘씩 공개되고 있다. 이른바 '야금야금' 전법으로 성만 있었던 구씨는 멀리뛰기를 국가대표급으로 잘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최고급 대형 승용차를 보유한 대한민국의 핵심 노른자인 강남에 살던 존재였음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에 대한 베일이 한 꺼풀 벗겨지면서 그에 대한 애정과 추앙은 전보다 더 강하게 일어나고 있고, 덩달아 인간 손석구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그는 연기가 아닌 운동을 하기 위해 유학을 갔다가 연기로 전향을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왔으며(그것도 자이툰 부대를), 한 기업의 CEO이고, 한 소속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지극히 동안으로 보이지만 올해 마흔이고, 서른 중후반이라는 아주 늦은 나이에 데뷔를 했다. 얼마 전에는 영화 <언프레임드:재방송>라는 영화를 직접 찍으며 영화감독으로서의 행보도 선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이 남자의 매력, 조금 지나치다. 현재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초반 1,2회에서 보였던 그의 '빙구미'는 진짜 연기였단 말인가?



배우 손석구, 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알면 알수록 궁금증의 데시벨이 높아만 간다. 여러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다 이 영화 홍보를 위해서 영화 프로그램인 방구석 1열에 출연한 그의 말에서 손석구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알게 되었다.



"제가 올해 마흔이다.

20대에 가장 잘한 일은 연기를 선택한 것이다.

30대의 마지막은 이 영화의 연출을 한 것이다.

40대의 마지막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뉘앙스의 말이었고, 문장은 다소 생각나는 대로 추가했다)



우리 사회는 뭐든 적기에 뭐든 빨리해야 하는 강박에 시달리는 듯 모두가 사회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할 시기를 정해놓았다. 공부를 해야 할 시기, 결혼을 해야 할 시기, 아이를 낳아야 할 시기, 인생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기 등 말이다. 그리고 그 시기를 놓치면 마치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사람처럼 바라본다. 하지만 인생에서 적기는 무엇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닌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시기가 아닐까



얼마 전 파격적으로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다는 친구의 청첩장을 받았다. 그가 보낸 청첩장의 문자에는 '늦은 나이에 청첩 하게 되어 매우 민망하다'라는 멘트가 '애써' 달랐다. 그의 문자에 나는 '지금 만나도 100살까지 함께 살면 50년이다. 하나도 안 늦었다. 다소 빠른 듯 ㅎㅎㅎ'하는 문자를 보냈다.



배우 손석구를 보며 인생에서 늦은 때란 따로 없음을, 하고 싶을 때 맘껏 하고 싶은 것을 이것저것 해보는 용기를 배운다. 뭐든 해봐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뭐든 경험해 봐야 이 길이 내 길인지, 남의 길인지 알게 되는가 보다. 그 외에 다른 방법과 도리는 없다.



더불어 그의 앞으로의 10년이 기대되고 주목된다.




작가 이윤영/대중문화를 다정한 시선으로 읽고 씁니다.


방송작가,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글쓰기> 저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신촌] : [ON&OFF] ‘인생 드라마’ 대사로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http://naver.me/5VTrhN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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