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지 않고 나를 표현하는 '자기 표현력'
글쓰기의 효용 가치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특히 자기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더욱 힘듭니다. 심리 상담 프로그램 설루션의 90% 이상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라는 것입니다. 가족과 친구, 부부와 연인,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각종 문제의 근본 원인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상대에게 제때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다가 결국 곪고 곪아 터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인데요.
“진작 말하지 그랬어. 몰랐네.”
하지만 말이 쉽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말로 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시쳇말로 그렇게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구태여 상담받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좋은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기도 쉽지 않은데 불편한 감정과 생각에 대한 표현은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잘못했다가 상대와의 관계가 어색해지거나 불편해질 것이 두려워서 애써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을 멈춥니다.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주겠지.”
“시시콜콜하게 다 표현하는 것이 왠지 더 불편해요.”
하지만 지속적인 타인과의 소통과 관계 유지를 위해서 ‘표현하지 않고’ 사는 삶이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표현하지 않고 그대로 묵혀 두었다가 결국 오해와 감정의 골이 깊어 가면 서로 다시는 안 보는 사이가 되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시절 인연’으로 치부하며 상대를 잊고 살아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만 이마저 반복된다면 결국 주변에는 아무 도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많은 전문가는 경고합니다. 작은 감정과 생각이라도 그때그때 제대로 된 성실한 표현으로 드러내 놓으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한 번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이것은 고역이고 고통입니다.
당장은 필요로 시도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육체적, 심리적 한계에 부딪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게 됩니다. 정신건강 전문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면 먼저 ‘글’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적어보기를 권합니다. 엉킨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로 바로 표현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글’이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글은 수정과 퇴고라는 베네핏, 즉 특권이 있습니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지만, 글은 그렇지 않습니다. 엉덩이의 힘만 있다면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수십 번, 아니 수백 번도 고치고 고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말로 하는 표현보다 글로 하는 표현이 좋은 이유는 상당히 많습니다.
생각은 시시각각 변하기도 하고, 감정은 그때그때 수위가 다릅니다. 어젯밤에는 당장 참을 수 없었던 분노와 슬픔도 하룻밤 묵히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기도 합니다. 자칫 말의 언어로 내 생각과 감정을 섣불리 표현했다가 감정의 골이 더 깊어만 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다시 내 감정과 생각을 들여다보고, 수정하면서 자신의 표현을 다듬고 정리할 수 있는 ‘글’이야말로 가장 좋은 자기표현 수단입니다. 글은 말보다 실패할 확률이 현격히 낮습니다. 공개의 주도권 역시 오롯이 ‘나’에게 있습니다. 상대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다면 드러내지 않고 나만 보고 간직하고 있어도 됩니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던 글벗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직접 ‘말’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 개선을 하는 것은 자신의 내향적인 성향상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어 글로 자기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하기 위해 표현력 워크숍을 찾았다고 참여 계기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수업부터 그녀는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평생 안 하던 ‘표현’을 하려니 뭔가 불편하다는 것이 그녀의 고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필사하고, 칼럼을 읽기도 하면서 타인의 글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한 줄, 두 줄 써내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1년 남짓 꾸준히 자기를 표현하는 글을 썼습니다. 1년이 지나고 그녀는 쓰는 행위를 통해서 인간관계의 난관 중 80% 이상은 해결
했다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녀가 말한 ‘글’로 표현하는 감정과 생각 정리의 좋은 점은 이렇습니다.
1) 우선 생각과 감정을 글로 정리하니 보다 객관적으로 나의 감정과 생각을 바라보게 되었다. 자칫 감정
과잉, 사실 왜곡 등으로 기억될 수 있었던 일들을 글로 정리하면서 나도 모르게 오해했던 부분이 풀리기도 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사실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2) 쓸데없는 감정 소모의 시간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타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글로 풀어내면서 한 달 내내 나를 괴롭혔던 감정 소모의 시간이 일주일, 3일로 줄더니 이제는 하루 남짓이 되었고, 내 시간을 더 긍정적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3) 말을 할 때 정돈된 언어를 사용한다. 이전에는 내 감정과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횡설수설 두서없는
말로 말의 본질을 흐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글쓰기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훈련을 하니 말하기가
훨씬 더 쉬워졌다.
- 표현력 워크숍 참가자
사실 그녀에게는 오래 해소되지 않았던 가족과의 아픈 상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면서 가족에게 받았던 상처를 1년 동안 글로 정리하자 그 상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마침내 그 상처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롭게 되었습니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말’로 하는 표현도 좋습니다. 하지만 글로 표현하는 이 과정을 통해 어쩌면 좀 더 근본적인 자기 표현력을 기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말이나 글 어떤 것을 선택해도 좋습니다.
단, 자신의 상황과 성향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고 관건입니다
이윤영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