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잘 팔리는 책을 쓰고 싶어] - 7년 9권의 기록
“‘잘 팔리는 책’이라고요?”
출판사 대표님과 책제목에 대해 고민하던 어느 날, 지금의 제목을 듣고 제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입니다. 고결한 문학적 가치나 작가의 내면을 탐구하는, 밀도 높은 제목까지 꿈꾸진 않았지만 이 솔직하고 노골적인 책 제목 앞에서는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을 써 본 작가라면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소리 없이 품고 사는, 내적 욕망(?)이 그대로 정면에 박제되는 듯 한 느낌이었거든요. 솔직함을 뛰어넘는, ‘노골적인 대담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본주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라지만, 적어도 책의 세계에서만큼은 상업적 성공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여전합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수정과 퇴고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 거칠수록 원고 이면에 숨겨진 간절함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바로 ‘ 잘 팔렸으면 좋겠다’
여기서 말하는 ‘잘 팔린다’는 것은 단순히 통장 잔고가 불어나는 상업적 성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밤을 지새우며 쏟아낸 문장들이 누군가의 책상 위에 놓이고, 누군가의 출퇴근길 가방 속에서 함께 숨 쉬며, 끝내 그들의 삶에 가닿기를 바라는 근원적인 소망입니다.
잘 팔리는 책을 꿈꿔야 하는 이유
몇 권의 책을 내면서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책을 읽고 무료했던 일상에 활기를 찾았다거나 오래 앓았던 힘든 병마와 이별하게 되었다, 매일 조금씩 하다 보니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요.
세상에 읽히지 않는 책만큼 슬픈 유령은 없습니다. 작가가 수개월, 혹은 수년을 바쳐 빚어낸 사유의 결과물이 서점의 구석진 서가에서 먼지만 쌓이다가 파쇄기로 향하는 현실은 오이디푸스 저리 가라 할 만큼의 비극입니다. 우연히 들어간 서점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이 쓴 책이 화려한 매대가 아닌 구석진 서가에 제일 아래쪽 누군가의 시선을 받기 조차 어려운 곳에 꽂혀 있다면 그 순간 마음이 아려옵니다. 누군가의 눈에 담기지 못한 책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것은 소통되지 못한 채 중얼거리는 ‘혼잣말’에 가깝습니다.
‘잘 팔리는 책’을 꿈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책이 팔린다는 것은, 그것도 잘 팔린다는 것은, 작가의 생각이 타인의 세계로 침투할 기회를 얻었다는 뜻입니다. 누군가의 고독을 위로하고, 누군가의 굳게 닫힌 편견에 균열을 내며,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의 이정표를 제시할 ‘연결’의 통로가 확보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잘 팔리는 책을 만드는 '절대적인 시간'의 힘
하지만 ‘잘 팔리는 책’은 결코 쉽게 탄생하지 않습니다. 앞선 본문에서 수많은 체크리스트와 글쓰기 루틴들이 있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그만큼 책을 쓴다는 것은 많은 공정이 필요한 일입니다. 또한 요행이나 얄팍한 마케팅 기술만으로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잘 팔리는 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절대적인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독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은 화려한 표지일 수도 있지만 독자의 마음을 열어 입소문을 내게 하는 것은 문장 사이사이에 스며든 작가의 인내입니다. 단숨에 써 내려간 가벼운 위로보다는, 수만 번의 퇴고를 거치며 벼려진 날카로운 통찰과 사유가 더 오래 살아남습니다. 글이 발효되는 시간, 작가의 철학이 삶 속에서 검증되는 시간, 그리고 독자의 삶에 스며들어 뿌리내리는 시간까지. 이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시간의 축적이 생략된 책은 결코 '잘 팔리는 ‘ 책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빨리 팔리는 책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증명되어 '결국 잘 팔리는 책'을 지향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조급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만의 기록과 책 쓰기 루틴을 믿고 하루하루 조금씩 써 내려가세요.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여러분이 쓴 책이 더 넓은 세상에서, 더 좋은 독자들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어디선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계신 작가님들의 그 ‘시간’을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아주 잘 팔리는 책이 되길 기원합니다.
이윤영 작가 드림
* 신간 <이왕이면 잘 팔리는 책을 쓰고 싶어> 의 예약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의 책이 '잘 팔리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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