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글은 살아남고, 어떤 글은 죽는가

[이왕이면 잘 팔리는 책을 쓰고 싶어]-7년 9권의 기록

책 쓰기 수업에서 만난 가정의학과 전문의 Y 씨는 첫 기획안으로 ‘현대인이 알아야 할 필수 건강 상식’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가져왔습니다. 고혈압 관리법, 당뇨병 예방 수칙, 올바른 영양제 복용법 등 의학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정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시선에 그것은 ‘책’이라기보다 ‘병원 대기실에 비치된 팸플릿’에 가까웠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Y 씨의 초기 기획은 지나치게 익숙한, 그래서 굳이 지갑을 열 이유가 없는

정보의 나열이었습니다.




킬러 컨셉

: 익숙함 7, 낯섦 3의 법칙



기획 단계에서 Y 씨와 나눈 대화는 뜻밖의 지점에서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그는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환자들의 뒷모습을 보며 가끔 코끝이 찡해진다고 고백했습니다. 약 처방 보다 더 시급한 것은 그들의 고단한 삶을 들어주는 일이었지만, 3분 진료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매번 좌절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환자들에게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을 퇴근 후 일기장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만난 할머니의 거친 손등은 어떤 약으로도 매끄럽게 할 수 없었다”, “취업 실패로 불면증에 걸린 청년에게 내가 준 수면제는 과연 정답이었을까” 같은 고백들이었습니다. 상담을 통해 Y 씨는 기획의 방향을 완전히 틀었습니다.

단순히 병명을 진단하고 처방전을 써주는 권위적인 의사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환자들과의 서툰 소통, 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가며 느낀 고뇌, 그리고 타인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정작 본인의 마음이 회복되는 내밀한 기록을 담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컨셉의 전환’입니다.

‘의학 정보’라는 익숙한 70%의 토대 위에, ‘의사의 자기 치유와 문장 처방’이라는 낯선 관점 30%를 얹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기획은 단순한 건강 정보를 넘어 인간의 존엄과 회복을 다룬 한 편의 서정적인 에세이가 되었습니다. 독자는 이제 질병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의사의 고결한 시선과 따뜻한 문장에 위로받기 위해 책을 집어 듭니다.



• 구매의 이유를 만드는 감각적인 언어 •


독자가 누구인지 정했다면 다음은 그들의 시선을 멈추게 할 한 문장을 정립하는 단계입니다. 출판계에서는 이를 컨셉이라 부릅니다. 수많은 책이 쏟아지는 서점 매대에서 선택받기 위해서는 익숙한 신뢰감과 낯선 호기심이 적절히 섞여야 합니다. 지나치게 낯설기만 한 이야기는 독자에게 외면받고, 너무 익숙하기만 한 이야기는 지루함을 줍니다. 기획은 독자가 잘 아는 분야(70%)에 작가만의 독특한 관점(30%)을 얹을 때 완성됩니다.

컨셉이란 단순히 책의 주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김동욱 작가의 《컨셉수업》에 따르면, 컨셉은 형태가 없는 생각에 부여하는 질서이자 구매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는 감각적인 언어입니다. 내 책이 독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 하나의 이미지나 메시지로 응축하여 전달하는 일입니다. 컨셉이 모호하면 원고는 아무리 유려한 문장으로 채워져도 방향을 잃고 표류합니다.

여기서 좋은 컨셉과 나쁜 컨셉의 차이가 갈립니다. 나쁜 컨셉은 작가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보편적인 사실에 머무는 경우입니다.


가령 ‘성공을 위한 10가지 습관’은 유익하지만 이미 시장에 수천 권이 존재하는 익숙한 컨셉입니다. 반면 좋은 컨셉은 독자의 숨은 욕망을 건드리거나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을 낯설게 보게 만듭니다. 상식을 비틀거나, 전혀 다른 두 분야를 충돌시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식입니다. 이러한 전략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줄 서서 보는 그림의 비밀》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림 에세이 혹은 미술 감상이라는 보편적이고 익숙한 장르를 다룹니다. 하지만 여기에 ‘줄 서서 본다’는 컨셉을 더했습니다. 단순히 명화를 해설하는 책은 많지만, 사람들이 왜 유독 이 그림 앞에서 줄을 서는지, 그 폭발적인 인기 뒤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심리적 장치를 분석한 지점은 신선한 시각입니다. ‘줄 선다’는 컨셉은 독자에게 즉각적인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사람들은 줄이 길게 늘어 선 곳을 보면 본능적으로 이유를 묻습니다. 익숙한 그림 해설에 사회심리학적 관점이라는 낯설음을 얹어 독자에게 책을 구매해야 할 이유를 제시한 사례입니다.


• 낯선 안경을 빌려주는 일 •


또 다른 사례인 《덕후가 브랜드에게》 역시 컨셉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브랜드 마케팅이나 브랜딩은 비즈니스 서적에서 흔하게 다뤄지는 70%의 익숙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를 분석하는 화자로 ‘덕후’를 내세우는 30%의 낯설음을 선택했습니다. 전문가의 냉철한 분석이나 기업의 성공 사례 나열이 아니라,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사용자의 시선에서 브랜드의 생존 전략을 들여다본 것입니다. 덕후라는 키워드는 단순히 취미를 즐기는 사람을 넘어, 이제는 하나의 문화를 주도하고 팬덤을 형성하는 핵심 주체로 부상했습니다. 이들이 왜 특정 브랜드에 열광하고 기꺼이 줄을 서는지 그 심리를 파고듭니다. 브랜딩이라는 익숙한 이론에 덕후의 팬심과 집요함이라는 관점을 결합함으로써, 기존 마케팅 서적들이 놓쳤던 감성적이고 실천적인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는 독자에게 브랜딩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경을 제공했습니다.



• 기획의 중심을 잡는 한 문장 •


컨셉 선명화 작업에서 주의할 점은 작가만의 관점이 한 문장으로 정의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은 어떤 책인가요?”라는 질문에 구구절절한 설명이 뒤따른다면 기획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앞서 언급한 의사 Y씨의 사례처럼, 단순히 건강 수치를 나열하는 이가 아니라 ‘환자의 삶을 문장으로 치료하는 의사’라는 정체성을 확립할 때 컨셉은 비로소 날카로워집니다. 나만의 관점을 세우는 일은 없던 지식을 창조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정보들을 어떤 순서로 배열하고, 어떤 조명 아래 비추느냐의 문제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독특한 안경이 곧 컨셉이 됩니다. 남들과 똑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그 속에서 나만이 발견한 미세한 균열이나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문장으로 옮겨야 합니다.

기획 단계에서 작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십시오. 나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충분히 안전한 정보를 제공하는가, 그러면서도 그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낯선 자극을 주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7:3의 비율은 독자가 책을 집어 들게 만드는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킬러 컨셉은 작가의 진정성과 시장의 요구가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합니다. 독자들의 실제적인 고민을 해결해주는 주제에 깊이 있는 사유를 더하십시오. 자신의 원고가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지닐지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익숙함이라는 토대 위에 낯섦이라는 관점을 얹을 때, 원고라는 배는 독자의 마음을 향해 항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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