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잘 팔리는 책을 쓰고 싶어]-7년 9권의 기록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뒤 맞닥뜨리는 첫 번째 난관은 주제 설정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은 넘치는데, 대체 이 이야기를 누가 읽어줄 것인가 하는 근원적인 의문입니다. 흔히 책 쓰기를 시작할 때 80억 인류 모두가 독자가 되어 내 책을 읽어주길 바라는 원대한 포부를 품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글은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무색무취의 기록으로 남기 쉽습니다. 내 글이 가닿아야 할 자리는 ‘올림픽 체조 경기장’이 아니라, 내 이야기가 절실히 필요한 단 한 사람의 ‘작은 방 안’이어야 합니다.
내 글의 구체적인 독자(페르소나)를 찾는 과정은 타인을 분석하기에 앞서 나를 먼저 해부하는 작업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가진 무수한 경험 조각 중에서 독자들에게 읽힐 만한 글감이나 이야기가 무엇이 있는지 골라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내가 잘하는 것과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것 사이의 교집합을 찾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할 일은 자신의 경험을 철저하게 객관화하여 리스트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10년 차 평범한 직장인이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이 사람이 단순히 직장 생활을 잘하는 법에 대해 쓴다면 시장에는 이미 그보다 훌륭한 처세술 책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 직장인이 점심시간마다 틈틈이 배운 목공 기술로 자기 집 가구를 직접 만든 경험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때 독자는 모든 직장인이 아니라, 지친 업무 뒤에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며 치유받고 싶은 퇴근길의 누군가로 좁혀집니다.
여기에서 독자에게 소구될 수 있는 나만의 경험을 책의 주제로 담아낼 수 있는 기준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내가 겪은 결핍이나 실패는 누군가 현재 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3년 전 퇴사 고민으로 불면증에 시달렸던 경험이 있다면, 현재 사표를 만지작거리며 잠 못 드는 이들에게 그 경험은 단순한 신세 한탄이 아닌 실질적인 가이드가 됩니다.
자신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의 질서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배우고 싶은 노하우일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10분 동안 메모를 쓰는 습관이나, 냉장고 식재료를 한눈에 파악하게 정리하는 나만의 방식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유시민 작가가 지식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소매하는 것처럼, 나만의 사소한 규칙을 타인이 따라 하기 쉬운 형태로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독자의 반응이 시작됩니다.
앞서 언급한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사례처럼, 혼자만의 즐거움이었던 취미를 인문학적 성찰이나 사회적 현상과 연결할 때 글은 공신력을 얻습니다. 단순히 야구가 재밌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는 경기를 보면서도 응원을 멈추지 않는 팬들의 마음에서 ‘희망의 회복력’을 읽어내는 식입니다. 이렇게 연결될 때 독자는 나의 사적인 취향에서 자신의 삶을 발견합니다.
책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부 F씨는 처음에는 아들 둘을 키운 육아 에세이를 쓰려했습니다. 하지만 서점 매대에는 이미 유명 연예인이나 교육 전문가들의 육아 서적이 즐비했습니다. F씨는 자신의 경험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그는 아이를 키우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틈틈이 세계 문학 전집을 읽었습니다. 어릴 적 자신을 위로해 준 책에 빠져들게 된 것입니다. 아이가 잠든 밤, 부엌 식탁등 아래에서 도스토옙스키를 읽으며 위안을 얻었던 경험입니다.
이때 F씨가 찾아낸 독자는 육아에 지쳐 자존감을 잃어가는 엄마들입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엄마의 독서’가 됩니다. 육아 전문가의 이론보다, 기저귀를 갈면서도 고전을 놓지 않았던 옆집 엄마의 진솔한 문장이 독자에게는 훨씬 강력하게 가닿습니다. 이처럼 독자는 내 경험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경험이 자신들의 현실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는지를 보고 책을 선택합니다.
책을 쓰기 전 스스로에게 반드시 물어봐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이 원고를 읽고 난 뒤, 독자가 단 하나라도 얻어갈 것이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그것이 위로든, 정보든, 아니면 짧은 실소든 상관없습니다. 나의 이야기 중에서 타인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조각을 찾아냈다면, 이미 절반의 기획은 성공한 셈입니다.
내 독자는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과거의 나, 혹은 지금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방 안에 놓인 스탠드 불빛이 되어주겠다는 마음으로 나의 창고를 뒤지다 보면, 빛나는 문장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세상을 향한 거창한 선언보다, 좁은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 같은 이야기가 더 오래 기억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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