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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에게 가장 이상적인 대표님

(부제: 이런 대표님은 조심하세요) 

by Marketing Journey Mar 27. 2025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다양한 고객사들과 평균 6개월정도 일을 하다보니 단기간에 참 많은 대표님들과 긴밀하게 업무를 해볼 수 있게 되었다. 잘맞는 대표님의 경우, 마케터 후임자를 뽑아드리고 프로젝트를 종료할 정도로 회사와 서비스에 대한 애착이 크고 끝난 이후에도 모니터링하며 업계 들리는 얘기도 종종 나누는 '인연'으로 발전되지만 그런 바람직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 글은 사실 마케터의 넋두리의 연장선에서, 겪어본 리더(대부분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아쉬운 점들을 흉보고 싶은 대나무숲의 용도로 쓰게 되었다. 일단 단점들을 나열해보면 적어도 내가 어떤 대표님들과 더 잘 안맞는지, 우선 순위가 생겨서 다음 대표님을 결정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물론, 내가 저런 대표님이 되지 말아야지 하는 거울 치료의 목적도 있다 :D 그리하여 알아보는 이런 대표님 꼭 피하세요!  




자기 의견 없이, 이 부서 저 부서 말만 옮기는 대표님 


대부분의 대표님들은,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겉으로 보기에 자기 의견이 과하면 과했지 '없는'분은 사실 처음에는 티가 잘 나지 않는다. 또한, 해당 산업이나 서비스/제품에 대해서는 전문가지만 어떻게 마케팅 해야할지잘 모르시 분이 대다수다. 똑똑한 대표님은 일단 빠르게 '학습'하고 자기 의견을 내놓음과 동시에 마케터에게 방향 제시를 한다. 마케팅은 전략보다도 실행 단계에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이런 대표님과 함께라면, 이슈가 생기더라도 의견 조율도 잘 되고 이러한 과정을 한 바퀴만 함께 겪으면 학습도 빠르게 되는 편이다. 


그렇지만, 똑똑하지 않은 대표님은 '학습된 척'을 정말 잘해서 미팅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컨펌도 잘해주고 디테일한 부분에 코멘트도 가끔 주기 때문에 완벽하게 캠페인 진행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팀마다 방향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전 마케팅 미팅에서는 리드(DB)수량을 최대로 모아야한다고 하고 오후 영업 미팅에서는 전환율을 높이라고 한다. 겉으로 봤을 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문제가 있다. 비즈니스 상황이 좋을 땐 괜찮지만 상황이 좋지 않으면 모든 팀을 깨기 시작한다. 문제는 왜 목표 달성을 못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각 팀 입장에서 얘기를 했을 때, 하나의 디렉션을 줘야할 대표님이 결과적으로 왜 못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각 팀에 옮기기만 하는거다. 상황 설명이 길어졌는데, 정답은 '목표'를 수정해서 보다 핏이 맞는 리드를 가져오도록 마케팅에게는 핏 맞는 리드를 정의해주고 영업에는 리드 수량을 조절하였으니 보다 전환율을 높이도록 충실해달라고 디렉션을 주면 된다. 하지만 '이해한 척'한 대표님은 결과적으로 자기 의견 없이 팀을 쪼기만 할 뿐이고, 마케팅 / 영업 팀 간 서로 책임 전가하는 분위기로 몰아가서 감정만 상하게 만든다. 


외모만 뛰어나고 첫 인상만 좋은 대표님 


공교롭게도, 내가 몸담았거나 인연이 있었던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은 대부분 외모가 뛰어났다. 투자 프리패스상이랄까, 이목구비가 잘생겼고 신체 균형도 좋아서 일단 호감형에 속했다. 그런 분들이 마케터를 섭외하려고 눈을 반짝거리고 본인 서비스를 소개하신다면 순간적으로 반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초기 스타트업의 브랜드는 대표님이자 파운더가 8할 이상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인상이 좋은 대표님을 보면 자연스럽게 마케팅/홍보 소재로 활용하고 싶은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렇게 외모 및 인상이 훌륭하신 대표님이 마케팅도 잘 아시고, 핏이 잘 맞는 경우도 충분히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레퍼런스 차원으로 공유하고 싶다. 


본인이 설득을 잘한다고 생각하던 대표님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설득의 8할 이상은 본인 외모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한 자신감과 기세는 마케터로 하여금 브랜딩에 대표님을 최대한 활용하고, 대표님이 곧 브랜드인것으로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예산도 내가 보수적으로 잡은 예산보다 더 많이, 마치 위대한 개츠비처럼 펑펑 써대며 괜찮다고, 큰 그림은 자기가 그릴테니 마케터는 실행만 해주면 된다고 자신있게 리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에 홀리듯 그렇게 믿고 따라갈 수 있었던 건 묘하게 신뢰를 주는 깔끔하고 정돈된 인상 그거 하나였던 것 같다. 그 회사는 날라갔는데, 수 차례에 걸친 권고 퇴사를 집행하면서도 그 대표는 뛰어난 그 외모 하나로 퇴사자들의 원성을 피해갈 수 있었으니 얼굴값과 두꺼움은 비례하구나 싶었다. 


모른다는 핑계로 리소스에 유독 '짠' 대표님 (싼게 비지떡)  


사실 이런 대표님은 조직 생활 뿐만 아니라 그냥 피해야할 '인간' 유형이기도 하다. 마케터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니지만 굳이 쓰는 이유는 강박처럼 예시는 적어도 3개 이상 들어야하는 나의 습관 때문에 쿨럭...


어디까지나 내 경험에서 근간된, 말도 안되게 주관적인 개인의 의견이지만, 일단 마케팅은 총알 장전이 되야 시작할 수 있다. 마케팅 비용 책정에 대해서 GPT는 수익의 5~10%라는 교과서적인 얘기를 해주지만 초기 스타트업은 그냥 '감'으로 운좋으면 투자 이후에, 아니면 슬프지만 대표님 개인 자산을 태워서 시작한다. 그래서 나 역시도 컨설팅시, 일정 매출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마케팅은 본격적으로 하지 않는 것을 추천드린다. 또한 대표님이 마케터 출신이거나 마케팅 전문가가 초기 멤버중에 있다면 해당되지 않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대표님들께 어정쩡한 업체는 제발 쓰지 마시라고 말씀드린다. 동료 마케터들에겐 적어도 '사고'를 하는 리소스(=마케터)가 왜 필요한지 인지하는 대표님이 아니면 꼭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이전 마케팅 히스토리를 물어봤을 때 특정 매체 (국내N사)만 하는 업체만 번갈아가며 했다면 마케터로 조인한다해도 현재 몸값을 인정받기 어렵고(이미 그렇게 마켓가가 책정되어있음...), 인정받는다 한들 업무는 확장되어도 내 월급 올릴땐 '짠' 기준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대표님의 경우, 회사의 업력은 길고 브랜드 인지도도 매니아들에게는 꽤나 높은 편이었는데 (+ 연매출 400억 이상) 딱 이 경우에 해당되어 마케팅에 투자를 전혀 하지 않으셨다. 실무 인력이 1명이었으며, 심지어 나와의 프로젝트 이후에도 마케팅 타겟은 확장하였으나 리소스는 그대로였다. 스타트업일수록 인사가 너무 중요하고, 리소스에 보수적인건 이해하지만, 유독 '마케팅'에만 리소스를 짜게 쓰는 조직이라면 무조건 말리고 싶다


 


예상했겠지만, 이상적인 대표님은 없다. 이상적인건 원래 현실 세계엔 없으니깐. 그래도 그냥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대표님을 마케터 관점에서 함 나열해보자면, 일단 '말씀'이 별로 없으신 분이면 좋겠다. 내가 세워간 전략과 실행 방안 혹은 대체 방안에 코멘트와 큰 방향성을 다시 한번 짚어주실 뿐, 쓸데 없는 말이 없는 분이면 좋겠다. 추가로, 이런 저런 마켓 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또는 브랜딩의 다각화를 시도해볼 수 있도록 '예산'을 따로 빼놓으시는 분이면 금상 첨화일 것 같다. 그 뿐이다 ㅎㅎ 이건 사실 개인적으로 내 이상형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인것 같다. (부끄부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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